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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꿈

 

꿈은 우리가 상상하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고, 더 이상 볼 수 없는 이를 마주하고. 꿈은 수면 중에 일어나는 일련의 시각적 심상으로 입면기를 지나 가장 얕은 잠을 잘 때 발생한다. 동의보감에서 꿈을 꾸는 것은 정신이 안정되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수면은 크게 비렘(non-REM) 수면과 렘(REM) 수면으로 나뉜다. 비렘 수면은 수면의 깊이에 따라 1, 2, 3, 4단계로 구분된다. 그 중 1, 2단계를 얕은 수면, 3, 4단계를 깊은 수면으로 간주한다. ▲입면 및 제1수면단계 ▲제2수면단계 ▲제3, 4수면단계(서파수면단계) ▲렘 수면 순이다. 꿈은 얕은 잠인 제2수면단계에서 발생한다. 즉, 꿈을 꾼다는 것은 4단계 이상의 깊고 낮은 수면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악몽은 렘 수면상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렘 수면이 왕성한 새벽에 많이 꾼다.

사람들은 대개 좋은 꿈보다는 나쁜 꿈을 더 많이 꾼다고 한다. 이러한 악몽은 스트레스, 불안, 우울, 죄책감 등과 관련이 있으며, 외상을 입은 뒤에 나타나는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 증상이기도 하다. 3~5세 어린아이의 10~50%는 심각한 악몽을 꾸며, 성인의 50% 정도는 일시적인 악몽을 경험한다.

심한 악몽은 수면장애 중 하나로 취급된다. ▲불면증 ▲심한 졸음 ▲코골이 ▲수면무호흡 등 수면 장애의 원인은 부족한 수면시간과 큰 관련이 있다. 수면 부족은 악몽 외에도 신체에 다양한 악영향을 끼친다. 노인들의 조각나버린 잠은 건강에 치명타를 입혀 치매를 유발한다. 부족한 잠이 청소년에게는 두뇌 기능을 저하시킨다. 우울증 환자의 90%는 불면증을 앓고 있다. 수면 부족은 수명 단축의 원인을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수면 부족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통계상 국내 성인의 절반은 수면 부족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으로 OECD 평균 수면 시간인 8시간보다 2시간이나 모자라다. 수면 부족을 줄이기 위해서 ▲정시 퇴근 ▲유연근무제 ▲직장 내 짧은 수면시간 허용 ▲불필요한 회식 없애기등의 사내 복지를 마련하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지만 전부 모순일 뿐이다. 잠을 자는 것이 인간의 행위 중 가장 중요함에도 더 안락하고 나은 삶을 위해 잠을 줄여가며 달리는 이들은 다시 잠 잘 시간을 보장 받기 위해 일을 한다.

우리는 그저 결국 치열한 경쟁이라는 악몽 속에서 기본적 욕구인 잠이라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 꿀 뿐이다.

 

가끔 잠에서 깨면 방금 꿨던 꿈이 흐릿하게 기억날 때가 있다. 그 중 인상적인 부분을 더듬더듬 되짚어 보며 한 가지 의문을 품는다. ‘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해몽’을 찾는다. 기억나는 꿈의 내용을 토대로 그것의 의미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자신의 꿈을 인터넷에 검색해 수백, 수만 개의 해몽을 찾아본다.

해몽이란 말 그대로 꿈을 해석하는 것으로 꿈이 좋고 그름을 가리는 것을 의미한다. 크게 ▲현몽 ▲역몽 ▲길몽 ▲흉몽 ▲태몽이 있다. 그 중 ‘태몽’이란 잉태에 관한 여러 가지 조짐을 알려주는 꿈이다. 이 꿈으로 ▲잉태 여부 ▲태아의 성별 ▲장래의 운명 등을 풀이한다. 또한, 임산부만 꾸는 것이 아닌 가족들 심지어 이웃과 함께 꾸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태몽은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전통적으로 성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분류한다. 큰 동물이나 ▲고추 ▲용 ▲구렁이 ▲뱀 ▲미꾸라지 ▲무 ▲오이 등은 남자아이, 선녀나 ▲꽃 ▲비녀 ▲밤송이 ▲조개 등의 상징물은 여자아이의 태몽으로 여겨진다. 필자의 태몽 역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활짝 핀 큰 백합 이다.

이처럼 태몽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문화다. 태몽은 어디서 유래된 걸까. 태몽의 역사적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 (三國遺事)’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별한 꿈을 꾸고 위인을 낳았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공을 세운 인물들은 비범하거나 특별한 태몽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록들이 있는 이유는 우리 조상은 전통적으로 꿈에 기이한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태몽을 진중하게 생각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사회는 태몽을 가벼운 미신으로 여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 대부분은 태몽을 믿고 있고 그것이 존재할 것이다. 신기하게도 태몽은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보면 정말로 꿈에 신비한 힘이 존재하지 않을까.

 

꿈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해보자. 평소에 먹을 수 없었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시험 기간엔 꿈속에서 공부하고, 좋아하는 연예인과 데이트도 할 수 있다. 이렇게 꿈이라는 것을 알고 꾸는 ‘자각몽’ (Lucid dream, 自覺夢)은 한마디로 의식이 뚜렷한 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각몽을 꾸는 사람은 일명 ‘루시드드리머’로 불리며 꿈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드림 컨트롤러’라고 불린다. 그 꿈속 세상은 온전히 꿈을 꾸는 사람의 것으로 본인이 상상하는 대로 꿈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그곳에서 색다른 경험 또한 할 수 있는데 옛 중국의 사상가인 장자가 호접몽을 꾼 것이 그 예시다.

 

종종 인터넷에서 신비로운 꿈속 세계를 경험한 후기를 담은 글이 게시되고, 자각몽을 소재로 삼은 영화 <인셉션>의 흥행으로 인해 자각몽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지만 자각몽을 꾸는 것을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도 고등학생 때 루시드드리머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루시드 드림 전문 카페에서 자각몽을 꾸는 방법을 알려준 것을 따라 했는데 방법은 이렇다. 먼저, 자각몽을 꾸기 위한 충분한 동기가 필요하고, 두 번째로 꾸준히 꿈 일기를 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수면 스케줄을 파악하여 자각몽을 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꾸준히 따른다면 루시드드리머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루시드드리머가 되면 자신이 꿈속에 있는지 현실에 있는지 잘 분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리얼리티 체크(Reality Check)라고 불리며 줄여서 RC라고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물리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코 막고 숨쉬기 ▲손가락을 손등에 닿게 꺾기 ▲시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등이 있다. 영화 <인셉션>에서는 토템을 사용했다. 토템은 꿈과 현실을 가늠할 수 있는 각자의 고유한 물건이다. 주인공인 디카프리오의 토템인 팽이는 꿈속에서는 무한히 돌아간다. 한편 심리적인 RC는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내가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지?’라며 묻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꿈속이라면 방금 그 꿈속에 들어갔기 때문에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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