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교육인적자원부는 200여개의 4년제 대학 가운데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연구중심대학 15개 정도를 육성하고 나머지는 산업계의 수요에 부응하는 특성화된 교육중심대학으로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고, 또 연구와 교육의 복합형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연계지워 대학구조개혁을 강요하면 대학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교육중심대학을 선택할 경우 취업에 적합한 맞춤형 교과과정의 편성과 취업률의 향상을 강요받을 것이다. 실용적이지 않은 학문은 도태될 위기에 놓일 것이다. 대학은 비판성, 창의성, 종합성을 내용으로 하는 본래의 속성을 상실하고 전문직업학교의 처지로 전락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대학이 굳이 4년 과정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기왕의 전문대학과의 차별성에 대한 회의도 등장할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은 일반대학원 및 전문대학원과 병행한다. 전문대학원을 선도하고 있는 분야는 의학 및 치의학이고, 법학이 그 뒤를 잇는다. 건축학, 약학, 나아가 사범교육도 전문성이 강조된다면 그러한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연구중심대학 및 전문대학원 체제로 갈 경우 대학들에 요구되는 것은 학부교육의 체제개편이다. 연구와 전문성의 획득은 대학원에 맡겨질 것이기 때문에 현행 전공위주의 학부교육은 개편되지 않으면 안된다.
　일찍이 연세대는 2년 과정의 학부대학을 설립했고, 그 뒤를 이어 서울대가 기초교육원을 세워 교양기초교육을 분리 강화했다. 금년에는 성균관대가 학부대학을 만들어 글쓰기를 중심으로 한 창의성 교육의 체계를 갖추었다. 이것은 단지 교양교육 자체의 강화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함으로써 세계 일류대학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한 준비이다. 이들 학부대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적 감수성, 사회과학적 분석력 등 전문성을 획득하는데 필요한 기초적인 자질에 관한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독창적으로 사고하고, 말하고, 글로 표현하는 것, 그럼으로써 독창적인 논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의 함양이다. 외국어도 단지 회화에 그치지 않고 독창적인 사고를 외국의 언어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기초교육이 대학 2년 과정에 집중되어 전공과정을 위한 기초과정으로 오해되는 점이다. 이 점은 기초교육의 난이도에 따라 전공교육과 병행하여 학부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편성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학부대학, 기초교육원, 교양과정부 어느 것 하나 없이 우리 학교는 어떤 형식의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영어와 컴퓨터, 문장작법으로 구성된 대학교 전체필수 17학점 이외에, 전적으로 전공의 기초과정으로서의 구실밖에 하지 못하는 학부 단위의 교양과정, 그리고 역시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율선택에 맡겨진 비체계적인 자유선택과목들로서는 창의적인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어렵다. 실용·직업교육의 황사를 맞으며 교양기초교육의 황폐화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인하대 신문사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