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식당에서 거의 모든 식사를 해결하는 지극히 평범한 자취생이다. 콩알만한 자취방에서 요리한다고 설쳐대기도 좀 그렇고, 생활비도 전부 벌어서 쓰는 처지에 상대적으로 비싼 (3000원이 넘는) 학교 주변 식당 밥을 먹기엔 무리가 있어서 언제나 학생회관 3층의 1400원짜리 백반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불만과 안타까움이 끊이질 않는다.
　반찬? 솔직히 부실하다. 하지만 14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저녁 시간 즈음의 학관 3층 식당을 보면 알겠지만 이용자 대다수가 복학생들로, 어차피 군대에서 먹을 거 못 먹을 거 다 겪은 선수들이라 저칼로리 저단백의 반찬 정도야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냐? 제발 양이라도 많이 달란 말이다.
배식구 안쪽을 향해 “반찬 좀 많이 주세요!"라고 아무리 절규해도 공허한 메아리만 울려 퍼질 뿐 아주머니들은 꿈쩍도 안하신다. 그분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으랴. ‘학생들이 더 달라고 해도 절대 응하지 말 것' 따위의 행동 지침을 내렸을 게 분명한 관리자들의 횡포일 터.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맛난 밥을 먹는 학우들은 어차피 학교식당에서 저녁을 먹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주 고객은 20대 초중반의 혈기 왕성하고 식욕 충만한 자취생 학우들. 오후 6시경, 거짓말 조금 보태면 두 젓가락 만에 없어져 버리는 반찬과 함께 저녁을 때우고 나면 도서관에 한 세 시간만 앉아 있어도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새파랗게 젊다는 한 밑천으로 어떻게든 버티기는 하지만 ‘누구는 학생식당에서 1년 내내 밥을 먹었더니 영양실조에 걸렸다더라' 하는 어이없는 우스개 소리도 그곳을 즐겨 이용하는 학우들로서는 단지 실없는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건 왜일까.
　지난 10월, 1200원이었던 학관 3층 백반의 밥값이 1400원으로 인상됐다. 값은 인상됐지만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반찬은 그대로라도 좋으니 많이나 줬으면' 했던 배고픈 학우들의 자조 섞인 푸념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찬의 질을 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니 아예 언급도 않겠다.
얼마 전에 부실 도시락 파동으로 온 사회가 떠들썩했다. 그만큼 사람에게 먹는 문제는 중요하다. 점수 1점이라도 올려보려고 시험이 끝나면 교수님 찾아가는 친구들, 밤늦게까지 레포트에 매달리는 친구들, 새벽부터 꾸벅꾸벅 졸며 토익 강좌 듣는 친구들. 다들 좋은 직장 얻어 잘 먹고 잘 살려고 이 고생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학생들이 배 곯지 않으며 공부 좀 하려는데 도와주지 않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각박하지 않은가. 식당이야 어차피 위탁 업체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니 ‘손해 좀 보더라도 우리를 위해 베푸시오' 같은 맹목적인 강요는 성립될 수 없다. 뭐 반찬 조금 더 주는 게 그토록 심각한 적자 요인이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학교가 도와줄 순 없는 걸까? 나야 뭐 일개 평범한 학생인지라 수십, 수백 억대 규모의 학교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은 모르지만, 건물 새로 짓고 이런 저런 기념사업에 쓰는 기금 중 조금이라도 떼어서 학생들 식사에 보태주는 건 안 될까. “우리 학교 600주년 기념관이 예술이지! 우리 노천극장은 어떻고?" 이런 자랑들 틈에서 “야야. 우리 학교는 학생들 건강까지 챙겨줘. 원래 3000원짜리 밥인데 반은 학교에서 내주고 우리는 1500원만 내는데 진짜 웰빙 식단이라니까!" 이런 자랑으로 으쓱해질 수 있는 건 정녕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김정석 (일어일본·3)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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