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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책] 시간을 파는 상점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를 사고로 일찍 잃은 온조는 ‘시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떠난 자가 남긴 기억, 남은 자의 소중한 시간, 시급과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의 가치 등 시간의 의미에 관심을 갖는다. 이에 온조는 ‘시간을 팔아 돈을 벌어 보자’는 생각으로 인터넷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개업한다. 그 후 사람들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특별한 부탁들을 들어주게 된다.

 첫 의뢰인 정이현은 온조에게 친구가 훔친 PMP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을 요청한다. 사실 물건을 훔친 친구는 부모님의 강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습관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아이였다. 친구는 이에 죄책감을 느껴 옥상에서 떨어지겠다고 예고한 뒤 홀로 남해의 한 섬으로 떠난다. 정이현과 온조는 친구를 찾아가고 셋은 서로 격려하며 바람 부는 언덕을 오른다. 혼자서는 오르기 힘든 바람의 언덕에서 시간을 함께 보낸 뒤 마침내 친구의 마음을 돌린다.

 또 다른 의뢰인 강토는 ‘할아버지와 맛있게 밥을 먹어 달라’는 의뢰를 한다. 강토의 부모님과 할아버지는 현재 자신의 시간만을 생각하느라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이 일로 흩어져 서로를 용서하지 못했던 강토와 가족들은 온조의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함께 모여 할머니의 유언대로 망탑봉 꼭대기에서 유골을 뿌린다.

 이외에도 자신이 죽고 남겨질 보육원 아이들에게 매달 편지 배달을 부탁한 작은선생님의 의뢰를 수행한다. 온조는 그에게서 시간을 붙잡고 싶은 간절함을 느끼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타인과 의미 있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점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깨닫고 운영 방향을 무보수로 바꾼다. 

 책에서 온조의 어머니는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딱딱하게 각져 있지만은 않는다는 거, 그리고 시간은 금이라는 말이 좋은 말이기도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지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시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기억과 같이 과거의 일을 현재로 불러오는 추상적인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또, 내 시간을 자신의 의지로 사용할 수 없는 사람에게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은 잔인한 말일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시곗바늘을 따라 산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생활하며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냈다고 후회하기도 하고 시간에 쫓겨 허덕이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은 단지 ‘현재’의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한참 지난 일인데도 생생한 추억, 떠난 사람이 내 안에 남기고 간 시간 등 다양한 ‘시간’이 있다.

 각자에게 다른 ‘시간’의 의미, 누군가에게 귀중한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간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시간에 대한 의미를 새로이 찾아볼 수 있다.

이정민 기자  1218230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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