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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도로명주소, 도입과 현재

 

 

“신 주소 말고 구 주소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희가 (배달할 주소를) 구 주소로 다 받아요. 새 주소는 잘 모르잖아요. 정착이 안 돼서.” “퀵서비스 이용할 때 배달 기사님께 도로명주소를 불러드렸더니 '그래서 거기가 무슨 동이냐'고 되묻던데요.” 음식 배달, 택배와 퀵서비스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 겪어봤을 만한 일이다. 2011년 7월에 도입돼 올해로 9년 차인 도로명주소는 4,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실제 사용하기가 어렵고 불편하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렇듯 국민들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 도로명주소, 왜 도입된 것인지, 그리고 현재 모습은 어떤지 살펴보고자 한다.

 

 

 

 

도로명주소 도입 취지

 

  우리나라는 도로명주소 도입 이전에 지번 주소를 사용했다. 지번 주소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식민지 수탈 경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토지조사사업으로 만들어졌다. 즉 일제가 토지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조선 전국 토지에 면(面) 순서대로 번호를 부여한 것이다. 이때 만들어진 지번 주소는 약 100년간 사용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100년 동안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거치며 토지가 분할 및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지번 주소는 주소로서의 체계성과 순차성이 훼손돼 정확한 건물의 위치를 표현하기 힘들어졌다.

 

  지번 주소와 달리 도로명주소는 선(線)에 의한 위치 표시로,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사용해 정확한건물의 위치를 표현한다. 도로명은 도로 구간마다 ▲대로(8차로 이상) ▲로(2~7차로) ▲길(‘로’보다 좁은 도로)로 나눠 정해진다. 건물번호는 도로 시작점에서 20m 간격으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로 부여된다.

 

  행정안전부는 도로명주소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은 목적을 함께 전했다. ‘일제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 ‘길 찾기를 빠르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도로명주소가 세계적으로 보편화 돼 있기 때문에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위치 확인 및 시간 절감 등에 따른 편의 비용이 약 4조 원 절감되고,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으로 긴급출동 시간이 평균 8.4분 단축되며, 정확한 배송 등에 따른 물류비 절감으로 연간 2,700억 원이 절감된다고 밝혔다.

   

 렇다면 실제로 사람들은 도로명주소가 빠르고 편리하다고 느낄까.

 

 

 

 

도로명주소 실상

 

2017년 서울연구원과 2016년 경기연구원에서 실시한 도로명주소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서울시민과 경기도민 2명 중 1명이 도로명주소가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도로명주소가 불편하다고 응답한 이유 중 ‘위치 찾는 것이 더 어렵다’와 ‘기억하기가 어렵다’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도로명주소 체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답변도 많았다. 행정안전부는 도입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빠르고 편리하며 쉬운’ 길 찾기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응답이 나오는 것일까.

 

사람들은 이전까지 사용한 지번 주소에 익숙하다. 실제로 우리는 아직 특정 장소를 설명할 때 ‘용현동 H 마트 근처’라고 설명하지, ‘미추홀구 소성로 20’으로 말하지 않는다. 즉 공간을 인식할 때 선(線)으로 인식하기보다 면(面)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도로명주소를 인식하는 것에서도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본교가 위치하고 있는 ‘인하로’는 나빌레관(용현동)에서 인천종합터미널(구월동)까지 이르는 6.4km의 도로다. 이렇듯 주소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큰 지역을 한 번에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표적 사례로 알려진 ‘통일로’는 서울역 사거리부터 파주 통일대교까지 47.6㎞에 달해, 서울특별시 ▲중구 ▲서대문구 ▲은평구 ▲경기도 파주시까지 이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 수십 킬로미터의 도로 순서를 확인하기란 일반 사람으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서구 도시들과 달리 도로 모습에 차이가 있어 도로명주소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간단하게 뉴욕주 맨해튼과 서울특별시 강남구, 부산광역시 해운대구를 비교해보자.

 

뉴욕주 맨해튼
서울특별시 강남구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는 많은 서구 도시들은 도로를 바탕으로 발달해 모든 건물이 도로와 맞닿아 있다. 즉 1번 사진처럼 바둑판 모양의 도로에 순차적인 도로명을 부여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에서는 도로명주소로 쓰인 지도를 가지고도 길을 찾기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골목길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해 8차로 이상의 대로는 일부이며, 상당수의 도로는 매우 짧고 골목길의 형태를 보인다. 2번 사진과 3번 사진처럼 강남구와 해운대구는 뉴욕과 달리 직사각형 구역 안에 수많은 작은 길로 채워져 있다. 이로 인해 도로명을 사용해 길을 찾는 것은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도로명주소 사용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하나의 길을 따라 건물이 이어져 있는 곳에서는 지번 주소보다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이를테면 도시계획을 통해 조성된 송도국제도시 같은 곳이다. 하지만 서울과 인천, 부산과 같은 주요 도시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도로명주소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지번 주소보다 기억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컨벤시아대로’, ‘아트센터대로’, ‘청라에메랄드로’처럼 외국어가 남발되고, 도입된 도로명주소가 지번 주소보다 길고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지번주소일 때 ‘부산광역시 강서구 송정동 1737-9번’이었으나 도로명주소로 바뀐 후 ‘부산광역시 강서구 녹산산단382로 14번가길 29’로 바뀌어 외워야 할 부담이 커진 것이다.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 차량 내비게이션으로 지번 주소와 도로명주소 어떠한 것을 검색해도 바로 찾아갈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과연 사람들에게 ‘빠르고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도로명주소의 장점이 살갑게 다가오겠는가.

 

 

 

 

도로명주소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도로명주소 체계에 문제가 많지만 지번 주소에 비해 도로명주소가 더 나은 제도고, 90년대부터 4,000억이 넘는 예산이 사용되며 준비된 만큼 과거 체계로 돌아가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위치를 면(面)으로 인식하고, 이를 빠른 시간 내에 바꾸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도로명주소에 대한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홍보가 필요하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도로명주소 생활화, 전 국토에 종합적인 주소 체계 구현, 주소 기반 4차 산업 창출을 담은 '제3차 주소정책 추진 종합계획'(2018~2022년)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 도시들에선 도로명주소 안내시설물 점검, 도로명주소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지역 사회에서의 도로명주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작년 11월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도로점용 허가(도로의 구역안에서 공작물·물건 기타의 시설을 신설·개축·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기타의 목적으로 도로를 점용하는 것을 허가하는 것)를 받고 전용 점포를 구축한 노점 4,101곳에 도로명주소 부여와 건물번호판 부착을 완료했다. 노점에도 우편물이나 택배가 배달되고,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위치 안내를 정확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시민들의 실생활 가까이에 있는 곳에서부터 도로명주소에 관한 국가적인 차원의 정책 투입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미비한 점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

 

김동현 기자  1219283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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