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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브렉시트, 세계를 뒤흔든 한번의 선택

 ‘브렉시트’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말이다. 영국을 뜻하는 ‘Britain’과 탈퇴를 뜻하는 ‘EXIT’가 합쳐져 BREXIT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이 단어는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하는 19개국)탈퇴를 지칭하던 그렉시트(Grexit)에서 처음 왔다. 이는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 이상으로 국제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시각이다. ▲정치 ▲경제 ▲문화 ▲산업 등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향후 몇십 년간 브렉시트의 여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U 탈퇴 논의, 그 시작은

 2016년 6월 23일 진행된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 참여한 영국 국민 3355만 명의 51.9%인 1742만 명이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지며 반대(48.1%)를 3.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 탈퇴가 공식적으로 결정됐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싹트던 2008년 세계 경제위기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를 시작으로 그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EU의 재정 악화가 심화되자 영국의 입장에서는 부담해야 할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이를 근거로 보수당을 둘러싼 EU 잔류 반대의 목소리가 확산됐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

 영국 내 탈퇴파의 탈퇴 이유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민자 문제, 주권 침해 문제, 분담금 문제가 그 주를 이뤘다. 2015년 기준, 영국으로 유입된 이민자 수는 37만 명 수준이다. 당초 영국이 예상한 10만 명에 비해 3배 이상이나 되는 수치였다. 특히 취업 목적의 이민자 수가 크게 증가 해 자국민의 취업 기회를 뺐는다는 반이민 정서가 팽배해졌다. 이민자의 값싼 노동력은 자신들의 임금 상승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여론도 점차 확산됐다. 때문에 EU에 탈퇴하면 이민자 유입을 시스템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주장이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분담금 문제 역시 EU탈퇴파의 의견 중 하나다. WORLD ECONOMIC FORUM에서 발표한 세계 ‘SOFT POWER’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각 국에 대한 문화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국제 사회에서의 막대한 문화적 영향력과 독일 다음으로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음에도 EU내에서 자국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어려웠다. 때문에 영국 내에서는 분담금으로 교육, R&D, 신사업 육성 등에 추가 지원을 하는데 좋다는 여론이 일었다.

 

 반면 EU 잔류측은 ▲무역 ▲EU예산 ▲규제 ▲이민자 측면에서 각각 ▲관세면제 혜택 소멸로 대 EU수출이 위축될 우려 ▲1가구 평균 340파운드 부담, 10배 가까운 경제이득 ▲국가 별 단일 규제 불가능 ▲이민자 유입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 밖에도 ▲단일시장 ▲투자 안정성 증가 ▲관세동맹 혜택 ▲북아일랜드 독립 억제 등 영국이 EU에 잔류함으로써 얻는 혜택도 많아 잔류 측과 탈퇴 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캐머런 공약, 국민투표, 혼란

 브렉시트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공약에 의해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그는 2013년 선거를 앞두고 “영국 정치에서 유럽연합과 관련된 질문들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다시 집권한다면, 2017년 안에 브렉시트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당시 찬반이 갈리는 주제였음에도 캐머런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올리는 공약을 했다. 실제 캐머런은 집권에 성공했다. 집권에 성공한 캐머런과 보수당은 다수당의 입지를 이용해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계속된 경기 침체와 투표 직전까지 이어진 EU 탈퇴파의 흑색선전은 영국 국민들로 하여금 브렉시트를 택하게 했다. 이를 공약했던 캐머런 역시 국민 투표 직전 “영국이 EU에 남아야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 함께(together)’다. 우리나라와 전 세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협력이 필요하지 않은 과제는 없다”며 잔류를 호소했으나 투표 결과는 캐머런의 예상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준비되지 않은 브렉시트, 섣부른 결정이었나

 누구도 이 정책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음에도 영국 국민의 EU 탈퇴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안은 비교적 손쉽게 의회를 통과했다. 보수층 내부의 찬반 논쟁이 브렉시트 투표의 흐름을 주도 했으며 야당인 노동당은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노동당의 당론이 EU잔류였다는 점과 반대로, 노동당의 지지기반인 정통 제조업 지역에서 탈퇴의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보수당의 국민투표를 저지하지 못했고 노동장의 지지기반 지역에서 오히려 탈퇴 여론이 우세했다는 점에서 제 1야당인 노동당은 브렉시트 문제에서 정치적 역할이 부족했다는 평을 피할 수 없다.

