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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도시재생 1번지, 순천

 새로운 도시가 개발되면 구도심은 활기를 잃기 마련이다. 이런 구도심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도시재생 사업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순천시는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이래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순천시 구도심 주민의 주거 만족도가 2015년 72%에서 2017년 91%로 개선됐다. 어떤 사업들을 통해 순천시 구도심이 달라졌는지, 기자가 직접 방문해 도시재생에 힘쓰고 있는 순천의 변화된 모습을 살펴봤다.

 

도시재생 1번지, 순천

도시재생 사업이란 인구감소나 지방 위기로 쇠퇴하는 도시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지역 주도의 혁신산업을 말한다. 내가 사는 동네를 허물고 짓는 것이 아닌, 있는 것을 활용하기 때문에 역사와 전통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고 원주민들의 삶도 윤택해질 수 있다.

1990년대 들어 순천 신도심이 조성되면서 구도심 향동의 인구가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불과 20여 년 사이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해 상권이 쇠락하고 빈집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순천시는 구도심을 되살릴 방안으로 2014년부터 향동과 중앙동 일대에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지역 활성화로 이어졌다. 향동 일대의 빈집은 2014년 187가구에서 2018년 7가구로 줄었다. 버려진 빈집이나 빈 점포를 활용한 청년창업 챌린지숍, 골목 상점, 셰어하우스 등이 문을 열며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주민들이 주도하는 법인도 2015년부터 4년간 40개가 문을 열었고, 156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관광객은 2015년 26만 명에서 2018년 43만 명으로, 시내 상가의 일평균 매출액은 같은 기간 27만8,000원에서 40만5,000원으로 늘었다. 이 외에도 유동인구가 65%, 평균 매출이 62% 증가하고 빈집이 96% 감소하는 등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확산하며 지금까지 지속성 있는 도시재생을 보여주고 있다.

 

순천시 장천동에는 시청과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다. 과거 도시의 중심부였으나, 90년대 신도심 개발 등으로 유동인구 감소와 함께 상권이 약화하고 노후 건물과 빈 건물이 늘어났다. 그렇다 보니 터미널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깜깜해지면 돌아다니기 무섭게 느껴졌다. 순천은 이러한 장천동을 도시재생 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장천동의 이미지 재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몽미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다녀올 당시 몽미락 센터는 공사 중이었다. 몽미락 센터는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주민커뮤니티 공간과 공유 부엌, 예술인 공간 등 다양한 활동 공간을 갖춰 올 하반기 개관 예정이다. 더불어 장천동 터미널 술집 골목 인근에 늘어나고 있는 빈 점포를 활용해 상권을 활성화할 창업공간을 계획하고 있다. 터미널 주변에 장기 방치된 빈 점포를 임대 후 리모델링해 창업 인큐베이팅이 가능한 ‘팝업 스페이스’로 탈바꿈 시켜 지역주민과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거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몽미락 센터 건물 벽면에 그래피티 아트로 그린 '벨라'

 한편, 터미널 뒤편 골목 몽미락 센터 건물 벽면에는 거리의 예술이라 불리는 ‘그래피티 아트’가 그려져 있었다. 이 또한 쇠퇴한 골목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도시재생사업 일환이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봐야 한눈에 담길 정도로 매우 큰 벽화였다. 이 벽화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심찬양 작가의 작품으로 미국계 한국인 ‘벨라’를 그렸다. 작가는 다양한 시선에 대한 포용과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만남의 광장’이 되길 바라는 의미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다음으로 순천시가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향동과 금곡동, 그리고 옥천동의 일명 ‘옥리단길’을 가봤다.

 순천부읍성의 서문이 있었던 서문안내소는 현재 ‘금곡사거리’로 불리고 있다. 금곡사거리는 외지인을 대상으로 지역 해설을 담당하는 역할을 주로 하지만 커뮤니티 공간도 겸하고 있다.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답게 서문안내소 입구는 주민들이 마당에서 주워온 돌로 이뤄져 있다. 서문안내소 계단을 따라 위에 올라가면 높은 부지로 인해 일대 전부는 아니지만, 서문안내소 주변이 내려다보였다. 높은 곳에서 건물을 볼 수 있었던 풍경은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시원한 바람 속에서 귀여운 벽화, 잔디가 꾸며져 있던 공간, 그리고 거리를 따라 오밀조밀하게 밀집된 건물들 말이다. 

 

서문안내소 위에서 본 주변 전경

 창작예술촌에 입지한 문화예술복합공간 ‘장안창작마당’은 순천 원도심 구역인 금곡동에서 지난 40여 년간 삼겹살집으로 유명했던 장안식당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시민들이 음식을 나누며 각종 모임을 열 수 있는 장안부엌 외에도 장안공방, 장안여인숙 등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장안부엌이 이용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통해 문화재생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서울의 경리단길이 있다면 순천에는 옥리단길이 있다. 옥리단길은 ‘옥천’이라는 하천 주변 동네를 말한다. 옥천변의 가게는 인테리어나 음식의 비주얼과 맛이 좋아 ‘-리단길’이라고 불릴 만큼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곳은 주로 청년들이 중심이 돼 상권을 만들어가고 있다. 감각과 센스가 겸비된 가게 인테리어와 음식 플레이팅은 충분히 SNS에 올라올 만한 퀄리티였고, 이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더욱 유도했다. 옥리단길에는 ▲간판과 빈티지 인테리어가 특징인 식당 귀뚜라미 ▲유럽가정식 전문 식당 팡파르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로 여성들을 사로잡은 카페 짙은 등이 ‘옥리단길에 오면 꼭 다녀가야 할 곳’으로 인기를 끌었다.

 

주민과의 소통으로 만들어진 변화

 순천시는 도시재생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이해 조정이 필요했다. 이에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이 되는 것에 방점을 두고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순천부읍성 서문안내소’의 공간 설계와 관리 운영은 주민 주도로 진행됐다. 서문안내소 건축은 유명 건축사의 설계에 따라 추진됐지만, 거주환경권 침해 등을 이유로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총 18차례 설계변경을 거쳐 건물 디자인과 기능을 결정했다. 또한 주민들은 서문안내소에 마련된 마을방송국과 작은 도서관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주민 의견 수렴의 일환으로 도시재생 사업계획 다듬기 주민워크숍, 도시재생 골목디자인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주민 설명회 및 공청회를 열거나 상생 협약식을 개최하기도 하고, 주민 아이디어 페스티벌 행사를 열어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를 다양하게 마련했다. 또한 순천시는 도시재생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상생협약을 추진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돼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협약을 맺은 건물주는 임대료를 동결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시는 건물주에게 지방세를 감면해 다 같이 상생하는 방법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직접 다녀와 보며

 행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한 독립서점에 들어가 점주에게 이곳의 매력을 여쭤봤다. 그는 “사람이 많이 다니니까 생동감이 있고 활력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온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모델로서 힘쓰고 있는 순천, 직접 다녀와 보니 구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은 곳곳에 있었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감성으로 가게를 리모델링해 건물의 활기를 불어넣고,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을 갖춘 모습들이 말이다. 있는 것을 활용해 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굳이 찾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주민과 함께 소통하며 그들이 이끄는 도시재생사업은 더욱더 인상적이었다. ‘함께 생각하고, 소통하고, 만들어가는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이라는 비전을 깊이 새겨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순천시의 모습이 기대된다.

 

박유정 기자  1218294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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