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르포] 어둠이 내려 앉은 차이나 타운





차이나타운 입구

인천은 청나라를 비롯한 열강이 첫발을 내디딘 곳이다. 1920년대 ‘청관거리’라 불리던 차이나타운에는 ‘공화춘’, ‘중화루’가 들어섰다. 이후 1967년 ‘외국인 토지소유권 제한조치’가 실행돼 더이상 장사하기 힘들어진 중국인들이 해외로 떠나가기 전까지 

차이나타운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북적이는 도시 중 하나였다. 그 외에도 먹거리와 볼거리 등이 가득하고, 한국이지만 중국식 건물이 많이 남아 이색적인 풍경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차이나타운을 향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줄어드는 방문객에 상권이 죽어간다는 차이나타운의 상황이 어떤지 알기 위해 직접 방문해봤다.

 

관광의 장애물

수인선 인천행을 타고 종점인 인천역에 내려 3번 출구로 향하면 차이나타운이 바로 옆이다. 지하철을 타고 차이나타운에 방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차이나타운 입구 옆에는 관광객 전용의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규모가 그리 넉넉지 않아 보였다. 명성에 맞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 관광객들을 모두 포용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크기의 주차장이었다. 또한 타지역의 관광객이 쉽게 찾아오기에는 어려울 만큼 주변의 도로 상황도 좋지 않았다. 수도권이 아닌 다른 곳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까지 찾아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자가용을 이용한다 해도 공영주차장은 오후 9시까지만 운영될 뿐만 아니라 이미 꽉 찬 주차장에 차를 세우지 못하고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모습이 종종 보였다.

수많은 짜장면가게

짜장면의 행렬

높고 커다란 중국풍의 입구를 지나 오르막 길을 걷다 보면 차이나타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낮고 긴 붉은 색의 건물들, 한자로 쓰인 간판들, 수많은 짜장면 가게들. ‘차이나’타운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모습을 기대했지만 중국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따금씩 보이는 한자로 쓰인 간판뿐이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타운을 구경하다 보면 보이는 것은 주로 짜장면집밖에 없었다. 또한 모두 같은 종류의 음식을 팔며 모두 자신의 가게가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입소문이 타 유명한 몇몇 가게를 제외하고는 주말임에도 가게에 사람이 거의 없어 파리만 날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재 차이나타운에서 팔고 있는 짜장면도 사실 중국식이 아닌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오래전에 개발된 것이니, 차이나타운에 남아있는 진짜 ‘중국의 것’은 없는 셈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곳마저 ‘짜장면’박물관이다.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이라는 차이나타운의 수식어가 무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중국의 것은 남아있지 않는 모습이었다.

텅 빈 거리

상권의 추락

차이나타운에는 ▲식당 ▲중국 도자기 가게 ▲장난감 가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시간대인 주말 저녁이라 가게가 제법 활기를 띄울 법도 한데 닫혀있거나 비어있는 상가가 다수였다. ‘임대 문의’, ‘점포 임대’ 등의 내용이 담긴 큼지막한 종이가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손님이 없거나 닫혀있는 가게들 사이에서 그나마 장사가 되는 곳은 차이나타운 안쪽에 위치한 양꼬치 가게였다. 같은 자리를 지키며 10년 넘게 양꼬치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겨울이라 날씨가 추워져 찾는 사람이 예전보다 더 줄었다. 평일에는 지금보다 사람이 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은 옛날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옛날보다 확연히 관광객이 많이 빠졌다. 많이 바뀐 모습이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워져 있는 상가

차이나타운의 어둠

차이나타운에 도착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돼 어둠이 내려앉았다. 붉은 홍등이 하나씩 밝혀지자 그제야 차이나타운의 ‘중국같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낮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붉은 색의 갖가지 조형물들이 차이나타운의 거리를 환하게 밝혔다. 추운 날씨임에도 길거리에서 먹거리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늘어났다. 파는 음식은 주로 ▲탕후루(중국 전통 간식거리) ▲공갈빵 ▲월병 ▲화덕만두 등으로 돌아다니면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 종류였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딸기, 사과 등 작고 알록달록한 과일에 물엿을 발라 빛이 나는 ‘탕후루’였다.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아 어린 아이들이 탕후루 앞에 멈춰 서서 사달라며 부모님을 조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발견되는 문제점은 탕후루를 파는 사람들이 부모의 동의 없이 아이들 손에 탕후루를 막무가내로 쥐어 주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손에 쥐어진 탕후루를 먹게 되고, 이를 뒤늦게 발견한 부모는 어쩔 수 없이 탕후루값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말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스러움’이란 아무리 찾아봐도 거의 마주할 수 없었다. 반나절을 넘게 머물며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지친 방문객의 얼굴과 닫힌 가게들뿐이었다. 방문객 중 한 명에게 차이나타운에 방문한 소감을 묻자 “유명한 곳이라서 큰 기대를 하고 왔지만 짜장면 맛이 특출난 것도 아니고, 풍경도 그저 그랬다”고 답변했다. 관광지로써의 특색은 사라진지 오래된 것이다. 어쩌면 인천 차이나타운의 골목 상권이 죽어가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인정과 배려가 있어야 할 곳에는 다툼과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재기를 위해 갖가지 차원의 해결방안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돼야 한다. 그 어느때보다 사회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유진 기자  12172967@inha.ac.kr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유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