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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톡톡] 비례용 정당, 위성정당은 왜 만들어졌을까?

  “이게 뭐지?” 인생 첫 투표용지를 받은 필자의 마음이다. ‘이 정도면 됐겠지!’ 하고 종이를 받으러 올라간 손이 무안했다. 아직도 투표용지가 다 안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투표해 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투표지가 길어도 너무 길다. 선택지도 하도 많아 투표할 정당을 찾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식당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로 주세요” 하듯 뽑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올해 총선에서 유권자가 받은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총선 역사상 가장 긴 48.1cm에 달한다. 무려 35개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자를 냈다. 20대 총선에는 21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 길이가 33.5cm였다. 너무 긴 투표용지 때문에 개표기가 등장한 이래 18년 만에 전면 수개표라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준연동형 비례대표제)으로 인해 군소정당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개정안의 취지는 군소정당에 힘을 실어 민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 선거제도는 지역구 의석의 중요성이 높아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에 불일치 폭이 컸다. 또한 거대 양당이 지역구 의석 대부분을 독점하는 현상 때문에 지역주의 정당체제가 고착됐다. 따라서 국회 의석 배분 방식을 바꿔 다양한 이념과 정책을 가진 정당의 원내 진출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떻길래 소수정당에 유리하다고 하는 걸까?

 

20대 총선까지는 253석은 지역구로 뽑고, 나머지 47석을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로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튼튼한 지역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지역구에서 승리 가능성이 높은 거대 양당이 전체 의석을 확보하기 유리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각 정당이 얻는 총 의석수는 정당 득표율로 정하고,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그 격차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총 의석을 보장한다. 다만 비례대표 47석 전부가 아니라 30석에만 50% 연동률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처럼 단순 비례로 진행한다. 그래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만약 A 정당의 정당득표율이 10%라면 전체 300석 중 30석을 확보한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10석밖에 얻지 못했다면 나머지 20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충원한다. B 정당의 정당득표율이 10%이고 지역구 의원이 0명이라면 30석을 비례대표로 받는다. 이것이 연동형의 의미다. 그러나 연동률을 50%로 정했기 때문에 일단 각각 절반인 10석, 15석만 인정하여 A당과 B당은 총 20석, 15석을 확보한다.

 

따라서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얻는 것의 의미가 이전보다 줄었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만들면, 그 당은 지역구 의원이 없으므로 정당 득표를 얻는 족족 의석수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등 지역구에서 불리한 군소정당이 비교적 유리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또한, 미래당, 민주당이 비례전용 위성정당을 만든 이유기도 하다.

 

  21대 총선은 민주당·시민당 180석, 통합당·미래한국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이 각각 3석을 얻었다. 실제로 시민당, 미래한국당 등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민주당은 169석, 미래당 96석, 정의당 14석, 국민의당 9석 등 군소정당의 몫이 커진다.

 

  결국 전례 없는 비례 전용 정당 선언과 난립은 두 거대 양당의 치열한 수 계산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에 기대감을 품은 군소정당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김범수 수습기자  1220299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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