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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당신의 ‘성(性)’은 안녕하십니까?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불법 영상물을 유포한 ‘정준영사건’은 연일 뜨거운 이슈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이후 ‘정준영 동영상’이라고 불리는 불법 촬영물이 퍼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메신저 등에서 동영상을 공유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2차 피해’의 문제도 심각하다. 피해자로 다수의 여성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포털사이트에서 정준영의 연관검색어로 묶이기도 했다. 심지어 불법 촬영 사진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이 유명 연예인의 이름과 함께 거론되며 퍼져나가기도 했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지털 성폭력은 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생활 ▲신체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하고 유포·전시하는 행위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을 포함한 성범죄를 말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불법 촬영물을 전달하는 것도 범죄에 해당한다. 이렇듯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소비하는 모든 행위가 범죄다.

 

 디지털 성범죄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에 대해 지적하거나 지적받지 않은 채 그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한 2000년대 이후 불법 촬영물을 찍고 유포하는 범죄와 그로 인한 피해자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식과 반응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정준영사건’ 이후 불거진 대학교수들의 잇따른 망언은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외대 서양어대학 모 교수는 “정준영은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라는 발언을 했다. 또한 폴리텍대학 모 교수는 “’정준영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면 남학생들에게 보여줬을 것이고 좋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자리 잡혀 있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불법 촬영물과 관련한 처벌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불법 촬영과 유포뿐 아니라 단순히 시청하는 행위 역시 가해 행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법령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시청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고 품평한 자체로 피해자에게는 큰 고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점차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법을 개정해서라도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법 개정으로 인한 효과를 바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억측과 신상을 파헤치는 ‘2차 가해’를 중단하고, 불법 촬영물의 소비를 지양해야 한다.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과 불법 촬영 및 유포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하는 행위 등이 근절돼야 한다.

이연진 기자  12182295@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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