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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스쳐지나가는 분들에 대해

 본교 캠퍼스 내 모든 강의실, 화장실, 복도, 심지어는 길바닥까지. 우리가 학교 생활 중 지나치는 모든 공간들은 청소 노동자들의 손길을 거치며 빛이 난다. 학교생활에 이들이 없다면 우리는 가장 크게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가장 묵묵해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본교 청소노동자들의 하루를 함께해봤다.

 

이른 아침 7시. 청소노동자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그 시간에 취재진은 2호관 건물을 담당하는 청소노동자들을 찾아갔다. 청소노동자들은 좁은 휴게실에서 환한 웃음으로 취재진을 반겨줬다. 2호관 곳곳을 청소하는 청소노동자 세 분의 업무는 2호관 외곽을 한 바퀴 돌며 길 위의 낙엽과 쓰레기를 치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추운 겨울에도 이들은 쓰레기통을 끌고 다니며 빗자루질을 한다. 수없이 많은 담배꽁초부터 수북한 낙엽까지, 매일 이들이 치워야 할 것들은 무수하다. 학생들이 적은 방학 중에는 길 위의 쓰레기가 적은 편이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쓰레기는 물론 담배꽁초도 급격히 많아져 외부 청소 시간이 더 길어진다. 낙엽이 떨어진 뒤에는 2호관 한 바퀴를 돌며 빗자루 질을 하는데 두 시간 가량이 걸린다. 공식적인 출근 시간은 7시지만 개강 후에는 건물 외곽 청소부터 강의실, 모든 부수적인 부분을 강의 시작 전에 청소해야 하기 때문에 5시 반에 출근하는 경우도 많다.

 “휴지 3개 가져갈게요.” “나는 두 개만 가져가요”. 바깥 청소가 끝나고 건물 내부 청소를 나가는 청소노동자들은 청소에 필요한 비품들을 휴게실에서 챙겨 나간다. 청소하는데 필요한 비품은 늘 모자라다. 썼던 비닐을 쓰레기만 비우고 다시 사용하는 등 비품을 아끼기 위해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더 사용했다간 근무 태만처럼 보일 수 있다. 수업 특성상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 과의 건물을 청소하다 보니 다른 건물에 비해 비품 사용도, 업무 강도도 높지만 돌아오는 건 ‘비닐을 제일 많이 썼다’는 질책이다. 이러한 상황에 청소노동자들은 “아끼려고 노력하는데도 쓰레기가 많아 어쩔 수 없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화장실 내부를 닦는 것은 물론 변기 커버도 일일이 분해해 닦는다. 화장실 청소를 하다 보면 비위가 상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것 같은데도 청소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더럽지 않아요. 내 집처럼 생각하고 청소하죠” 그러나 화장실에서 노동자들을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만은 않다. 남자화장실을 청소하다가 남학생들이나 교수님을 마주치는 경우 이용자들에게는 불편한 상황이다 보니 불만의 목소리를 종종 듣는다. 일전에는 남자화장실 청소 중에 들어온 한 교수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 이에 한 청소노동자는 “남자 화장실에 여자가 있는 것이 불편한 건 이해하기 때문에 비켜주거나 사람이 없는 시간에 청소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 비는 시간이 거의 없다 보니 불가피하게 마주치는 상황에서 불만 섞인 표정을 볼 때면 난처할 때가 많다.

 학기가 시작된 이후 청소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일부 학생들의 부적절한 행동이다. 소변기에 대변을 보는 학생들, 세면대에 토를 해놓는 학생들, 비누통이나 변기 커버 등 기물을 훼손하는 학생들, 심지어는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하는 비품들을 창문에 던져놓는 학생들까지 있다.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청소하지만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너무 속상하다. 한 청소노동자는 학생들이 가장 고쳐주길 바라는 부분으로 ‘화장실 이용’을 꼽았다. 그만큼 비상식적으로 화장실을 이용하면 청소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매우 고되기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가 끝나면 복도 청소를 시작한다. 넓은 복도를 꼼꼼히 닦고 쓰레기통도 비운다. 학기 중에는 실습이 끝난 학생들이 내놓은 쓰레기들을 치우는데 그 양은 60대 노동자가 혼자서 옮기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다. 쓰레기가 많아지면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와서 함께 쓰레기를 옮기기도 한다. 본교 환경 미화 용역 업체 소장은 “점차 청소노동자 인원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업무량은 그대로고 인원만 줄어들다 보니 노동자들의 피로가 높아진다. 피로가 누적되면 사고 가능성도 높아지기 마련이다”며 청소노동자의 고된 업무 강도를 설명했다. 복도에 있는 소화기 하나하나까지 먼지를 털고 닦는다. 몇 개의 층에 걸쳐 이 작업을 반복하고 10시 반 정도가 돼서야 노동자들은 오늘의 첫 끼니를 먹는다.

 2호관 담당 청소노동자들이 휴식과 식사를 하는 공간인 ‘휴게실’은 2호관 계단 아래에 위치해 있다. 계단 아래에 위치하다 보니 한쪽 천장이 비스듬해 허리를 펴고 일어서기도 힘든 상태다. 또 개강 이후에는 학생들의 발소리도 다 새들어온다. 겨울에는 난방을 해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추위에 창문을 종이로 막아놓고 생활한다. 힘든 업무 중간의 휴식과 보충을 위한 공간이지만 상태는 그리 여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교내 경비원들은 정문, 후문과 정석학술정보관, 그리고 본관 종합상황실에 상주한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주간과,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9시에 퇴근하는 야간으로 나눠 24시간 학교를 지킨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그러나 항상 학생들을 위해 일하는 경비원을 만나 일과를 함께 해봤다.

