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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추홀구 '청년창업 특화거리'의 현주소
  • 신지수 기자, 박지혜 기자
  • 승인 2021.08.2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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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가게와 유흥업소가 어색하게 공존하고 있다

늦은 시각, 511 버스 창밖으로 빨간 불빛이 켜진 가게들이 보인다. 붉은색 간판에 흰색으로 쓰인 동행, 야성, 여정, 들장미…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이 가게들은 바로 ‘일반 음식점’으로 위장한 성매매 유흥업소(일명 방석집)다. 이 유흥업소들은 용일사거리-제운사거리(이하 용일사거리) 곳곳에 들어서 있다. 근처에 어린이집, 초등학교, 고등학교가 있는 주거지역임에도 버젓이 영업 중이다.

그런데 미심쩍게 나열된 간판들 사이사이를 자세히 보면, 푸른색 간판의 ‘청년창업’ 가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거리를 줄지은 유흥업소 사이 청년창업 가게는 꽤나 어색해 보인다. 어쩌다가 청년창업 가게가 이곳에 들어오게 된 걸까.

 

시작은 본교 학우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용일사거리의 변화는 2017년, 본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출신 A씨의 뉴스 취재 과제에서부터 출발한다. 학교를 오가며 빨간 간판들을 남다르게 본 A씨는 ‘방석집’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A씨는 지역사회을 위해 방석집이 사라져야 한다고 판단했고, 미추홀구청에 방석집 일대를 ‘청년창업 특화거리’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구청장은 이를 받아들여 실행에 나섰고, 마침내 2017년 12월 21일 방석집이었던 공간이 청년창업 공간으로 탈바꿈되기 시작했다.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은 용일사거리 유흥업소 해소 및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행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만 19세에서 만 39세의 (예비) 창업가에게 보증금, 리모델링 비용, 임차료를 지원하며 최대 2년간 창업공간을 제공한다.

이렇게 본교 학우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은 현재 10호점까지 개점한 상태다.

 

청년창업, 그들의 이야기

탈바꿈된 청년창업 공간에서 저렴하고 신선한 꽃을 판매하는 6호점 ‘오늘의 꽃들’과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9호점 ‘갤러리 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늘의 꽃들’ 서보람 대표는 대형마트 내 꽃집에서 근무하다 자신만의 매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창업을 시작했다. 나만의 매장을 창업하기 위한 공부를 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덧붙여 “용일사거리 지역 사회 발전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구상해 6호점에 입점할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서 대표는 꽃 판매를 시작으로 추후에는 꽃을 이용한 수업으로 행복을 전하고 싶다며 외부출장 강의를 계획하고 있다. 서 대표는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의 지원에 대해 만족을 드러냈다. “보증금 지원과 같이 모아놓은 자본이 적어도 창업자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회계나 마케팅 등 실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컨설팅도 준비돼 있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혼자 일하는 1인 샵이라 바로 앞에 유흥업소가 있다는 게 조금 불안하다”며 치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덧붙여 “지금 유흥업소들이 없어지고 있긴 한데 하루빨리 이 거리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산 이후 경력 단절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던 ‘갤러리 주’ 안영주 대표는 몇 년 전 해외 판매업을 창업했다. 그리고 사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다문화 가정 여성과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며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제품 전시와 판매, 교육을 정형적이고 편한 공간에서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안 대표는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을 통해 이곳에 입점했다. 그녀는 9호점에 입점 이후, 전자상거래 업무, 제품 전시, 교육, 신제품 개발까지 다양한 업무를 이곳에서 이어나가고 있다. 안 대표는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에 대해 “사무 또는 영업 공간을 제공하고 금전적인 지원으로 보탬이 돼 청년들에게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고 말했다. 더불어 “변종 유흥업소 대신 청년창업 가게들이 거리에 들어선다면 용일사거리를 문화거리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직 더딘 속도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 덕에 유흥업소가 사라지고 새로운 문화거리가 조성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2017년도부터 현재까지 시행 5년째인 것을 감안하면 청년창업 가게는 10호점 ‘밖에’ 입점하지 않았다. 미추홀구와 마찬가지로 방석집 일대를 청년창업 특화거리로 조성한 강동구 엔젤공방거리의 유흥업소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36개에서 9개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미추홀구 청년창업 특화거리의 유흥업소는 5년간 24개에서 12개로 겨우 절반 정도 줄어든 셈이다. 아직까지도 용일사거리 곳곳엔 미심쩍은 간판들이 나열돼 있고, 빨간 조명이 밤길을 스산하게 만든다.

사업의 진행 속도에 관해 미추홀구 관계자는 “변종 유흥업소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빠르게 진행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올해 8월부터 다음 달까지 새로운 청년창업 공간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실과 마주한 청년창업 특화거리

어떤 사업가는 용일사거리 일대가 시장성 평가 측면에서 좋은 거리는 아니라고 말했다.

