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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잡은 운전대

오는 27일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1차 정상회담이 진행된 2000년, 2차 정상회담이 진행된 2007년 이후로 11년만의 만남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지니는 의미는 단지 그 뿐만이 아니다.

오랜 역사 속, 대한민국은 ‘한반도’라는 차의 운전대를 제대로 다뤄 본 적이 없었다. 한반도의 운전대를 잡아 온 것은 본 국가를 둘러싼 강대국들이었다. 조선 말에는 우리나라 주권을 두고 청과 러시아, 일본의 다툼이 일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열강의 이익추구에 의해 남북이 분단됐다. 지난 사드 배치 논란의 실상은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에 있었다. 혹은 밀려오는 역사의 순간에 운전대를 뺏겨야 했던 순간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일제의 패망과 맞물린 광복의 순간, 3.1운동의 정신과 임시정부의 광복군은 한국을 독립시킨 주역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운전대의 주인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강대국들이 운전대를 두고 이 길이 맞네, 저 길이 맞네 싸우는 것을 그저 지켜 봐야 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지난 역사 속 무력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핵 도발이 발생한 2017년과 평창올림픽이 시작된 2018년이 맞물리며 역사의 순간은 다시 한번 밀려왔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그 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가 시작된 동계올림픽으로 기록되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했던 ‘평화 올림픽’ 속의 ‘평화’는 겨냥하는 바가 명확했다. 평창 올림픽에 대한 남한의 참여 유도에 북한이 응해오자, 동계 올림픽에서는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꾸려졌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던 민족은 빙판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북한에 대한 전 세계의 두려움이 증폭된 시기에 진행된 평화 올림픽은 마치 남한이 남북의 화합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처럼 보이게 했다. 동계 올림픽 이후,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결정적 계기의 대북특사파견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이 같은 대한민국의 조치에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 있었다. 즉, 남북정상회담은 대한민국이 운전대를 쥐고 스스로의 판단을 통해 도착한 목적지였던 셈이다.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향했던 목적지’였다면, 이제부터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운전대’가 된다. 북한으로부터 단계적이 아닌 ‘완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얻어, 북미정상회담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는 역할이다. 이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어엿한 운전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만약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돼 이번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북한체제 안정보장’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정부는 한반도를 넘어 세계적 평화를 끌어낸 외교의 주역에 올라설 수 있게 된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여겨졌던 북한과의 근접성은 지정학적 ‘축복’으로 변화한다. 국내의 한 보고서는 남북 간 철길을 통한 교역이 이루어질 경우, 두 자리 수의 고도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금껏 대한민국은 한반도에 대한 강대국의 판단을 운명처럼 받아들여 오곤 했다.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그들의 운전법 앞에 민족의 역사와 발전은 보장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을 거둔다면 우리는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다가올 남북정상회담을 낙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배주경  skwnru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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