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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하다] N번방 사건, 끝까지 조명해야···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뉴스를 장악한 지금 끔찍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이다. 여성과 미성년자를 협박해 가학적인 성 착취물을 생산하고 텔레그램 속 단체방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공유 및 소비한 사건이다. ‘단체방 안에서 피해자들은 ‘노예’라고 불렸으며, ‘나눔’, ‘기부’라는 표현과 함께 성 착취물들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었다. 단체방 속 수많은 이용자들은 끔찍한 성범죄가 자행되는 것을 ‘방관하고만’ 있었다.

 텔레그램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한 포털 사이트에는 ‘N번방 눈팅만 했는데 처벌받나요’, ‘텔레그램 채팅방도 나가고 탈퇴했는데 처벌받나요’라는 질문들이 다수 게시됐고, 카카오톡에는 N번방 기록을 지워준다는 오픈 채팅방까지 개설됐다. 한 인격체가 학대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던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의식 때문인지, 잘못이 드러나는 것 때문인지는 의문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 착취물 유포 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텔레그램 이전에도 성 착취물은 소라넷, 웹하드, 다크웹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소비돼왔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처벌은 너무도 초라했다. 일례로, 아동 성 착취 사이트 ‘웰컴투코리아’의 운영자는 많은 지탄을 받았음에도 고작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의 결과, 왜곡된 성 관념이 끔찍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병적인 행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비뚤어진 성 인식이 뿌리깊게 박혔으며, 그에 대해 너무도 안일하게 대처해왔음을 보여준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원의 참여인원은 200만 명에 달한다. 해당 청원 이외에 다른 관련 청원까지 총 5개의 관련 청원이 진행됐고 총 600만 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었다. 또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N번방 사건 공론화를 위한 해시태그 운동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 국민적으로 특히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가 극에 달한 지금, 이제는 분노로만 끝나선 안될 것이다.

 지난달 16일, 여성과 미성년자를 협박해 가학적 영상을 촬영하게 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거됐다. 송치과정에서 보여진 그의 얼굴에서는 일말의 죄책감도 드러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었다. 조씨 이외에도 아직 검거되지 않은 관련자들이 남아있다. 이번 사건마저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플랫폼에서 또 다른 ‘N번방’이 생겨날 것이다. 이미 포르노 사이트에서는 N번방과 관련한 검색어가 다수 기록됐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철저한 조사와 처벌 없이 사건이 잠잠해진다면 성 착취물에 대한 ‘홍보’만 하는 꼴이 될 것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답변 생방송에 출연해 “악질적인 범죄행위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생산자, 유포자는 물론 가담, 방조한 자도 끝까지 추적·검거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이 사건이 받는 주목이 그저 ‘이슈’로만 끝나지 않길 바란다. 화제성에 의해 크게 들끓었다가 식어버리고 잊혀지지 않길 바란다. 고통 받는 피해자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조사가 끝까지 철저하게 진행되길 간절히 바란다.

박정인 기자  1219284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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