 

브렉시트가 초래한 결과

 브렉시트는 영토에 대한 문제를 품고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간의 국경과 검문이 부활해야한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영국 잔류를 원하는 연합주의자와 아일랜드와 통합을 원하는 민족주의자들이 수십년 간 분쟁을 벌인 지역으로 1998년 벨파스트 협정 체결 및 EU 출범이 이후에야 양국 간 왕래를 허용하며 충돌이 잦아 들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영국의 통치하에 있는 북아일랜드가 독립적인 국가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분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영토문제와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일 세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보고서를 통해 2016년 6월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매주 약 6억 파운드(8천900억 원)씩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불확실성 충격이 영국의 투자 증가를 억눌렀다”며 “최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며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는 발표를 했다. 더불어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7% 급락하는 것을 비롯해 상당한 수준의 글로벌 신뢰도 하락을 겪으며 영국의 GDP는 5.5% 줄어들 것”이라 경고했다.

 

브렉시트 진행 상황

 영국과 EU는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염려하고 있다. 현재 브렉시트는 영국 하원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는데 번번이 부결되는 실정이다.

 

 브렉시트에 대한 협상안은 1, 2단계 협상으로 진행됐다. 2017년 12월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있던 1단계 협상 내용은 ▲브렉시트 분담금 납부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 ▲영국 내의 EU 시민권 문제 등의 협상이 이뤄졌다. 2단계에서는 무역 등의 구체적인 경제 현안에 대한 협상이 이뤄졌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양측 의회(영국-EU)의 비준을 받아야 효력이 생긴다.

 

 올해 1월 16일 브렉시트 합의안 1차 승인 투표가 영국 하원에서 부결됐다. 이후 투표 역시 모두 부결되며 EU와 영국 그리고 세계 각국이 염려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3월 11일 메이 총리는 “영국에 사는 유럽연합 시민들이 권리를 보호받도록 하고 싶다”고 말하며 “영국과 EU는 합의안을 상정했으나 제 2 승인투표 마저 부결됐다. 계속된 부결에도 하원은 현재 노딜 브렉시트는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브렉시트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브렉시트의 사회적 의미

 이처럼 섣부른 브렉시트 논의와 국민투표는 영국의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뿐만 아니라 EU와 국제 사회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영국과 주변 국가들은 피해를 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장 어떤 브렉시트 합의안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하원을 통과하기는 어렵다고 점쳐진다. 우리가 복잡한 이 사태 속에서도 반드시 찾아야할 교훈을 무엇일까. 당선을 위한 포퓰리즘과 국민투표 과신에 의한 정책 실패가 아닐까.

 

 현대 사회에서는 브렉시트처럼 중대하고 복잡한 정치적 사안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이 논쟁적이고 복잡한 사안을 다수의 결정에 따르는 투표의 방식으로 처리하는게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확고한 정책적 가치관 또는 정책의 합리성 등의 기준 없이 상황이나 민중의 뜻에 따라 정책을 펴는 정치 행태를 대중영합주의 즉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브렉시트를 포퓰리즘에 의한 결과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사회적 숙의를 거치지 않은 브렉시트를 선거에 이용할 목적으로 공약한 캐머런의 모습에서는 포퓰리즘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

 

브렉시트와 그 미래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면 대다수 인간이 정치적, 경제적 가치를 잃은 ‘무용 계급’으로 전락할 것이다”고 전망하며“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 포퓰리즘의 부상 등이 국제적 차원에서 국가 간 협력이 이뤄질 기회와 능력을 저해하며 위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포퓰리즘의 득세가 국가와 국제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브렉시트 진행 과정에서 하라리의 이런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이 사태는 서구사회에 번지는 포퓰리즘과 정치인들의 선동, 그리고 다수의 투표 결과를 무조건 정의롭게만 받아들이는 현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다. 또한 성급한 정책 결과와 국민투표의 과정에도 대중의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는 대의제의 한계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또다시 누군가가 권력과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캐머런 같은 선택을 한다면 세계 인류는 다시금 혼란의 수렁으로 빠질 것이다. 인류는 브렉시트 사례에서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대의 민주주의의 문제점 등을 편견 없이 복기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당장 브렉시트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유사한 혼란을 다시금 재현 시키지 않는 것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실 정치 속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할 가치가 있겠다.

박준서 기자  12182886@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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