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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톡톡] 수준원점이 뭐길래?

 본교에 갓 입학하고 친구 따라 제2기숙사를 오가던 시기에 처음 봤던 ‘수준원점’은 창고나 경비실인 줄 알았다. 주변 콘크리트 건물과 나무 사이에 숨은 듯한 인상을 줘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식이 크게 바뀌게 된 것은 밤에 산책할 때였다. 수준원점의 황토색 벽돌이 주변 환경과 조명에 어우러져 아름답게 보였다.

 수준원점은 본교가 선정한 교내명소다. 형태는 지름 3.3m인, 높이는 3.36m인 원형 건물이며 수준원점이란 수식어를 빼더라도 명소라고 불릴 만한 풍경을 가졌다. 그런데 제아무리 대단한들 낡고 작은 건물에 불과한데 과분할 정도로 아름답게 가꾼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수준원점이 뭐길래’ 이렇게 공들여 관리하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해발고도와 수준원점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산의 높이를 구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할까? 일단 지구의 중심을 높이 측정의 기준으로 삼아보자. 지구의 반지름은 약 6,400km이다. 지구의 중심을 기준으로 고도를 측량한다고 가정하면 기존 m에서 km로 단위부터 달라질 것이다. 또한 원점을 정확히 잡는 것도 어렵고 기능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고도를 측정할 때는 대체로 해수면을 기준으로 한다. 산의 높이를 말할 때 소위 해발(海拔)이라는 단어를 붙이는데 앞에 바다 해(海)자는 해수면이 기준점임을 의미한다.

 이제 설악산의 높이인 1,707m를 측정할 때 어떻게 기준점을 잡는지 생각해보자.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 해수면이 시간에 따라 큰 폭으로 변한다. 동해의 경우도 밀물과 썰물 현상이 발생하므로 해수면이 조금씩 변한다. 즉 해수면을 특정 값에 고정하지 않으면 해발고도 역시 시간에 따라 변하게 된다. 기준을 고정하기 위해선 측정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전국 5개 곳 앞바다의 해수면을 장기간 측정해 0m로 간주할 평균 해수면 값을 정했다. 이후 해발 26.6871m를 기준점으로 정했고 육지에 정밀하게 옮겨와 고정했다. 이것이 본교에 위치한 수준원점이다. 따라서 수준원점은 전국에서 가장 정확한 해발 고도 값을 가진다.

 고도를 아는 것은 건설 분야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예를 들어 도로를 설계할 때 도면상으로 각 지점의 고도를 알지 못한다면 이 부분이 내리막인지 오르막인지 직접 측량하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다. 그 외 교량 건설, 지도 제작, 건물 높이 제한 등 토목과 건축은 수준원점을 빼놓고 성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준원점은 정밀하고 효율적인 국토개발에 효시가 됐다. 대형 고속도로, 댐, 초고층 빌딩 같은 주요 건축물을 포함해 전 국토의 건축물이 교정에 위치한 작은 건물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수준원점은 우리의 예상보다 많은 역할을 해온 것이다. 수준원점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지금처럼 아름답게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알면 알수록 다르게 보이는 수준원점은 전국 명소 중 하나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김범성 기자  12161416@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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