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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영화] 벌새(House of Hummingbird, 2018)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1994년을 살아가는 은희는 평범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이다. 학교에서 ‘날라리’로 뽑히기도 하고 공부에 큰 소질도 없다. 방앗간 집 막내딸 은희에게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부모님과 툭하면 사고를 치는 언니, 그리고 상습적으로 자신을 폭행하는 오빠가 있다. 은희는 이러한 불안정한 가족 관계 속에서 공허함과 허전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은희는 절친한 친구, 남자친구, 좋아하는 후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은희와 이들 사이의 관계는 은희가 원하는 것처럼 견고하지 못하다. 절친한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는가 하면 동갑내기 남자친구는 같은 학교 친구와 바람을 피며 은희에게 이별을 고한다. 또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던 후배 여자아이는 계절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변심하고 자신을 떠나간다. 은희가 어른이 돼가는 과정 속에 마주하는 세상은 차갑고 아득하기만 하다.

 만화 그리기 외에 흥미가 없었던 은희는 한문 학원에서 새로운 강사 영지를 만나게 된다. 친구와 학교, 가정 안에서 벌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와 관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은희는 영지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한다. 영지는 은희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그녀의 감정에 공감하며 은희가 나약한 존재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다. 또한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며 은희에게 등대 같은 역할이 돼준다.

 은희는 영지에게 묻는다. '선생님은 자신이 싫어질 때가 없었어요?' 그러자 영지는 대답한다. '난 내가 싫어질 때, 그 마음을 들여다봐. 아, 내가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벌새>는 은희의 시선을 통해 1994년 봄, 여름, 가을을 비춘다. 모든 관계의 중심이 ‘나’이길 희망하는 마음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다양한 변화들, 그 변화들을 받아들이면서 은희는 점점 성장한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이 나기도 모자란 그 때, 맘껏 사랑 받고 사랑하고 싶은 그 때. 치열한 경쟁사회와 성적순으로 순위가 나눠지는 학교 분위기 속에서 은희가 받는 상처는 당연시된다.

 포스터에 적힌 '가장 보편적인 은희로부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누구나 은희일 수 있으며 은희의 시선은 결코 은희만의 시선이 아닌 우리 모두의 시선일 수 있다. 차별과 무시가 만연한 사회에서 은희는 생존하고 견디기 바쁘다. 은희가 겪은 1994년은 2019년 현재와 다르지 않다. 여전히 사회적 통념과 요구들이 개인을 통제하고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로 1초에 80회 이상의 날개짓을 한다. 희망과 사랑 그리고 생명력을 상징하는 벌새는 은희의 여정과 닮은 구석이 있다. 은희는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의 아픔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단단해지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은희는 세상에게 묻는다.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이연진 기자  121822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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