 매일 아침 8시, 정문 경비원은 정문 앞 교통정리로 일과를 시작한다. 학교에 출입하는 차량을 관리하며 시민과 학생들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한다. 당시 취재진의 손등이 다 틀 정도로 추운 날씨 속에서도 경비원은 한 시간 넘게 교통정리를 했다. 신호등이 있지만 무단횡단을 하는 학생들이 사고 나지 않도록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었다. 또한 유동성 있게 도로 상황을 통제하면서 아침에 급한 학생들의 시간 활용을 돕기 위함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처소로 들어와 잠시 몸을 녹였다. 짧은 휴식 후 정문에 들어서면 보이는 학교 마크를 닦으러 간다고 했다. 그는 학교 마크를 닦는 이유에 대해 “정문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게 인하대학교 마크이기도 하고, 여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아서”라고 설명했다. 마크를 자세히 보니 페인트가 벗겨진 듯 초록빛이 돌았다. 초록색인 광약으로 하도 많이 닦아서 주변이 초록색으로 바랜 것이었다.

 다음 업무는 정문 바깥으로 학교 외곽을 순찰하는 것이다. 정문 주변에 걸려 있는 외부 광고 현수막을 철거하고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함께 순찰을 하면서 경비원 일을 통해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일을 하면서 학생들을 통해 활기찬 에너지를 많이 얻어요. 학교에 학생들과 같이 있으니까 활기를 많이 느껴서 좋죠. 내 마음이 함께 젊어지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뒤이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하는지 물어보는 취재진에게 “경비원이 가장 첫 번째로 보호해야 하는 것은 항상 학생이에요. 학생이 다치거나 사고가 났을 때, 그리고 학생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빨리 반응을 해야 해요”라며 “그 다음이 시설물이에요. 학생들이 쓰다가 문제가 생긴 시설물에 대해 학교에 알려요. 우선순위가 1번은 학생, 2번은 시설물인 거죠. 항상 신속하게 조치하려고 해요”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아침마다 학교 건의·불편 사항 글을 확인해서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을 통해 학생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음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학교 외곽 순찰을 마지막으로 오전 일과는 끝난다. 점심 식사 후 오후 일과인 교내 순찰을 시작한다. 수상한 외부 출입자가 있거나 학생들에게 문제는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또한 흡연 장소 외에서 흡연하거나 과음한 학생들을 관리하고, 교내 행사가 있을 땐 학교를 안내하는 일까지 다양하다.

 주간 업무 경비원이 퇴근하면, 야간 경비원이 출근한다. 후문과 정석학술정보관을 담당하는 야간경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야간 경비원은 오후 6시에 출근해 먼저 세 시간 동안 후문 경비를 선다. 이 시간에는 하교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오후 9시에 정석학술정보관으로 가서 화장실을 포함한 구석구석을 순찰하며 소등한다. 혹시나 남아있는 학생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도난 방지와 화재 예방 및 관리를 위해 6층부터 지하 2층까지 두세 시간마다 순찰한다. 24시간 개방하는 열람실은 밤 12시가 되면 공부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1, 3열람실에 있는 학생들이 2열람실로 이동하도록 안내 방송을 한다. 자신의 업무는 아니지만 청소노동자가 출근하지 않는 휴일 동안 쓰레기가 쌓이면 그것을 치우기도 한다. 경비원이 있기에 정석학술정보관은 24시간 탈 없이 운영될 수 있었다.

 그런데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근무하는 그가 편히 사용할 수 있는 휴게실은 없었다. 휴게 ‘공간’은 있었는데 바로 1층 로비 벽면에 위치한 안내 데스크였다. 근로장학생이 근로할 때 앉아 있는 책상과 의자가 경비원의 휴게 공간이었다.

 취재 당시 날이 매우 추웠지만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자그마한 히터 하나뿐이었다. 이에 대해 “1층은 학생들이 다 가면 난방과 에어컨을 다 끄기 때문에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워요. 그래서 여름엔 선풍기, 겨울엔 히터 한 개 가져다 놓고 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 청소노동자가 창문이 없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은 공간을 휴게실로 며칠 동안 사용했다고 말했다. 환기를 할 수 없는 공간이었지만 그에게는 쉴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쪽엔 짐이 쌓여 있어 비좁았고, 맨바닥에 장판만 깔려 있었다. 여름에 사용할 수 있는 에어컨도 없었다. 그러나 그 공간마저 정석 사무실에서 창고로 써야 한다고 말해서 결국 휴게실이라고 부르기 힘든 공간조차도 사용할 수 없어졌다. 그렇게 안내데스크가 유일한 휴게 공간이 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취재진이 함께한 청소노동자, 경비원의 하루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이 상당했다. 학교생활이 바빠서, 귀찮아서,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미처 관심 가지지 못하고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청소노동자와 경비원들을 마주치면 밝게 인사를 건네 보자. 스쳐 지나가기만 하지 말고 따뜻함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 “안녕하세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 짧은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큰 보람이 될 것이다.

 

 

박정인 기자 12192845@inha.edu

 

 

박유정 기자  1218294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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