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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 나의 어린 왕자에게 展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앙투안 드 생택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읽어봤다면 누구나 알 법한 구절이다.

 

1943년 미국에서 출간된 어린왕자는 현재까지 180여 개 국어로 번역돼 가장 많이, 또 널리 사랑 받고 있는 책이다. 해방 이후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은 문학 작품 중 하나로도 꼽힌다. 출간 후 70여 년간 어린왕자는 영화, 만화, 드라마, 뮤지컬, 노래 등 다양한 장르로 재구성돼왔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를 통해 재창조돼왔으나, 미술에서는 이를 다룬 사례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이제는 포괄성과 탄력성을 띠는 현대미술이 도래됐다. 더 이상 삶과 예술을 구분 짓지 않으며 회화와 조각을 포함한 사진, 영상, 설치 등 모든 것을 그 매체로 삼는다. 특히 영상 설치 및 비디오 아트를 아우르는 미디어아트는 기존 미술의 취약점인 ‘서사성의 결여’를 극복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어린 왕자에게’ 展은 어린왕자 속 모든 상상력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했다. 미디어아트로 구현된 작품에 담긴 은유와 상징, 삶에 대한 통찰은 시청각적인 경험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현대미술의 상상력과 직관성을 통해 어린왕자라는 작품이 하나의 감각적인 세계로 재창조돼 우리의 눈앞에 드러난다.

 

전시가 시작되는 5층에 올라가면 사하라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되어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다. 볼트와 너트를 사용해 금속판을 겹겹이 쌓아 만든 어린 왕자 초상화와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재현된 B612의 동화적인 모습이 펼쳐져 있다. 어린왕자의 등장인물들이 그려진 커다란 수채화들 또한 우리의 감각을 사로잡는다. ‘어른들의 삶’에 익숙해져 있던 조종사, 즉 나 자신은 어린 왕자와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금 돌이켜 보게 된다.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 왕자의 말처럼 5층에서는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어지는 4층에서는 어린 왕자의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곳저곳 행성을 돌아다니던 어린 왕자는 마침내 지구에 도착한다. 여러 겹의 하얀 천들로 둘러싸인 설치 작업물 속에 들어서면, 여러 행성을 여행하며 만난 인물을 통해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 어린 왕자가 느낀 것처럼 우리는 현시대에서 볼 수 있는 이질적인 관계들을 반추하게 된다. 이어 ‘양 한 마리만 그려줘요’라는 어린 왕자의 부탁에 대한 응답을 그래픽으로 나타낸 영상 작업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보아뱀의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어린 왕자와 동행하면서 혹은 직접 어린 왕자가 되어서 어린 왕자가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듣고, 가장 소중한 것을 발견해 보는 시간이다.

 

필자는 어릴적 책을 읽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어린왕자를 전시회로 다시 만나게 돼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본 전시는 어린왕자를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와 함께 각자의 가슴 속에 묻혀 있는 어린 왕자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박유진 기자  12172967@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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