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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과잠의 품격

 학과 점퍼(이하 과잠)의 계절이 찾아왔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면 ‘INHA’와 같이 학교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은 이를 애교심과 소속감의 상징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학벌주의가 낳은 산물이라고 표현한다. 과잠은 정말 학벌주의의 표상인가?

 

 학교와 학과마다 과잠의 디자인과 색상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학교와 학과명을 강조해 소속을 드러낸다. 재학생에게는 소속감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되고, 해당 대학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1865년 하버드 대학교 야구팀이 입은 유니폼이 시초인 과잠은 학교의 이름이 새겨진 두꺼운 니트의 모양이었으나 1930년대 이후 보온성과 활동성을 위해 오늘날의 점퍼가 됐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대학에서는 과잠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대학문화에서는 필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편화 된 과잠이 미국에서는 왜 사라진 문화가 됐을까?

 

 대학가는 아니더라도 미국에서는 남녀노소가 ‘HARVARD’가 새겨진 티셔츠, 맨투맨, 후드티 등을 입는 모습을 볼 수 있다. ‘HARVARD’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과잠문화’가 대학 고유의 문화로만 받아들여진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 혹은 60대 할머니가 ‘SNU(SEOUL NAT’L UNIV.)’가 새겨진 과잠을 입는다면 우리는 이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이질감이 한국사회의 폐쇄적인 공동체주의로부터 파생됐다고 본다.

 

 물론 하버드 정도의 네임밸류를 가지는 학교는 흔치 않다. 따라서 하버드가 대학을 브랜드화 시킬 수 있었던 것도 네임밸류를 배제하고 설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과 미국 각각에서 ‘과잠문화’가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곳 모두가 소속감 고취와 정체성 확보를 염두에 둔 것은 사실이다. 이미 학벌주의가 고질적인 문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과잠문화가 배척할 이유가 없는 문화다. 문화의 시초부터 조금의 차이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두 국가의 과잠문화에 대한 엇갈린 운명은 그 후의 태도에 더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우리나라는 폐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냄으로써 공동체주의를 더 견고히 한다. ‘우리만의’, ‘우리끼리의’ 문화를 만들면서 집단이 공유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풍조는 공동체주의의 부정적인 부분만 챙겨버렸다. 원래 과잠의 목적이었던 소속감 향상에 폐쇄적인 공동체주의가 강화시킨 학벌주의가 더해져 과잠이 학벌주의를 나타내는 표상이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에 과잠이 학벌주의가 낳은 산물이라고 표현되는 것은 피할 수 없던 결과가 됐다. 폐쇄성이 소속감을 고취시키는데 제 몫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소속감과 애교심이 변질돼 다른 의미의 ‘과잠’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에 ‘과잠’이라는 문화가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돌아보자.

김선경 기자  12182872@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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