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과 함께 걱정했던 '수강신청, 새로운 전공과목에 대한부담감'들이 봄볕에 눈 녹듯 사라져 가고있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새학기 학교생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이있다. 바로 내 전공책들이다.
　학교 사물함에 들어가 있어야 할 내 전공책들이 아직도 내 방 책상에 널부러져 있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내가 배정받은 사물함에 죽은 조개처럼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자물쇠.
　작년에 사물함을 쓰던 사람이 아직도 비우지 않은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전공책이 커다란 부피와 막대한 질량을 자랑하는 공대생들은 대부분 사물함의 절실함을 공감할 것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사물함이 부족해 2인이서 하나의 사물함을 쓰곤 한다. 그것마저 늦게 신청하면 한 학기 내내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나에겐 학기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사물함 신청이 된 지도 여럿해다.
　올해 역시 다를 바 없었다. 사물함을 배정 받은 것은 2주 전 쯤이다. 맨 처음 입 다문 자물쇠를 본것이 2주 전이라는 얘기다. 처음엔 '아직전에 쓰던 사람이 안 비웠구나'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틀 삼일 사흘… 날이 갈수록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 했다. 참다못해 사물함을 사용해야 하니 비워달라는 내용의 쪽지를 써놨다. 다음날 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바닥에 갈기갈기 찢겨 널부러져 있는 쪽지와 요지부동의 자물쇠 때문이었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독도를 수호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강한의지처럼, 사물함을 수호하고자 하는 전의 사용자의 강한의지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망막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더 강경한 다른 책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의 학생이라면 최소한의 공중도덕과 남에 대한 배려는 몸에 배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도 초등학교 때 배웠던 '바른생활' 수업이 교양필수로 신설되어야만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마지막으로 전에 사물함 쓰던 사람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사물함 좀 비워주세요'
　

정일두 (응용화학·3)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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