첫번째 이유는 용일사거리 일대 유흥업소가 풍기는 분위기 탓에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비대면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하지 않으면 이 거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긴 어렵다.

또한 용일사거리 일대는 청년보다 노인 인구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으로 창업하는 이들은 모두 청년이고, 대부분 같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거리 주변 주거지역에는 청년 인구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자가용을 이용해 청년창업 가게에 방문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이 거리엔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 N호점 창업가는 “교통도 교통이지만 거리 홍보 역시 너무 안 돼서 가게 운영이 쉽지 않다”고도 전했다. 희망을 품고 이 거리에서 창업한 청년들이 오히려 실망을 안고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의 결점은 눈에 띈다.

이 거리에 입주한 N호점 창업가는 인테리어 작업부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흥업소가 밖에서는 하나의 공간처럼 보여도 내부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어 철거에 어려움이 있었고,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아 나는 꿉꿉한 냄새 역시 골칫거리였다. 인테리어 비용을 구청에서 일부 지원해주지만, 열악한 내부를 뜯어내고 새로 단장하기에는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힘들게 탈바꿈한 공간의 주인은 창업가가 아닌 건물주다.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이 제공하는 가게의 건물은 미추홀구 소유가 아닌 개인 소유이기 때문이다. 이전 N호점 창업가는 “인테리어 하느라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건물주의 갑질과 욕을 참기 힘들었고 우리는 권리금도 못 받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더불어 유흥업소를 철거하는 데도 건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물주가 갑(甲)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월세를 납부하는 방식 역시 결점이다. 또 다른 N호점 창업가는 “다른 가게와 우리 가게 평수가 다른데 월세는 같아서 억울하다”며 월세를 납부하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에 선정돼 입주하면 입주자마다 같은 월세에 다른 크기의 공간을 얻게 된다. 하지만 입주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적어 창업가는 자신이 어떤 크기의 공간에서 꿈을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즉, 협소한 공간을 얻은 창업가와 널찍한 공간을 얻은 창업가의 공간 크기는 확연히 다르지만, 지불하는 금액은 동일하다.

용일사거리 청년창업 특화거리의 가장 큰 결점은 ‘치안’이다. N호점 창업가들은 “청년창업 가게가 유흥업소 바로 옆에 붙어 있어 청년창업 가게를 유흥업소로 착각하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일이 빈번하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더불어 “술에 취한 채 거리를 거느리는 취객에게도 위협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특히 “날이 일찍 어두워지는 겨울에는 유흥업소가 이른 시간부터 영업을 시작해 서둘러 매장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이런 유흥업소와의 공존으로 인한 두려움에 창업가들은 영업시간임에도 문을 닫고 불을 꺼둔다. 한 N호점 창업가는 “CCTV 설치, 순찰 등 안전하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치안 문제에 대해 “창업가분들이 치안에 대한 요청을 해 주신다면 해당 부서와의 협조를 통해 불편한 점을 최대한 해결하려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불안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긴 힘들어 보인다.

 

꺼지지 않는 유흥업소의 붉은 조명

유흥업소와의 불편한 공존으로 문을 걸어 잠근 채 영업하는 청년창업 가게들, 때문에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이 거리에 청년창업 가게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 힘들다. 심지어는 현재 청년창업 가게 보다 오히려 유흥업소가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어떤 유흥업소는 낡았던 간판을 새것으로 바꿔 달 정도다. 여전히 용일사거리는 청년창업 특화거리라고 하기보단 방석집 일대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한편, 유흥업소도 선뜻 공간을 내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흥업소 사장에게 유흥업소를 정리하고 떠난다는 것은 곧 생계유지 수단이 사라진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설령 떠나기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유흥업소 운영 자체를 그만두지는 않는다. 원래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하긴 쉽지 않으니, 다른 곳으로 옮겨가 다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가는 (유흥업소) 사람들, 다 물텀벙사거리로 가요.” 지역 주민 김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유흥업소는 그만두게 한다고 관둘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미추홀구 관계자 역시 “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유흥업소 사람들은 한순간에 생계를 잃어버리는 거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누구를 위한 청년창업 특화거리인지 되새겨야

미추홀구는 다음 달 7일까지 세 명의 새로운 (예비) 청년 창업가들을 모집한다. 그러나 ‘새로운’ 가게가 아닌 원래 있던 3, 8, 9호점의 세입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모집이 끝나고 새 창업가가 들어온다고 해도 용일사거리 일대의 유흥업소 개수는 변하지 않는다.

본교 학우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유흥업소를 없애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한 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전 이 사업을 통해 용일사거리에서 청년창업 가게를 운영했던 창업가는 “활성화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이 거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게 과연 청년들을 위한 건지 잘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은 이 사업이 과연 누굴 위한 사업인지 재고해 볼 시점이다. ‘청년’ 창업가를 위한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이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찾는 날을 기대한다.

신지수 기자 jagun0331@inha.edu

박지혜 기자 wisdom99@inha.edu

신지수 기자,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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