상단여백
HOME 문화
[문화를 즐기다_책]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거절하면 어떡하지?” 온 취재 과정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다. 인터뷰하려 연락하면 취재원 대부분은 친절히 답해준다. 그러나 연락을 회피하거나, 신경질적으로 ‘거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거절당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무심히 대화를 단절하는 상대에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다 보니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 취재원을 취재하거나, 아니면 아예 가벼운 기사 취재를 원할 때가 많다.

‘거절’이 무서워 행동을 포기하는 일은 흔하다. 혹여 차일까 짝사랑하는 이성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사소한 부탁마저 못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말이다.

여기에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 있다. 바로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다. 거절에 상처받지 않을 ‘안전범위’, 그것을 설정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다는 남기자의 고백은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이에 남 기자는 특이한 도전을 한다. 바로 ‘50번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다.

“연봉 1,000만 원만 올려주세요”. 무리한 부탁이 통할 리 없었다.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하고 싶다”는 문자도 거절당했다. 성형외과에서 강동원과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요구 역시 무리한(?) 부탁이었다.

그러나 늘 거절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남 기자의 생일, “생일인데 잘생겼다는 말해줄 수 있냐”는 부탁에 지나가던 행인은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면서도 칭찬을 마저 해주고 가던 길을 갔다. 거절을 적게 받는 방법도 터득했다. 길거리에서 무작정 비타민을 나눠주자 사람들은 거절했다. 그러나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한 마디를 덧붙이자 사람들은 감사 인사와 함께 비타민을 받아 갔다.

남 기자가 수없이 거절당하며 느낀 건 거절에도 예의가 있다는 점이다. 하물며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걸려오는 보험 영업 전화를 거절하더라도 최소한의 도리가 있어야 한다는,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점을 자신의 체험을 통해 독자에게 말한다.

“거절당할까 긴장했던 두근거림이, 또 뭘 해볼까 유쾌한 두근거림으로 바뀌었다”는 체험 수기로 글은 끝난다. 이는 남형도의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의 이야기 중 ‘거절당하기 50번, 두려움을 깼다’라는 편에 나온 체험이다.

이외에도 책에는 ‘브래지어, 남자가 입어봤다’, ‘폐지 165kg 주워 1만 원 벌었다’, ‘집배원이 왜 죽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처럼 엉뚱하면서도 울림 있는 서른 편의 체험기가 있다. 남 기자가 2018년부터 머니투데이에 연재하고 있는 ‘남기자의 체헐리즘’에서 엮은 것들이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이 가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소재가 흥미롭기 때문만은 아니다. 책은 현재 우리 현대인이 겪고 있는,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통증을 기자가 직접 체험하고 글로 풀어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남 기자의 뜻을 느낄 수 있다.

 

김범수 기자  kbs@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범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