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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언론중재법, 언론 자성 계기로도 삼아야
김범수 편집국장

“언론중재법 통과되면, 우리나라 언론 악용하는 기레기들이 더 이상 허위보도 못 하게 되나요? 기레기들 때문에 짜증 났는데 언론중재법 통과되면 좋은 거 아닌가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향한 신문들의 반발이 최고조일 때,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한 질문이다.

올해 7월부터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보도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여론이 뜨거워졌다. 민주당이 8월 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을 단독 처리하자 신문들은 연일 1면에 기사를 배치해 민주당을 ‘입법 폭주’라 규정하며 비판에 나섰다.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독소조항으로 잔뜩 무장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우리나라의 자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가 가능해야 할 언론사와 기자가 ‘자기검열’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격언이다. 민주 사회에서 언론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까닭은, 감시 없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며, 권력의 감시자로서 언론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언론인 대부분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국민 여론은 정반대다. 언론 감시기능 약화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임에도 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국민은 76%에 달했다. 신문은 연신 ‘우리 죽는다’고 말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너네 죽어봐라’고 한다. 이런 언론과 국민의 간극은 어디서 왔을까.

결국 원인은 언론에 있다. 언론을 ‘징벌해야 할’ 정도로 규제해야 한다는, 억누를 필요가 있다는 여론은 언론이 자초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 46개국 중 38위를 기록했다. 평균치는 46%였지만, 우리나라는 32%에 그쳤다. 언론자유지수가 3년 연속 아시아 1위인 사실과 모순되는 점이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즉, ‘과연 언론이 주어진 자유에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약 76%의 국민이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언론이 저널리즘을 버리고 ‘클릭 장사’에 매몰됐기 때문이요, 누구보다 독립적이어야 할 언론이 상업주의에 편승했으며, 누구보다 권력에 비판적이어야 할 언론이 진영논리에 매몰돼 정치세력화했기 때문일 테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것이 현시대 언론인의 책무다. 그러나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을 계기로 언론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 자정해야 한다. 이 과정이 없다면 신문들이 연일 쏟아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사설은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발악으로만 보인다.

언론이 누리는 특권에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때 국민이 ‘신문 없는 정부’를 택한대도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신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김범수 편집국장  kbs@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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