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김보라를 만나다

본교 연극영화과 배우 김보라를 만났다.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환한 웃음을 가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인하대학교 연극영화과 14학번 김보라입니다. 반갑습니다.

Q. 최근 드라마 종영 이후 근황이 궁금합니다.

본가에서 가족들과 잘 지냈어요. 최근에는 단편영화를 들어가기 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 학교 생활과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1학년 때 까지는 학교를 정말 열심히 다녔어요. 이후에는 다니진 못하고 있지만, 가끔 동기나 선배분들이 연극을 하면 가곤 했어요. 기억에 남는 부분은 1학년 때 처음으로 다같이 연극을 준비했던 것과 3, 4년 전에 처음으로 동기의 단편영화를 찍었던 것이에요.

Q. 대학 시절에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나요?

저는 OT에 가보고 싶었어요. 신입생 때 동기들과 장기자랑 준비를 함께 했었지만 OT 참석을 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아쉬워요. 아마 제가 학교에 다시 간다면 그 이유가 OT에 가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Q.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하셨는데, 배우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초등학생 때 부모님 권유로 시작했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보조출연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지금까지 해오고 있어요.

Q. 그 동안의 작품들 가운데 기억에 남거나 와닿는 대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매 작품마다 여운을 길게 느끼는 편인데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첫 번째는 천국의 아이들 속 ‘성아’라는 아이가 했던 “너 골인하면 세레모니 같은 거 해줘.”라는 대사예요. 성아의 귀엽고 순수한 면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좋아해요 두 번째 대사는 스카이캐슬 중 혜나가 “알아서 잘 하세요. 이미 엎질러진 물.” 이라고 한 것이에요. 이 대사가 굉장히 파격적이었던 것 같아서 기억에 남습니다. 스카이캐슬은 예서랑 주고 받았던 대사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아요. 마지막으로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터치에서 “사람들에 맞춰 사는 것은 한수연이 아니지 않냐.”는 내용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데, 같은 직업인으로서 굉장히 공감이 되는 대사라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그 동안 만났던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요?

영화 천국의 아이들의 ‘성아’, 영화 굿바이 썸머의 ‘수연’, 그리고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혜나’가 인상이 깊어요. 세 인물의 공통점은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인데요, 제가 원래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지 이 역할들을 만났을 때 뭔가 막힘 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배우님만의 캐릭터 해석 방법이 있나요?

역할이 주어지면 세세하게 분석하기보다는 역할이 처한 상황을 많이 생각해요. 제가 정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인물일 경우에는 상상하면서 하곤 해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은 관찰해서 연구하기도 어렵고, 저는 다른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나라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연기하는 것 같아요. 본연의 김보라와 상상 속의 캐릭터를 잘 섞어서 연기하려고 합니다.

Q. 배우님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나요?

저는 최근까지 오디션을 통해서 작품을 해왔어요. 좋은 기회가 온다면 저는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것’을 기준으로 삼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인물의 성격이나 작품의 장르가 겹치지 않도록 고르는 것 같아요.

Q. 이제 데뷔 16년차가 되셨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해보지 않았던 것, 겁나서 마냥 피하기만 했던 것들을 가장 하고 싶어요. 굳이 하나를 꼽아보자면, 깨발랄한 말괄량이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서 한다면 앞으로 연기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자신만의 연기 철학이나, 연기에 있어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연기하지 말자’라고 새기면서 하는 것 같아요. 감정과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하면 그냥 ‘하는 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역할에 몰입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또 ‘상대방에게 말하듯이 하자’는 것은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중요시해왔던 것입니다.

Q. 연기에 있어서 자신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강점은 모르겠지만, ‘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장점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곤 해요.

Q. ‘스카이캐슬’에서 혜나를 연기하며 많은 사랑을 받으셨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혜나’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것 같아요. 한창 ‘혜나’로 불릴 때는 이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걱정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떠한 역할로 기억되고 불려지는 것이 굉장히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극을 할 때만큼은 정말 잘했고, 시청자분들께 몰입감을 심어줬다는 생각에 좋습니다.

Q. 성인이지만 학생 역할이 여전히 잘 어울리시는데, 이 점이 고민이 되실 것 같기도 해요. 어떠신가요?

생각보다 그 점에 대한 고민은 크게 없어요. 전 앞으로 30대, 40대가 돼도 꾸준히 연기를 할 건데, 그 때가 되면 교복을 입고 싶어도 입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흔히 말하는 동안 이미지나, 교복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 아직까지는 되게 좋습니다. 장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Q.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알고 있는데, 출연하신 독립영화 작품 중 소개해주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열여덟’이라는 작품을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 학교 학생의 작품인데, 제가 처음으로 찍은 학교 작품 이예요. 모범생인 친구가 학교 선생님을 좋아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선생님은 곧 결혼하실 분이었던, 이런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 시절의 풋풋한 배경과 감정을 너무 많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서 추천 드립니다.

Q.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21살, 22살 때 저는 상업 작품을 많이 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 당시에 ‘배우로서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단편 독립영화를 시작했어요. 찍으면서 힘든 점도 많이 있지만 촬영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 일했다’라는 성취감이 커서 좋습니다. 짧은 단편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점, 연출자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영화화된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Q. 사람들이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게 될 만 한 독립영화만의 특별한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뻔하지 않은 결말들로 인해서 가져오는 충격과 반전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뻔하지 않은 장르와 연출법이 독립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영상미가 독특한 경우도 있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생각보다 정확해요.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를 ‘특이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수 있는데, 독립영화가 참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취미나 자신만의 힐링 방법이 있나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자주 그리곤 해요. 어려운 그림이 아니라 낙서 같은 것을 종종 하곤 해요. 쉴 때는 가족들을 픽업하러 가거나 미뤘던 약속을 잡는 등 저도 모두가 쉴 때 하는 것들을 해요.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스트레스가 풀릴 때까지 집에 가만히 있거나 음악을 들으며 걸어요.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법 중에 하나예요. 바쁜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을 보다 보면 ‘나만 힘든 것도 아니지’ 하며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

Q. 어떤 배우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역할의 이름으로 불려지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저 역할을 했던 김보라’ 보다는 ‘저 작품 속의 누구’로요. 제가 누군가에게 큰 몰입감을 줬다는 생각에 뿌듯할 것 같아요. 또, 인간으로서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게 가장 듣기 힘들면서도, 가장 큰 칭찬 아닐까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것 같아요. 계속해서 필름 메이커스(제작스태프 커뮤니티)를 뒤적거리며 단편영화를 하고 있을 거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인하대학교에 있는 많은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제가 다시 재학을 하게 된다면 아는 척 해주시고, 단편영화를 제작하시는 분들은 DM으로 연락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정인 기자 1219284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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