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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역사

1.

무엇을 역사라 말할 수 있을까. 역사는 과거에 대한 기록이다. 인류의 역사는 언어를 사용한 이후로 지속해서 기록돼 왔다. 동일한 역사적 사실이라도 서술 자의 기술 태도에 따라 내용과 방향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역사가 랑케는 “역사가는 자신을 숨기고 사실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란 말을 남겼다. 그는 실증주의적인 입장에서 역사를 객관적 태도로 정확한 사실만을 묘사하려고 했다. 이 입장은 역사 서술에 있어서 서술자의 주관성이 엄격히 통제 돼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 정치, 권력에서 벗어나 그대로의 사실을 기술하는 것이 역사임을 강조한다.

그는 이러한 객관주의로 당시 어지럽던 역사학 내에서 독자적인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역사학 내에서 객관성의 가치를 보다 높였고 이는 근대 사학을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현대의 사회는 온갖 음해와 왜곡이 넘쳐난다. 당장 명백한 사실을 두고도 가짜 뉴스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정보는 한 순간 생성돼 꾸준히 그 몸집을 키우고 변질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주관성이 하나 둘 모여 결과적으로 객관적 사실을 왜곡한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후대에 오래 남는 역사에서만큼은 기술자의 주관성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만으로만 주목하려던 랑케의 태도를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당장 눈에 보이는 정보 너머로 독자 스스로 역사적 의미를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2.

역사를 올바르게 연구하고 배우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 없이는 현재도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역사를 알게 되면 과거의 인간 생활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현재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해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 인식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나라의 부끄러운 역사는 감추거나 왜곡하려 하고 자랑스러운 내용은 과장하기 마련이다. 또한 국가적 문제를 유리하게 해결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조선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의 여성들을 일제의 군대에 강제로 끌고 가 고통을 겪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그런 일이 없었다’, ‘그들은 강제로 끌려나가지 않았으며 스스로 참여했다’라고 이야기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중국 또한 동북공정을 통해 중국 동북 지역의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사료를 마음대로 삭제하거나 덧붙여 주변국의 역사를 없앰으로써 소수 민족의 독립을 막고 안정된 통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계속되는 주변 나라들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무조건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양국과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해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급선무다.

 

매체를 통한 역사왜곡도 심각하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 드라마는 방송 전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창작된 이야기며 일부 가상의 단체와 인물을 다루었음을 알려드린다”는 안내 화면을 내보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나 영화 작품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제작된다는 점이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중 어떤 내용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별할 수는 있지만 작품을 접하는 세계의 수많은 이들이 비판적 시선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역사는 한 민족의 발자취이다. 이미 끝난 일들이지만 다시 돌아봐야 한다. 역사왜곡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제대로 된 역사를 알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역사교과서를 편찬하는 좋은 사례가 있다. 두 나라는 이 책을 통해 양국의 역사 갈등과 쟁점을 확인하고 역사를 함께 바라보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역사를 왜곡하려는 태도보다 역사를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해석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3.

역사(歷史)란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이기도 하다. 즉 임진왜란이나 시민혁명과 같은 사건들만 역사가 아니라 어제 내가 했던 모든 것도 역사이다.

어느 나라든 ‘족보’라는 것이 있다. 족보란 한 씨족(동족)의 계통을 기록한 책이다. 한 집안의 계통을 기록한다는 것은 그 가족만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족보에 이름을 하나하나 써 내려가며 자신의 역사에 자부심을 가진다. 사람들도 누구나 자신만의 역사가 있다. 이처럼 개인의 역사는 지금도 흘러가고 있으며 기록되고 있다.

조선 시대에도 본인들의 일화를 각색해 소설집을 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자신의 일대기를 설화처럼 꾸며 이야기를 해 나가듯, 각자에게 진행되는 역사를 전파한다. 오늘날 누군가의 인생은 소설이 되고 본받는 하나의 지침서가 됐다. 어쩌면 역사는 사람들이 걸어온 발자취인 만큼 가장 개인적이며 다양한 것이고 흥미롭다.

가끔 집에서 청소하다 보면 가족 앨범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 작은 앨범 속에는 낡은 가족의 역사로 꽉 채워져 있다. 그 사진 속에는 자신의 탄생부터 유치원복을 입고 다니던 유년시절과 장난기 많던 청소년까지 한 개인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그것을 지켜본 부모님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큐레이터’다. 나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세세한 행동과 말 한마디까지 그들은 전부 기억하고 있다.

또한, 자식들은 알 수 없는 부모님의 과거를 마주하기도 한다. 자신과 얼핏 닮았지만, 과거 속에 멈춘 그 사진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물관에서 안내를 듣는 것처럼 부모님과의 대화로 또다시 누군가의 역사로 빠져든다. 그들이 걸어온 인생이 하나의 역사임을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이런 작은 역사가 모여 한 시대가 탄생하고 또 다른 시대를 낳는다.

누군가의 삶을 뒤쫓아 간다는 것은 어쩌면 그 어떤 드라마보다 재미있고 어떤 영화보다 흥미진진할 것이다. 우리의 역사는 계속 진행 중이며 각자의 일대기는 그 누구의 것보다 소중하다.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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