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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푸른 기와 지붕의 집

 청기와를 덮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저 ‘청와대’에 가봤다. 개방적이면서도 비밀스러운 그곳 청와대는 어떤 모습일까? 아무나 함부로 방문하지 못할 것 같은 청와대는 사실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청와대 관람은 청와대 홈페이지의 관람신청을 통해 가능하다. 관람이 가능한 시간과 인원은 정해져 있으며 180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보안이 철저한 곳인 만큼 건물 내부의 관람은 불가능하고 건물 또한 ▲녹지원 ▲상춘재 ▲본관 ▲영빈관 등 한정적으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청와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철저한 경비와 다소 차가운 첫인상

 청와대로 향하는 입구는 첫인상부터 긴장감을 준다. 대통령이 드나드는 문에는 봉황과 무궁화가 새겨져 있고 경호원 및 방문자가 통행하는 문에는 무궁화만 새겨져 있다. 입구의 차이부터 그 위엄을 보여주는 듯하다. 관람 전 청와대에 들어서자마자 검색대를 통과하고 소지품 검사를 한다. 신분증 확인으로 신분이 확인을 마친 후에도 보안을 위해 철저히 검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청와대를 거니는 내내 철저한 보안 때문인지 관람을 신청한 사람과 경호를 하는 사람 외에는 거의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한 모습 때문인지 청와대는 다소 차가운 첫인상을 준다.

수많은 나무들로 둘러싸인 청와대

 청와대 관람은 녹지원에서부터 시작된다. 녹지원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120여종의 나무가 있으며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 식수가 있는 곳이다. 매년 봄 어린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어버이날, 장애인의 날 등 각종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또 녹지원을 상징하는 소나무인 반송이 있는데 수령은 약 310년에 이른다고 한다. 반송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그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나무들은 한옥건물인 상춘재를 더 돋보이도록 하는 경관이 된다. 상춘재라는 이름은 ‘항상 봄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3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상춘재가 위치한 녹지원 주변은 푸르렀고 아직 오지 않은 봄을 먼저 느낄 수 있었다.

 청와대 관람순서에는 제외돼 있지만 입구와 밀접하게 위치한 춘추관은 현재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출입 기자들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프레스센터 1층은 기자들이 사용하는 기자실과 담화발표 등을 하는 소견실로 구성돼 있다. 춘추관이라는 명칭은 고려와 조선 역사기록을 맡던 관아인 춘추관·예문 춘추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오늘날의 자유 언론 정신을 잘 상징한다는 뜻에서 채택됐다. 춘추관은 기자들이 드나드는 여느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녹지원 한가운데, 310년 수령의 반송

천하제일복지

 녹지원을 지나면 청와대의 옛 이름, 경무대가 위치해 있던 터를 볼 수 있다. 현재 청와대의 위치는 1945년 8월 15일 광복과 더불어 군정장관의 관저로 사용되다가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돼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면서 경무대라고 불렸다. 그 후 1960년 윤보선 전 대통령이 경무대의 주인이 된 후 청와대로 개칭했고, 1993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이 기거했던 구관은 철거됐다. 철거된 경무대의 터는 아직까지 구 본관 터로 남아있다. 구 본관 터의 뒤쪽에는 구 본관 기와지붕에 올렸던 장식인 절병통이 표시와 기념을 위해 남겨져 있다. 이곳에는 천하제일복지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이는 청와대의 터가 천하제일의 명당이라는 의미다. 이 명당 터에 일제는 1939년 총독관사를 건립해 우리민족의 정기 단절을 획책함으로써 이 건물은 경복궁 내의 조선총독부 청사와 더불어 외세 침탈의 상징이 됐다. 천하제일복지이지만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1993년 민족정기를 바로 잡고 국민들의 자긍심을 되살리기 위해 구 총독관사를 철거한 후 옛 지형 그대로 복원해 이 터의 이름을 경무대라고 했던 것이다.

캡션-아픈 역사를 지닌 청와대 구본관 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우리가 청와대 하면 가장 익숙하게 떠올리는 모습은 본관으로 1991년 신축됐다. 본관 지붕에 있는 30만 장의 청기와는 일반 도자기를 굽듯이 한 개 한 개 구워내어 100년 이상 견딜 수 있는 강도를 지녔다. 또 우리나라 건축양식 중 가장 격조가 높고 아름답다는 팔작지붕을 올렸다. 햇빛이 맑은 날 가까이서 바라보는 청와대는 청기와가 빛을 내며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 청기와는 가까이서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다. 정면에서 본관의 전경을 바라보면 북악산을 등지고 주위의 나무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웅장함과 조화로움을 한번에 보여준다. 본관 앞에 넓게 펼쳐진 잔디도 그 웅장함에 힘을 더한다. 본관의 잔디마당은 녹지원의 잔디마당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야외행사장으로 사용된다.

 본관은 하나의 본관과 두 개의 별채로 이루어져 있는데 왼쪽의 별채는 세종실, 오른쪽의 별채는 충무실로 불린다. 본관에는 대통령의 집무실이 자리하고 있고 세종실은 국무회의가 열린다. 이뿐만 아니라 정상회담장으로 사용되는 집현실을 비롯해 인왕실, 무궁화실 등 기능별로 다양한 공간과 회의실이 마련돼 있다. 현 대통령은 본관에 있는 집무실보다는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여민관의 집무실에서 주로 업무를 본다고 한다. 여민관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과 함께 일하는 곳이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위(爲)민관에서 여(與)민관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건물의 이름이 정권이 바뀌면서 함께 변화한 것이다. 새 주인을 만날 때마다 이름을 탈바꿈하면서 청와대라는 건물이 매 정부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

영빈관을 등지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 기념식수

 본관은 다른 건물들 보다 한층 더 삼엄한 경비를 자랑한다. 입구부터 서 있는 두 명의 경호원들과 주위에 어떤 사람도 지나다니지 않는 모습은 큰 규모의 본관 건물이 주는 위압감을 극대화한다. 한국적인 미를 살리기 위해 높게 지어지지 않고 2층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높게 세워지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지는 위엄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는 건물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청와대는 상징, 위엄 등 대통령의 관저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낮고, 다소 수수하게 느껴지는 건축물이다. 대놓고 뽐내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한국적인 미를 표현한 대표적인 상징물로서 청와대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김선경 기자  12182872@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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