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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전시] 두 번째 풍경

당신은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본 적이 있는가? 까만 밤하늘 사이에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모여 이뤄내는 도시의 야경은 언뜻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불빛들이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는 회사원들이 가득한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빛임을, 늦은 밤 도로를 달릴 수밖에 없는 차들의 움직임이었음을 알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서울의 야경을 온전히 사랑할 수만은 없다.

 

2018년 서울은 번화한 도시다. 과거 유례없는 압축성장과 현재 지속하고 있는 도시 재정비 사업, 속속들이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 재개발 등의 사업이 2018년의 서울을 만들었다. 서울의 외연은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혹자는 일컫는다. 겉으로 보이는 풍경에서 주거비용을 제외하면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이 외연처럼 정말 잘 살고만 있는 것일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두 번째 풍경>은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전시다. 우리가 바라보는 그럴듯한 서울의 풍경을 걷어내고 그 뒤에 있는 진짜 풍경, 그 두 번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잘 산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예전에 비해 잘살게 된 만큼 그와 비례하게 우리는 행복해졌을까? 우리가 매번 맞닥뜨리던 불편한 진실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대체 얼마나 더 잘 살아야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전시는 수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그 안을 들여다봤을 때는 지독한 삶의 연장선일 뿐인 야경처럼 겹겹이 쌓여있는 대한민국을 한층 걷어낸 가까운 진실을 전한다.

김기수, 노충현, 홍순명, 황세준, 김상균, 장종완, 안창홍, 이창원, 뮌 등 총 9명의 작가들은 과거와 현재에 기인하는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작가들은 대한민국의 현재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 갈등, 모순이 담긴 작품들이 사회를 목도하게 한다. 물질 만능주의, 사회적 불안과 동요, 고단한 삶과 희생 등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찰나의 순간들이 이 전시에 함축돼 있다. 마냥 아름답게만 보기에는 어딘가 불편한, 그러나 모두가 익숙히 공감할 수 있는 풍경들이 이어진다. 2018년, 우리가 이 시간에 다다르기까지 마주해야 했던 수많은 시간들도 이어진다. 북핵,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 아프리카 난민 등을 비롯한 난제들 외에도 빈부격차와 정치·사회·적 격변기를 담은 일상 속의 위기와 갈등이 그림을 통해 다가온다.

9명의 작가들이 그려낸 작품들은 각각의 메시지와 함께 제시된다. 언뜻 보고 지나친다면, 편안한 색채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 그림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작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빛이 내리쬐는 투명한 바다 그림은 2014년 4월 25일 세월호 사건의 팽목항이었으며, 청량한 느낌의 숲과 바다가 세상에는 없는 유토피아적 풍경이었음을 알게 되면 묘한 불안감과 함께 씁쓸한 탄식이 나오고 만다.

2018년은 이러한 잔인한 현실들의 연장선에서 맞이하게 된 시간이다. 우리는 이미 한차례 허탈한 정치적 격변기를 겪었다. 전시는 우리에게 묻는다. 가만히 팔짱 낀 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겠냐고. 비평적 사고와 비판적 성찰이 필요한 지금,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임현지 기자  ㅣ.hyeong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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