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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학보사를 마무리하며

 종이신문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신문구독자는 점점 줄고 있으며 특히나 20대 종이신문 구독자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조중동한매경’이라 불리는 전국일간지도 이런 상황이니 전국 학보사의 처지는 폐간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4학기 동안 학보사에서 시간을 보내며 부수의 축소와 독자인 학우들의 무관심은 몸소 체감해왔던 일이다. 기사를 쓰면서도 문득 ‘조만간 발행 횟수가 줄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언론의 역할은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잘못을 비판하는 것에 있다. 임기 내내 필자도 저런 역할을 수행해보리라 하는 다짐을 해오며 노력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번은 총학 비대위 관계자에게 취재 협조 요청을 한 적 있다. 받은 답변은 “솔직히 알다시피, 신문사보다는 우리가 대표성이 있는 기구다. 그러니 관련 기사는 이번이 아닌 다음 신문에 내는 것으로 알고 있겠다”며 언론 편집권의 자유를 침해했다. 교내언론과 함께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중앙자치기구가 오히려 게이트키핑을 종용하고 있으니 당시 느꼈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한 번은 지면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써서 독자들의 보는 눈이라도 즐겁게 만들자는 포부로 레이아웃을 변경한 적이 있다. 변경한 레이아웃에 중앙일보 편집팀은 본지와 계약한 단가가 낮아 그 이상은 안된다며 본지 발행에 투입된 자본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느끼게 해줬다.

 

 무엇보다 큰 장애물은 인력난이다. 필자가 수습기자일때 기자 수에 비하면 지금의 기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해가 바뀌면서 학보사에 지원하는 인원도 적어질 뿐만 아니라 중간에 포기해버리는 기자들도 늘어났다. 기자수가 줄어든다고 해야 할 일의 양도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업무량의 증가로 하나의 기사에 들여야 할 노력과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또다른 문제는 잃어버린 보도의 신속성과 정확성이다. 한 학기에 5번 발행이라는 부족한 횟수로는 해당 기능을 실천하기에 한계가 있다. 3~4주에 한 번씩 발행돼 이미 지난 일에 대해 다시 짚어주는 소위 ‘뒷북’ 정도로 치부될 수 밖에. 심지어 학보사를 동아리로 알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니 어쩌면 본지를 읽는 독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독립 언론이 아닌 교내에 소속된 기구로서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 학보사에 경제적 운영을 지원하는 학교와 신문의 실질적 독자인 학우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양쪽의 갈등을 취재하는 기사의 경우 어느 한 쪽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항상 아쉬웠던 점은 보도가치로써 영향력이 있거나 비판받아야 마땅한 일도 누군가의 요청으로 지면을 뒤로 배치하거나 기사를 수정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이다. 경제적인 지원에 학보사의 존폐위기가 결정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 합리화해왔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응어리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보사 기자들은 매주 몇 시간씩 진행되는 회의를 하고 더 나은 보도거리를 찾기 위해 고뇌하고 있으며 더 심층적인 취재를 위해 힘쓰고 있다. 누군가가 싣지 말라고 강력하게 제기해도 학우들의 알 권리와 공익을 위해 애쓴다.

 

 필자도 학보사를 하면서, 특히 국장직을 맡으면서 언론의 기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 홍보성 보도거리를 지양하고 학우들을 대표해 옳지 않은 일에 대해 올바른 비판을 하는 신문을 만들고 싶었다. 보도뿐만 아니라 기획이나 코너 기사조차도 더 나은 주제는 없을지 걱정해왔다. 그러나 나름의 노력에도 나 또한 부족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허전한 마음을 안고 학보사를 떠나면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 목적의식을 가진 기자가 남아있는 한 인하대학신문사가 존속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우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독자들의 관심만이 기자를 발로 뛰게 하는 원동력이며 언론의 역할인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기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종강호 마감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새벽경 신문사의 불이 꺼지지 않는 한 인하대학신문사가 계속되길 바란다.

박유진 편집국장  12172967@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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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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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1617** 2019-06-03 09:20:49

    고생많으셨습니다. 시대가 시대다보니 종이신문의 인기가 없지만, 국장님께서 지키고자 했던 가치는 언젠가 빛을 발하리라 확신합니다. 고맙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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