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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형도 기자를 만나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현실에서,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자 수 1위를 달성하며 독자로부터 사랑받는 언론인이 있다. 바로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다. “사서 고생하는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누비겠다”며 2주에 한 번씩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연재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1 .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머니투데이에서 일하는 남형도 기자입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이라는 기획을 2018년 여름부터 연재하고 있고 지금은 유튜브도 하고 있습니다.

 

2 . 최근에는 ‘유퀴즈’에 출연하셨어요. 요새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그렇진 않아요. 사실은 제가 아웃사이더 기질이라 주목받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도 인터뷰 같은 걸 계속하는 이유는 제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 영향력을 크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이슈가 되는 것들을 보게 하는 건 쉽지만, 마이너한 영역을 많이 보게 하는 건 어렵거든요. 그래서 뭔가 뜻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하고 있어요. 많이 봐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부담이기도 하거든요. 책임감이 무겁기도 하고.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하고 있습니다.

 

3 . 네이버 기자 구독자 수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오히려 생각을 안 하니까, 그냥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구독자를 늘려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좋은 기사를 꾸준히 써야겠다는 마음이었던 거죠. 저도 이제 10년 차인데,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럴수록 초심을 잃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니까 이 마음이 독자들과 통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4 . 원래 기자가 꿈이었나요?

원래는 다큐멘터리 PD가 꿈이었어요. 다큐멘터리가 긴 시간을 시청자와 호흡하면서 화두를 던지고 그 주제를 같이 생각해보는 게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막연히 PD를 꿈꿨고 방송가 시험을 봤어요. 그러다 어느 해인가 방송가 공채가 다 끝난 와중에 신문사 시험을 우연히 봤고, 운 좋게 붙었어요. 기자가 그래도 뭔가를 알려서 바꾸고자 하는 맥락에선 PD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자를 하게 됐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웃음)

 

5 . 남형도 기자님의 아이덴티티인 ‘체헐리즘’은 무엇인가요?

‘체험’하고 ‘저널리즘’을 합쳐서 완전히 새로 만든 단어에요. 영화 도가니가 개봉했을 때, 이걸 주제로 기획을 세 꼭지나 기획했는데 아무도 안 보더라고요. 처음에는 ‘좋은 기사를 왜 안 볼까’ 생각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저도 재미없는 기사는 안 볼 것 같았어요. 그럼 어떻게 이걸 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보는 사람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 무렵에 우연히 수동휠체어와 지체장애인 취재를 하게 됐어요. 여러 취재 방식이 있겠지만, 그냥 수동휠체어를 한 번 타봤어요. 직접 체험을 해보고 기사를 쓰니까 관심을 주시더라고요. 이걸 보고 방법을 떠올린 거죠. 나중에 제 이름으로 기획을 만들 기회가 생겨서 그때 정식으로 체헐리즘을 만들게 됐어요.

 

6 . 기자가 되기 전에도 사회 참여적인 활동을 많이 하셨나요?

대안학교 선생님이나 신체장애인 목욕봉사 같은 봉사활동을 많이 했어요. 대학에 와서 봉사하다 보니까 몰랐던 세상이 많이 보이고, ‘이렇게 사시는 분들이 있었구나’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걸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기자가 된 것이나, 체헐리즘을 연재하는 게 이런 활동과 연결돼 있지 않나 해요.

 

7 . 메일 주소가 human@mt.co.kr이던데, 이것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그게 단순히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저는 ‘사람이 사람이라는 것’만 기억해도 이 사회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요. 집배원을 예로 들자면, 집배원도 사람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이분들이 일하는 환경이 많이 개선될 거예요. 그런데 돈과 수익만 보이니까 나만 생각하고 이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사람이 도구로 여겨져요. 이런 단순한 것들을 생각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만들고, 그렇게 만든 사람이나 부려지는 사람이나 사람답지 않게 돼요. 그런 생각에서 ‘휴먼’을 썼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조차도 그 단순한 사실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계속 기억하려고 하는 거죠.

 

8 . 치마나 브래지어 입기, 이런 기발한 체험을 할 때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되게 이상하게 보죠. (웃음) 모르는 분들이야 괜찮은데, 회사에 앉아있으면 정말 이상하게 봐요. 치마 입을 때는 ‘아 쟤가 또 체험하는구나’ 정도 이해가 있었는데, 브래지어 입을 때만 해도 되게 이상하게 쳐다봤죠. 근데 저는 이상하게 보이는 건 괜찮아요. 이상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낯선 일이지만, 그것이 필요한 일이라면 저로 인해서 사람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가 될 수 있잖아요.

 

9 . 가장 기억에 남는 보도나 체헐리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 기억에 남지만, 변화가 직접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기억에 남아요. 폐지 줍기 체헐리즘 때 같이 했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아프신 데가 많았어요. 뇌경색에 간암에, 게다가 치아도 별로 없는 분이셨어요. 사는 것도 힘든데, 먹는 것까지 제대로 못 먹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서 도와달라고 댓글을 달았어요. 그러니까 하루 종일 메일이 2~300통 정도 오더라고요. 선생님도 그걸 확인하시고는 제게 전화하셔서 엉엉 울고 그러셨거든요. 그럴 때마다 아직 좋은 사람들이 있구나 느껴요. 취재할 때마다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많은데, 이런 일이 있는 걸 보면 아직 이분들 덕분에 세상이 돌아가는구나 생각하는 거죠.

 

10 . 취재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즘은 취재마다 마음을 너무 써서 걱정이에요. 성격이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이라서 특히 개농장 취재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저도 모르게 손톱을 엄청나게 물어뜯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쉴 때는 최대한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해요. 운동하면 아무 생각도 안 나니까 뜀박질을 할까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힘들긴 해도 마음을 쓰기 때문에 나오는 글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이 개농장 기사를 보고 ‘개들이 직접 쓴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다 감정이입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도 들어요.

 

11 . ‘남기자의 체헐리즘’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아직 해결할 게 많지만, 그래도 하고픈 얘기는 거의 한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올 때, 어느 정도 했다 싶은 순간이 오면 마음 편히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좀 홀가분하겠죠?

 

12 . 어떤 기자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저를 기억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런데 제가 쓴 기사에 담겼던 마음만 기억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누가 썼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독자분들이 제 글을 읽고 우리 주변 사람들의 삶을 짐작해볼 수 있다면 그게 제일 큰 보람이겠죠. 제 이름은 오히려 기억해주지 않아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13 . 기자를 꿈꾸는 미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기자를 꿈꾼다는 학생들에게 이 일을 추천하기 망설여지는 것도 있어요. 제 기사를 보고 기자라는 직업을 이상적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지금 환경이 척박하거든요. 사회적으로 신뢰도가 많이 떨어져서 존경을 못 받고, 기레기를 넘어 구더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잖아요. 처우로 봤을 땐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워라밸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솔직히 좋은 소리 못 듣고 돈도 못 버는데 기자 하기 쉽지 않죠. 그럼에도 하고 싶다면, 외롭더라도 필요한 글이 뭘까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본말이 전도되지 않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해요. 그러니까 처음 품은 그 순수한 동기가 있다면 그걸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자가 되는 것보다도 되고 나서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게 어렵거든요.

 

14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고 있을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뭔가 고민이나 제보하실 게 있다면 어디든 갈 테니 제게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특히나 지금 시대에 대학생분들의 고민이 분명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워낙 요즘 글과 친하지 않은 분들이 많은데, 이걸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범수 기자  1220299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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