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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명품

명품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

 

가난의 상품화, 가난포르노

 인천 동구 만석동에 위치한 ‘괭이부리마을’에는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내려와 정착하며 형성된 쪽방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허름한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쪽방촌의 지붕은 주저앉아 있고 좁은 골목 바닥에는 연탄 여러 장과 주인을 모르는 우편물들이 널브러져 있다.

 

 문제는 이곳에 ‘인천시 동구 옛 생활체험관 설치’ 계획이 확정되면서 발생했다. 그럴듯한 명칭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달동네를 상품화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에어컨도 없이 지내다 보니 여름엔 현관문을 열어두고 생활하는 곳에 외지인들이 문 앞을 서성거리며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것이 동물원의 원숭이 취급과 다름없는 계획이었다. 주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은 백지화됐다.

 

 이러한 ‘가난의 상품화’ 즉, ‘가난포르노’는 패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운동화 브랜드 ‘골든 구스(Golden Goose)’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골든 구스는 본래 빈티지한 디자인의 스니커즈가 주력 상품인데, 점점 ‘빈티지스러움’이라고도 할 수 없는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신발의 앞코 부분에는 접착테이프가 붙어있고, 진흙처럼 보이는 것이 묻어 있는 것도 모자라 낡아서 다 헤져 찢어진 운동화를 겨우 이어붙인 듯한 디자인의 스니커즈가 신상으로 나왔다. 해당 스니커즈는 ‘가난을 조롱하며 상품화했다’며 논란에 휩싸였지만 재고가 없어 구매가 어려울 만큼 인기를 끌었다.

 

 명품이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을 일컫는 말이다. 명품 브랜드는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기 때문에 앞서서 다른 브랜드의 본보기가 돼야한다. 그러나 명품의 세계에서 누군가는 죽도록 벗어나고 싶어 하는 가난이 누군가에게는 패션으로 소비되고 있다.

 

 가난이 죄가 되는 사회에서 가난을 포르노로 소비하지 않는 미덕 정도는 갖춰야 진정한 명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한 구절이 있다.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도 못해 본 일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쳐 몰랐다’-박완서, <도둑맞은 가난>

박유진 기자 12172967@inha.edu

 

명품은 어떻게 명품이 됐을까?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가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의 명품 브랜드들을 볼 수 있다. 이런 브랜드를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이런 명품은 언제부터 명품이었을까? 어떻게 명품이 됐을까?

 

 명품의 시작은 오뜨뀌뛰르(주문 제작복)으로 대량 생산 의복보다는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단지 가격 때문에 명품(名品) 이라 칭할 수 없다. 패션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명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혁명적으로 등장해 디자인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 예시로 수많은 명품 브랜드 중 ‘샤넬’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샤넬은 프랑스 의류 브랜드다. 창설자 가브리엘 샤넬은 작은 모자 가게를 시작으로 디자인을 시작했다. 가브리엘은 수녀원에서 수녀복을 보고 자란 영향으로 어두운 검정과 흰색을 주로 이용한 디자인을 했다. 샤넬은 패션계에 엄청난 혁신을 불어 일으켰다. 당시 1910년대 파리 상류층 여인들의 여성복은 주로 부풀린 모자와 큰 모자, 코르셋 등을 착용하며 화려함과 흰 피부를 강조했다. 가브리엘은 이런 관습을 벗어나 짧은 단발머리 머리 모양을 보여줬다. 당시 시대에서 단발머리는 흔치 않은 모습이었다. 이런 혁신적인 머리 모양과 마치 장례식을 떠오르게 하는 검정 톤의 패션은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기존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디자인에서 좀 더 편리하고 간편한 디자인이 등장한 것이다.

 

 또한 샤넬의 디자인은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디자인이었다. 샤넬의 가장 혁신적인 점은 여성의 실루엣 변화다. 무거운 머리를 단발머리로 자르고 코르셋을 제거했다. 그리고 남성 속옷에 주로 이용한 저지소재를 이용해 샤넬의 스테디셀러인 ‘리틀 블랙 드레스’를 완성했다. 세계 대전이라는 시대의 변화와 맞물려 이런 샤넬의 디자인은 여성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하며 사회에서의 자유와 권리를 찾아줬다.

 

 이런 샤넬의 디자인은 1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효하다. 여전히 명품으로 칭송받으며 그 명예를 전 세계적으로 누리고 있다. 클래식으로 남은 이런 명품들은 디자인으로 세상의 많은 변화를 끌어냈다. 패션의 힘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명품이 명품으로 남는 이유는 겉모습만이 아니다. 사회를 변화하고 또 다른 세상으로 끌어낸 값진 역사의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신지은 기자 12173930@inha.edu

 

2-30대의 명품 소비 증가

 최근 20대와 30대의 명품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에서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명품의 소비가 촉진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명품 브랜드들은 희소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극진한 쇼핑 서비스 등을 내세워왔다. 명품관에 소수의 인원만 입장이 가능하고 흰 장갑을 낀 직원이 정성스럽게 들려주는 설명 또한 명품 소비에 포함된 호사였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던 명품 브랜드들은 온라인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SNS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그들이 명품을 접하는 경로도 변화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대중화된 럭셔리로 재편된 것이다. SNS의 발달은 명품 소비 촉진에 엄청난 윤활유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의 명품 소비 증가가 명품 소비 촉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로 정보기술에 능통하다는 특징을 가지는 세대로, 그 어떤 세대보다 SNS에 민감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명품 브랜드들은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SNS로 무장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를 당연시하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 SNS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이다. 여러 셀럽들과 SNS상 유명인들에게 협찬을 하고 바이럴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됐다. SNS라면 뒤쳐지지 않는 우리나라 젊은이들(88만원 세대)은 이러한 마케팅에 자연스럽게 현혹된다. 명품을 가까운 곳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끊임없이 소비가 촉진되는 것이다. 범접할 수 없는 분야라고 느껴지던 명품의 위엄이 도전하도록 만드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작게는 화장품에서 가방, 의류, 시계 등 고가의 제품들이 이제는 SNS를 통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명품이 대중화 된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명품은 대중화 되기 이전부터 희소성을 무기로 상류층만 향유하는 문화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왔고 명품을 소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를 동경하기에 바빴다. 본인이 명품을 소비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SNS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명품은 ‘이정도면 나도 소비할 수 있겠다’라는 심리를 촉진시키고 이에 현혹된 소비자들은 명품 소비를 부담하게 된다. 모방소비가 더 활발히 이루어 질 환경이 마련됐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자랑스러워진 시대가 된 지금 개성은 명품이라는 매체를 통해 고가의 개성으로 표현된다. 꼭 고가의 것으로 표현되는 것만이 멋스러운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김선경 기자 12182872@inha.edu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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