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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언어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체계.

 

1.

‘닭도리탕’의 어원이 일본어인지 한국어인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닭도리탕은 1992년 문화부에 의해 ‘닭볶음탕’으로 순화됐다. 닭도리탕 단어 중 ‘도리’라는 두 음절이 ‘닭’을 뜻하는 일본어 ‘니와도리(니와토리)’에서 비롯됐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를 두고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도리’가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을 나타내는 우리말 ▲도려내다▲도려치다▲도리치다에서 유래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려내다’는 칼로 조심스럽게 도려내는 것을 ‘도려치다’와 ‘도리치다’는 칼이나 막대기로 돌려가면서 거칠게 쳐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두 가지 설 모두 정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어원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일본어의 잔재를 청산해야 하는 의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38년, 일본은 우리나라의 민족혼을 없애기 위해 ‘국어 상용화 정책’을 실시했다. 이는 조선어를 교육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일본어 사용을 강제하려는 정책이었다. 나라를 점령당한 것도 모자라, 역사를 담은 언어를 뺏긴 민족의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것일 테다. 그러나 아픔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뎌졌고, 당시의 일본어는 우리나라의 언어생활에 스며들어 현재까지 남아있게 됐다.

일상 속에서도 일본어가 자연스럽게 쓰이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간지’나 ‘구라’는 모두 일본식 표현이다. 이들은 ‘멋지다’와 ‘거짓말’로 순화시켜 써야 한다. 다양한 연령층들이 사용하는 ▲다대기▲요지▲기스▲오뎅도 마찬가지다. ▲다진 양념▲이쑤시개▲상처▲어묵이 올바른 한국어 표현이다.

일본은 ‘창씨 개명’과 더불어, 행정 개혁을 명목으로 땅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는 ‘창지 개명’도 단행했다. 한국땅이름학회에 의하면 서울 지명의 30% 가량은 일본식 잔재라고 한다. 영등포구의 ‘도림동’과 구로구의 ‘신도림동’ 등에 포함 된 ‘도림’이 그러한 예다. 이는 일대 야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는 뜻의 일본어 ‘도야미리’가 발음하게 편하게 ‘도림’으로 변형된 것이다.

일본의 민족문화 말살 때문에 훼손된 역사가 아직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를 치유하는 것은 민족이 해야 하는 임무이자 의무다. 이미 입에 익어 편하다는 이유로 강제된 일본어의 잔재를 계속 사용한다면 역사의 상처는 영영 치유될 수 없다. 잘못된 언어생활을 의식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2.

누구나 한 번쯤은 TV를 보다가 화면 하단에서 손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화는 손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시각언어다. 수화는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수단이다.

누군가는 '청각장애인들은 볼 수 있으니 수화방송을 할 필요 없이 자막을 내보내거나 문장을 적어서 소통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물론 청각장애인들도 학습을 통해 비장애인들이 자막을 읽는 것처럼 문자로 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청각장애인에게 문자는 어디까지나 소통이 가능할 뿐이지 편하거나 이해가 잘 되는 수단이 아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오랫동안 같은 청각장애인이나 가족, 사회복지사 등 수화를 구사하는 주변 인물들과 수화로 소통을 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에게 음성 언어의 문자 표기는 잘 쓰지 않는 외국어처럼 어색하며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자막이 아닌 수화자막이 적합하다.

TV 방송에서는 어렵지 않게 수화 자막을 볼 수 있지만 문화 공연에서의 청각장애인 복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6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장애인 중 청각장애인은 29만 1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국 영화, 연극의 자막은 아직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법원은 최근 장애인들에게 영화 관람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위반한다는 판결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한국 영화, 연극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제공을 의무화하는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1월 발의했다. 이를 통해 청각장애인에 대한 자막 등 편의 제공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유머에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 비장애인들에게는 당연하고 쉬운 일이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은 영화를 보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장애인의 문화생활 장벽을 허물기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영화가 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는 미디어 밖에서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들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청각장애인에게도 문화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다. 나아가 제작, 판매 등의 과정에서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3.

당신은 아마 생소한 제주 방언을 듣고 혼란을 겪은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제주 방언은 여타 지역 방언 사이에서도 그 뜻을 추측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지역 방언으로 꼽힌다. 제주만의 고유한 어휘들이 존재하고 있어, 이로 인해 의도치 않은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삼촌’이라는 호칭은 사전에 규정돼 있듯, 아버지의 남자 형제 중에서 아버지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부를 때 쓰이는 것이 보통의 경우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남자 형제뿐만 아니라 이모, 고모 등을 포함하는 부모님의 모든 형제들을 ‘삼춘’이라고 지칭하곤 한다. 심지어는,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이 아니라 하더라도 성별을 불문하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삼춘'이라는 호칭을 붙여 부른다. ‘삼춘’이라는 호칭은 제주에서 웃어른을 지칭할 때 일종의 친근감을 더하는 표현으로 통용된다. 즉, 시장에서 처음 만나 고작 몇 마디를 나눈 아주머니가 ‘삼춘’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과거 고등학교 모의고사 언어 영역 문제로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 ‘순이 삼촌’이 지문으로 제시된 적이 있다. 이때 '삼촌'이라 지칭되는 순이 삼촌의 성별은 여자였다. 그러나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삼촌’을 일반적인 뜻, 즉 아버지의 남동생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의도치 않게 소설을 오독해 버렸다. 사실 순이 삼촌은 아버지의 남동생도 아니고, 혈연관계에 있지도 않은 단지 동네 아주머니일 뿐이었다. ‘삼촌’이라는 호칭으로 인해 소설 이해에 혼란을 겪은 학생들은 무엇이 잘못된 건지 찾으려다 시간을 허비하고 시험에 큰 악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건 이후로 언어영역에서는 특정 지역 학생들에게만 유리할 수 있는 심한 방언은 잘 나오지 않게 됐다. 또한, 만약 나오더라도 친절하게 각주를 달아주게 됐다고 한다.

‘몽니’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몽니’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심술을 부리는 성질’이라는 뜻을 가진 표준어다. 그러나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아 생소하기만 하다. 반면, 제주에서는 ‘몽니 부리다’라는 형태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다. ‘용심’또한 마찬가지다. ‘용심’은 ‘남을 시기하는 심술궂은 마음’이라는 뜻의 표준어지만 주로 제주에서만 ‘용심 나다’의 형태로 사용된다. 그 때문에 어엿한 표준어인 ‘몽니’와 ‘용심’은 의도치 않게 제주 방언으로 여겨지곤 한다.

‘삼촌’이라는 표준어는 제주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지역 방언이 됐고, ‘몽니’나 ‘용심’은 표준어임에도 제주 방언으로 여겨진다. 제주와 만난 언어가 생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이유다.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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