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배로(Robert Barro)가 방한하여 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비판했다고 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교육의 질과 경제성장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친(親)시장 정책'의 도입이 필수적이지만 한국은 이와 반대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배로와 노벨경제학자인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등은 내생적 경제성장에 대한 논의
가 한창이었던 1990년대 이래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동력이
바로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라고 주장한 사람들이다. 이전 시기에, 물적 자본이 경제성
장의 원동력이 된다고 보아온 전통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유형적인 자산보다 무형적인 자
산의 중요성, 단순한 정보보다 지식의 중요성이 늘어나는 세상에서 이를 창조하고, 축적하
며, 전파하는 인적 자본의 역할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인적 자본을 국가적인 틀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대학에도 적용하면, 인적 자본을 어떻게
축적하느냐의 문제가 향후 대학의 성장과 발전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특징의 인적 자본을 적절히 축적하기 위해 어떠한 일이 필요한가?
　첫째, 인적 자본의 특유한 축적 메커니즘으로부터 이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인적
자본의 축적은 상당한 정도의 외부성(externality)을 가지고 있다. 나 혼자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주위에 열심히 연구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
록 인적 자본의 축적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물론 함께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게 된다. 이러한 외부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교수, 학생, 연구기관의 각 집단에서 집단 내부 및 집단 사이의 활발한 협업과 토론을 장려
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둘째, 대학 규모에서 중요한 것은 인적 자본이 남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다. 인적 자본이 차별적일 경우 우리 대학의 교육과 결과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지만, 획일
적인 성격의 인적 자본은 우리 대학의 고유한 인적 자본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적 자본으로
인식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 대학에서 고려할 수 있는 차별적인 인적 자본의 특징으로 이공
계적 지식과 문과적 지식의 결합을 생각할 수 있다. 이공계와 자연계를 공부한 후 경영학이
나 법학 같은 분야를 공부하고 현장을 경험한 사람들이 훨씬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된다. 따라서 이공계적 지식과 문과적 지식의 결합을 장려할 수 있는
과목, 과정 등의 개발과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인적 자본에 대한 계획은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으로 다루어야 한다. 하루
아침에 연구가 획기적으로 진행되는 일이 없고 벼락치기 공부가 소용이 없는 것처럼 인적
자본의 축적과정은 장기적이며 힘들고 어렵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조급하게 이를 축적하려
는 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또한 인적 자본은 그 특성상 무형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이를 기존의 물적 자산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평가하거나 계량화하는 것은 어느 정도 위험성
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교수 개개인의 연구실과 학생들의 강의실이 연구와 교육을 위해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협업과 토론을 위해, 이공계적 지식과 문과적 지식의 결합을 위해,
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인하대 신문사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