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 앉아 기사를 쓰던 어느 밤, 카톡이 시끄럽게 울렸다. 친구들의 시답잖은 농담일 거라 생각해 무시했다. 30분 뒤 카톡에 들어가니 최상단에 있어야 할 친구 단톡방 대신 ‘인글토 X조’라는 글씨가 보였다. 읽지 않은 카톡은 100여개, 달력을 보니 내일이 조별 발표였다. 팀플 회의를 까맣게 잊은 것이다.

 흔히 팀프로젝트(팀플)을 사회주의에 비유한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의해 (학점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비슷한 과업을 수행함에도 불구, 팀플은 개인과제보다 더 힘들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느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에 인원이 늘어날수록 능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사회적 태만’이라고 한다. 이 현상을 처음 발견한 링겔만 박사의 이름을 따 ‘링겔만 효과’라 불리기도 한다. 농공학자였던 링겔만은 마력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마차를 끄는 말 두 마리의 힘이 한 마리의 힘에 두 배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에 놀란 링겔만은 사람을 대상으로 인원수에 따라 줄다리기에서 개인이 힘을 쓰는 정도를 실험했다. 그 결과 피험자는 두 명이면 혼자였을 때보다 힘을 7% 적게, 세 명이면 17%, 그리고 8명이면 51% 적게 사용했다. 그는 특히 이 연구에서 실험에 참여한 인원이 많을수록 팀에 대한 개인의 기여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링겔만의 실험 후 50년이 지나고, 사회심리학자 라타네이는 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아내는 데 집중했다. 그는 피실험자에게 고함을 치게 해 그 음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우선, 혼자 소리치는 경우와 단체로 소리치는 경우를 분석해 단체일 때 소리를 덜 지르는 것을 확인했다. 두 명일 때는 음량이 34%, 6명일 땐 64%가 감소했다.

 그후 피험자 눈에는 안대를, 귀에는 귀마개를 씌워 주변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소리치도록 했으나, 이들이 개인 혹은 집단으로 소리 지르는 것처럼 믿게 했다. 그 결과 두 명이서 소리치고 있다고 믿는 피험자는 평소 음량의 82%만을 발휘했고, 6명 집단으로 믿은 피험자는 평소 74%의 음량을 냈다. 즉, 실제로는 홀로 고함을 치고 있음에도 평가자가 개인별 노력의 정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믿음이 ‘사회적 태만’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일찍이 「군주론」을 통해 “원정대 지휘권을 출중한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보다 평범한 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구성원이 늘면 발생할 책임감 분산을 우려한 말이다.

 ‘링겔만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책임’이다. “내가 안 해도 다른 사람이 하니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집단 과업에서 개인의 기여도나 책임을 명확히 한다면 누구도 태만을 범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무임승차자’를 방지하고자 세계적인 대기업 ‘아마존’은 ‘피자 2판의 규칙’을 조직 운영 방식으로 세웠다. 피자 2판으로 식사할 수 있는 인원이 최적의 수라는 것이다. 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는 “팀이 한 끼 식사에 피자 2판 이상이 필요하다면 팀이 너무 큰 것”이라며 “크고 관료화된 팀에선 혁신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필자도 ‘어떻게든 팀은 돌아가겠지’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었던 거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개인의 책임을 확인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이 글을 빌려 당시 조원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김범수 기자  1220299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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