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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로 인해 죽음이 반복되는 현실

  지난달 21일 울산에서 한 노동자가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 중 아르곤 가스에 중독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만 5번째 발생한 중대 재해로, 부산노동청의 특별 안전점검 이후 곧바로 발생해 더욱 논란이 일었다.

  이어 22일 광주광역시의 한 공장에서도 20대 노동자가 폐자재 재활용업체에서 일하던 중 목재 파쇄 기계에 신체 일부가 빨려 들어가 현장에서 숨졌다. 사고 당시 같이 일하던 동료는 납품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조사됐다. 2인 1조 작업을 해야 하는 위험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작업했던 것이다.

  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처벌 범위와 수위를 대폭 늘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강력한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5년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청원 운동이 시작됐으나,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한 차례 논의됐을 뿐 여전히 계류 중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중 사업주가 실형을 받은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90.7%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죗값을 다했다. 이에 대해 벌금형은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높다.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지 않으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사망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은 안전설비 미흡, 구조적 원인으로는 인력 감축과 공정 압박이 지적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들이는 비용보다 노동자 죽음에 치르는 대가가 더 적다는 문제가 있다. 사고와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다.

  노동계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등의 법적 뒷받침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 조치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위험의 외주화는 위험하고 유해한 작업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적으로 전가되는 현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29년 만에 전면 개정된 새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외주화로 인한 죽음은 여전하다.

  ‘김용균법’은 지난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운송설비 점검 중에 사고로 숨진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면서 제정됐다. 이 법은 위험작업의 사내도급을 원천 금지하도록 했지만, 화학 작업에만 한정시켰다. 정작 김 씨가 했던 전기사업 설비의 점검 업무와 같은 ‘유해·위험작업’은 도급금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시행 전부터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중대재해 기업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2008년부터 ‘기업살인법’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은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에 범죄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재해 벌금을 통상 연간 매출액의 2.5~10% 범위에서 내야 하지만, 법을 심각하게 위반했을 경우 상한선 없는 징벌적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목숨을 잃은 구의역 김 군 사고가 지난달 23일에 4주기를 맞았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수많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의 사고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사업주가 노동자에 대한 안전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계기점을 마련해야 한다.

  ‘외주화’ 단어 앞에 ‘위험의’, ‘죽음의’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 이유를 재고해봐야 할 시점이다.

 

 

박유정 기자  1218294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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