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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성장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안전법규 마련 절실
본교 학우들이 이용하는 공유 전동 킥보드 ‘지빌리티’

 최근 거리에서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기기를 ‘퍼스널 모빌리티’ 라고 하는데 가까운 거리를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추세다. 하지만 관련 교통법규는 시장 성장을 쫓아가지 못해 이용자와 보행자, 운전자를 위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공유 전기 자전거 ‘카카오 T 바이크’

퍼스널 모빌리티가 주목받는 이유

 한국교통연구원은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2016년 6만 대 수준에서 2022년 20만대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수요자 증대를 토대로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역시 커진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렇듯 퍼스널 모빌리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퍼스널 모빌리티는 내연기관을 이용한 기존의 이동수단과 비교하면, 크기가 매우 소형화돼 편의성과 휴대성이 뛰어나다. 속도도 제법 빠른데, 걷는 속도가 4km/h라면 대부분의 퍼스널 모빌리티는 20km/h 정도의 속도를 낸다. 일반적으로 걷는 것보다 약 5배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가격 경쟁력도 상승 중이다. 보급 초기 퍼스널 모빌리티는 1천만 원이 넘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100만 원 이하의 저렴한 제품들도 많이 출시돼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길어져 시판된 대부분의 최신 제품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대여가 가능한 공유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미국의 ‘라임’, 중국의 ‘모바이크’는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킥고잉’ 등의 기업이 누구나 자유롭게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도록 돕고 있다. 구입비 부담 없이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해서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증가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사고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에 따라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 최근 4년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전동 킥보드 사고는 총 528건으로 2015년 15건에서 2018년 233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표한 전동 킥보드 사고 사상자 수도 퍼스널 모빌리티 사고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2017년에는 128명, 2018년에는 242명이 전동 킥보드 사고로 다쳤고 심지어 지난해 10월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전동 킥보드에 치여 사망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퍼스널 모빌리티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에서는 미성년자가 음주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운전하다 주차된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같은 달 40대 남성도 혈중알코올농도 0.112% 상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다 택시와 충돌했으며 음주운전 면허취소처분을 받았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나 전동휠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는 원동기 범주에 포함돼 인도나 자전거도로에서 주행이 허용되지 않는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차도에서만 운행해야 하고 운전자는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 사용자 대부분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별다른 안전장비 없이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행자나 자동차와 부딪혔을 때 바로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특히 차도에서 주행하다 위험을 느낀 이용자가 인도에서 주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전거, 스쿠터와 달리 전동 킥보드나 전동 휠에는 경적이 없다 보니 보행자가 알아서 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퍼스널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안전대책과 총괄적인 법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법규·규제는 더디다

 현행 법규로는 위험성이 큰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을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퍼스널 모빌리티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제2조19호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는 배기량 50cc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로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 13조에 원동기는 보도와 차도가 구별돼 있다면 반드시 차도로 다녀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법률 수정을 하지 않을 경우 전동 킥보드는 반드시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 이 경우 속도가 시속 20km에 불과하고 보호 장비가 없는 퍼스널 모빌리티는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에서 자칫하면 큰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킥보드와 고라니를 합친 ‘킥라니’ 라는 비하 용어가 생겨날 정도다.

 또 차도 위를 달리기 위해서는 자동차 관리법 등의 안전인증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는 자동차 제작사의 자기인증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인증 자체를 받을 수 없다. 법률상 차도에서만 주행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차도 위를 달리기 위한 안전인증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자전거 도로도 이용할 수 없어 실질적으로 통용 가능한 법규가 필요한 상태다.

 더욱이 전동 킥보드 운행을 위해서는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나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만약 면허가 없는 사람이나 만16세 미만 청소년에게 퍼스널 모빌리티를 빌려주면 도로교통법 제56조 제2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일부 킥보드 공유 서비스에서는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로 면허증 없이도 전동 킥보드를 빌릴 수 있어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면허를 가진 성인이 퍼스널 모빌리티를 빌려 미성년자에게 양도해도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퍼스널 모빌리티를 판매하거나 대여할 때 이런 사항이 잘 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판매자 혹은 대여자 측에서 불법을 방조하는 셈이다. 최근 ‘스마트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전기 스쿠터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기본적으로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지만 홍보 문구에 이런 내용은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판매 직원도 주요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다른 이동 수단과 달리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다 사고가 나면 보험으로 배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사고가 났을 때 무보험 교통사고로 처리될 확률이 높다.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보험 상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사실상 법적으로 퍼스널 모빌리티가 방치된 상황에서 요원한 이야기라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의 수요가 생각보다 적고, 빈틈이 많은 법 제도로 손해가 생길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한다.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도로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퍼스널 모빌리티 후진국?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퍼스널 모빌리티 운영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가장 큰 유럽의 ‘개인이동수단 도로이용 법규’를 보면 동력보조 이동기기는 도로 이용이 전면 불가하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개별 평가 후 한시적으로 운행이 허가된다.

 독일은 퍼스널 모빌리티 운행 방법에 있어서 원동기장치자전거에 준해 면허 취득, 번호판 부착 등을 설치한 경우 자전거 도로 주행을 할 수 있고, 자전거 도로가 없을 시 차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 허가를 받으면 인도에서도 주행할 수 있다. 또 모빌리티 보험이 있어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기기를 운행하지 못하도록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영국은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세금, 운전면허증, 보험료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으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퍼스널 모빌리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스웨덴, 싱가포르에서는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의 자전거 도로 이용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관련 법규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고 규제 정비도 미진한 형편이다. 최근 정부는 전동 킥보드와 전동 휠 등 대안적 교통수단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에 맞게 법 제도를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월 이찬열 의원은 개인형 이동수단의 법적 개념을 정립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도 주행안전기준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시속 25km 이하 속도의 퍼스널 모빌리티도 자전거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국소비자원 설문에 따르면 ‘안전한 전동 킥보드 이용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 으로는 주행 공간 개선(135명, 67.5%)이 꼽혔다. ‘가장 안전한 주행공간’ 으로는 자전거도로(95명, 47.5%)라는 답변이 많았다. 하지만 소관 기관이 불명확해 입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1인용 스쿠터 ‘세그웨이’를 타고 있는 사람들

안전한 퍼스널 모빌리티 정착을 위하여

 퍼스널 모빌리티는 등록제가 아닌 관계로 판매 수치는 현재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단지 한국교통연구원에서 2019년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10만대 수준이라고 추산했을 뿐이다. 더불어 이들의 2016년 당시 분석처럼 실제로 퍼스널 모빌리티 판매량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여태껏 안전기준이 규정된 것은 1월 고지된 후 8월 발효된 ‘안전관리법상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구분’ 정도가 전부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칼럼에서는 ‘지금 필요한 것은 전체를 아우르는 규정’이라며 ‘기존 자동차 외 모빌리티는 새로운 법으로 규정해야 하는데 퍼스널 모빌리티를 총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한국형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동 킥보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사고 예방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사용자들이 정작 속도 규제 및 인도 운행 금지 등은 모른 채 퍼스널 모빌리티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교육 이수 수료증이나 면허증만이 아니라 청소년 의무교육과 교육 수료 점검 시스템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위에 언급된 문제들은 결코 가볍게 생각할 사안이 아니다. 인명 피해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도로주행을 허용하는 기준, 자전거 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기준, 운전면허 취득 혹은 면제의 기준 등 퍼스널 모빌리티와 관련된 다양한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와 기존 규제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김예은 기자  1219347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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