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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톡톡] 돈을 원하는 대로 찍어내면 우리 모두 부자가 될까?

 어린 시절 군것질과 고무 딱지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했고 500원이 유일한 화폐 단위였던 시절, 한낱 종이 따위가 500원 10개, 20개로 치환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 아직도 기억 난다. 그 때 이후 한동안 ‘프린터로 지폐를 그대로 뽑아 쓰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빳빳한 종이 하나 구해서 프린터로 지폐를 인쇄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문구점에 한동안 ‘돈 만들 때 쓰는 종이’가 있냐고 묻고 다녔었다. 사람들이 바보라 프린터로 뽑는 기발한 발상을 못했다고 생각했으나 그 기발한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경제사범으로 징역을 산다는 건 몰랐다.

 돈을 직접 만든다는 발상을 필자만 하진 않았을 것이다. 집집마다 조폐기를 소유해 돈을 찍어낼 수 있다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법하다.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왜 개인이 돈을 발행하면 안 되는 걸까?

 이를 알기 위해선 먼저 화폐를 공급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화폐를 보통 교환의 매개라고 한다. 화폐가 거래의 매개체이기 때문에 화폐도 사고 팔리는 특성을 가진다. 우리가 재화를 구매할 때 화폐를 판다고 볼 수 있으며, 재화를 판매할 땐 화폐를 구매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화폐는 일반적인 재화처럼 공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통상적인 재화의 경우 공급이 증가할수록 판매량이 증가하고 가격은 하락한다. 이를 화폐에 그대로 적용해보자. 화폐의 공급이 증가한다면 화폐거래량은 증가하겠지만 화폐 가치가 하락할거라 예측할 수 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제품을 구매할 때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상품에 대한 화폐의 교환가치인 물가가 상승함을 의미한다.

 즉, 화폐 공급이 증가하면 통화량(한 경제 안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량)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화폐 가치는 하락해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인데 그 결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국가가 경제 정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통화량을 통제, 예측하지 못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경기 변동을 겪을 수 있다. 통제 가능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 이외에 통화 발행 주체가 존재하면 국가의 통화량 증가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이 화폐가치 하락을 막지 못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면 교과서에 보던 장작 대신 지폐를 태우는 광경이 현실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개인이 자의적으로 돈을 찍어내기 시작하면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거지가 된다.

김범성 기자  12161416@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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