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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관례가 있느냐라는 반문

 어느새 11월이다. 나무는 노랗게 물들고 낙엽은 하나둘 떨어진다. 선선한 날씨에 학우들은 학교를 거닐며 사진을 찍는다. 즐거운 분위기로 학교가 가득 찬 것 같다. 후문가 가게들도 늦은 밤까지 불이 안 꺼진다.

 학보사의 불도 마찬가지였지만 사내 분위기는 학내에 만연한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11월이 시작되고 기자들이 어느 때보다 바빠졌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총대의원회로 뛰어가고, 이 기자는 간호학과 반지 사건을 조사하며, 또 다른 기자들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취재하느라 다들 숨 쉴 틈이 없었다. 이번 호 모든 기사가 놀라움의 연속이었으나 가장 당연스럽게 체념했던 것은 ‘관례가 있느냐’라는 반문이었다.

 다가올 선거에 공약을 검증하기 위해 담당 기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공약을 요청했다. 이에 총대의장은 ‘원래 후보자 공약을 신문사에서 중선위로 요구를 하시나요? 관례적으로?’라 되물었다. 관례라는 명목하에 지금까지의 학생사회에서 벌어지거나 은폐된 악습들을 너무나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관례라는 말이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번 총대의장의 발언은 머리를 맞은 듯한 어이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세상 어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공약을 요청한 언론사에 관례가 있냐는 반문을 할 수 있는가. 만약 다가오는 총선에서 OO일보의 기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XX후보의 공약을 요청했을 때 관례가 없다는 이유로 그것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예시를 들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선거관리위원회가 지향하는 공약 선거 즉, 매니페스토의 가치에 따라 후보자의 공약을 언론사에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실 가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도 아니다.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안 줄 이유가 없다. 만약 총대의장의 말과 같이 언론사에 후보자의 공약을 주지 않는 관례가 있다면 주지 않을 것인가. 총대의장이 말하는 관례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까지도 도통 모르겠다. 원칙을 넘어서는 관례가 도대체 어디 있던가.

 좋은 관례는 미덕이 되지만 나쁜 관례는 악습이 된다. 그 개탄스러운 관례와 관행이 학생사회를 잠식시키고 있다. 이번 신문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명문 규정이 없을 때 행해지는 관례는 간호학과의 반지 사태가 됐고 관례가 명문 규정을 우선한 것은 동아리연합회 비대위장 임명 사건이 됐다.

 최근에 있던 이러한 사건뿐만 아니라 본교 학생사회의 과거를 바라봐도 이러한 일들이 빈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고 있는 과거의 관례 타령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너 몇 살이야’ 사건이다. 과거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는 오랫동안 참관인 허가제였다. 그러나 이후 의사 공개의 원칙에 따라 참관인 신고제로 개선되었으나 다시 관례를 들먹이며 허가제로 바뀌었다. 원칙이 배제되고 관례와 관행만 남은 그때의 중앙운영위원회는 그 대단한 ‘관례’에 따라 참관인을 문전박대하고 반말과 고성을 일삼았다. 한 중앙운영위원회 위원은 참관인에게 ‘너 몇 살이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관례의 폐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다시 신고제로 돌아왔지만 관례에 의존한다면 위 같은 사건이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항상 관례가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원칙이 바로 섰을 때 미덕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관례가 있어야만 옳은 것인가’, ‘관례가 학생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학생자치기구의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

서정화 편집국장  12182947@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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