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 나치 독일의 선전 장관이었던 괴벨스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다. 선동은 쉽지만 반박은 어렵다는 뜻으로 국내에서 널리 쓰이기도 한다.

“미투 운동”이 올해 초 세간을 휩쓸고 있다. 먼저, 피해사실을 폭로한 여러 피해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이들의 용기를 방해하는 또다른 목소리가 있다. 바로 성폭력 관련된 사건마다 따라오는 “무고”다. 한국에서 이미 배우 곽도원 씨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를 상대로 거짓 폭로가 이뤄졌다. 모 연극, 뮤지컬 커뮤니티에 곽도원 씨로 추측되는 사람을 고발하는 글이 개제 됐으나, 글의 내용과 실제 곽도원 씨의 경력과 전혀 일치하지 않았음이 밝혀지고 해당 글은 금방 삭제됐다. 김어준 총수에 관한 무고는 어이없게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너무 부족해 허위라는 의심이 이어졌고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장난이었다’며 김어준 총수에게 사과하는 글을 게시했다.

국내에서 성폭력 무고죄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통계적으로도 국내의 무고죄 발생건수는 상상 이상이다.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해 동안 무고죄 발생 건수는 무려 3,617건에 달하며 이중 40%가 성폭력 무고인 것으로 집계됐다. 무고죄 처벌과 그 효용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재작년 문화계 내에서 성추문 폭로가 이어지던 와중에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시인 박진성 씨는 법정에서 무혐의 불기소 처리를 받았다. 허위사실로 박 씨를 고소한 두 명은 각각 기소유예와 벌금형이라는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미 박 씨의 출판 계약은 해지 됐고 출간한 서적도 출고가 정지된 상태이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미국에서도 고개를 젓게 만드는 사례가 많다. 미투 운동에 참여한 가수 케샤는 과거 자신의 프로듀서를 무고한 적이 있으며 모 여성 검사는 오히려 본인의 성폭력 가해 사실이 밝혀지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미국에서는 웬만하면 여성과 접촉하지 않는 ‘펜스 룰’을 따르겠다는 남성도 나타났다. 입증하기 어려운 무고죄로 자신을 보호하기보다 아예 건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성들이 여성을 기피하게 되면 집단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변질된 미투 운동이 무고 피해자의 개인적인 어려움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의 사회 진출에 족쇄를 채우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곽도원 씨의 소속사도 미투 운동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소송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본디 미투 운동은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미투 운동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대부분은 익명성 뒤에 숨어서 몇 마디 문장만으로 가해자를 지목해버리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발생했다. SNS상에서 누군가를 지목해 놓고 사실이 아닌 것이 밝혀지면 그대로 탈퇴해버리거나 비공개로 돌려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한번 세상에 알려진 명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미래에 누군가 “곽도원”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성추행”이라는 키워드가 붙을 것이며 사실과 다르더라도 배우 본인에게는 꺼림칙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결국에는 대중의 몫이다. 누군가에 대한 폭로가 있어도, 그 내용의 타당성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더 이상의 유포는 삼가야 한다. 모든 고발자에게 실명 공개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익명의 무분별한 거짓 폭로로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없이 마구 양산되는 가십성 언론보도는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투 운동, 더 나아가 사회 곳곳의 부조리를 청산하는 데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제일 처음 언급했던 문구는 사실 괴벨스가 한 말이 아니다. 저 문구야 말로 스스로를 증명했다. 참고로 괴벨스는 “나에게 그 사람이 한 말을 한마디만 알려 달라. 그러면 누구라도 바로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실제로 괴벨스가 한 말이다. 말 한마디로 범인(凡人)을 범인(犯人)으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미투 운동을 통해 한발짝 진보하기를 기원할 뿐이다.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낸 사람들’에게 경의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

최창영 편집국장  1216309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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