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본교 재학생이 연구하고 발표한 공룡 관련 논문 3편이 국제 학술지에 잇따라 게재됐다. 논문을 쓴 주인공 생명과학과 2학년 윤찬규 학우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불모지에 가까운 분야를 연구하면서도 ‘홀로서기’를 했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윤찬규 학우는 지도 교수의 도움 없이 국제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윤찬규 학우는 앞으로도 공룡 관련 논문을 계속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지에서는 일명 ‘공룡박사’ 윤찬규 학우를 만나 그의 공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확인해봤다.

1. 공룡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주 어릴 때부터 공룡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 논문도 찾고, 개인 블로그도 운영해봤고요. 생명과학과에 진학하게 된 이유도 공룡 때문이었어요. 공룡을 연구한 건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2. 국제 학술지에 자신의 논문이 실리게 된 소감은 어떠신가요?

일단 노력에 대한 결과를 얻게 된 것 같아 뿌듯해요. 그렇게까지 좋은 학술지는 아닌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셔서 얼떨떨하기도 하고요. 다들 많이 축하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3. 학술지에 실린 논문 3편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처음으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초기 티라노사우루스류의 화석 기록 분포를 통해 기원을 추적하는 고찰’이에요. 티라노사우루스가 엄청 크잖아요.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아주 오래 전에는 굉장히 작은 공룡에서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티라노사우루스의 작은 조상들이 어떤 대륙에서 기원했는지에 대해 다루는 고찰이었어요. 두 번째로 실렸던 논문 ‘기존의 동정에 오류가 있는 공룡 화석에 대한 재동정 작업'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에 대해 다뤘어요. 가장 최근에 실린 논문 '초기 티라노사우루스류의 화석 기록 분포를 통해 기원을 추적하는 고찰'은 미국 뉴저지주라는 곳에서 발견된 공룡화석에 관해 다뤘어요. 이 화석이 처음에는 다른 종류의 공룡으로 분류됐거든요. 그런데 분류 기준이 굉장히 모호해서 다른 공룡일 것이라고 결론 내리는 내용을 담았어요.

4. 가장 좋아하는 공룡은 무엇인가요?

가장 좋아하는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에요. 제 논문 세 편도 다 티라노사우루스 관련된 내용이에요. 언제부터 좋아졌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크고 무서워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남자의 로망이랄까요.

5. 직접 논문을 쓴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 인터넷에서 공룡 논문, 정보 같은 것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어떤 공룡학자의 블로그를 봤어요. ‘마이크 테일러’라는 외국 학자였는데 그 학자가 ‘아마추어들도 블로그만 하지 말고 직접 논문도 써봐라, 충분히 과학에 기여할 수 있다’고 썼더라고요. 그 글에 자극을 받아 그때부터 논문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 썼던 논문은 역시나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거에요. 티라노사우루스의 해부학적 특징과 분류에 대해서 다뤘어요. 그렇게 논문을 쓰고 나서는 학술지에 기재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에 제가 쓴 논문의 주제와 관련 있는 논문들을 발행했던 학술지라면 일단 다 투고했어요.

6. 준비과정에서 가장 즐거웠던 논문과 힘들었던 논문을 고르자면?

제일 최근에 썼던 논문을 준비했을 때 가장 즐거우면서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우선 기존에 없던 사실을 새롭게 밝혀낸다는 게 가장 즐거웠고요. 힘들었던 점은 세 번째 논문에서 다리뼈로 공룡을 구분했는데 기존에 다리뼈를 이용해서 구분했던 사례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은 제가 스스로 찾아서 일일이 비교했어야 했는데 그게 좀 어려웠어요.

7. 논문을 내고 난 후 아쉬운 점도 있을까요?

돈과 시간이 더 많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해외 박물관도 다니고, 더 좋은 자료, 표본도 찾아가 보면서 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직까지 제 연구들은 전반적으로 초보적인 수준이에요. 나중에는 훨씬 풍부한 자료와 경험을 통해 더 좋은 학술지에 더 좋은 연구를 실어 보고 싶어요.

8. 논문을 쓸 때 가장 도움이 됐던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제일 도움이 됐어요. 제가 공룡을 좋아하는 걸 아니까 친구들도 많이 격려해 주더라구요. 또 지도교수는 아니시지만, 민기식 교수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모르는 것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논문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어요.

9.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높았어요. 참고 논문은 대부분 해외 것인데 제 영어 실력은 그리 좋지 않거든요. 저는 일단 말하고 싶은 내용을 다 영어로 쓰고, 인터넷에 있는 문법 검사기를 통해 문법을 교정했어요. 그래도 틀린 점은 논문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문법을 교정해주거든요. 이런 식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 했어요. 또 논문을 보다 보면 영어가 아니더라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잘 모르는 단어가 있는 경우에는 관련된 논문들을 일단 다 찾아본 후에 대강 이걸 의미하는구나 하고 이해했어요.

또 학업과 병행하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 논문을 쓰는데 기본적으로 두세 달 이상은 걸렸거든요. 이것 때문에 성적에 많이 신경을 못 썼어요.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아마추어라는 것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들이에요. 아마추어인데도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해 기특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학생은 연구 말고 공부에 집중하라는 시선이 있었어요. 이런 점에 있어서 부모님도 공룡 연구에 크게 찬성하시지 않는 편이에요.

10. 이번 연구결과가 공룡 연구 분야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올 것 같나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학술지가 그다지 좋은 것도 아니고요. 저는 학위가 없는 비전문가이다보니 공룡 학계 전반에는 그렇게 큰 반향을 불러오지는 못할 거예요. 그래도 의의가 있다면 아마추어들이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았나 싶어요. 해외에는 아마추어들이 연구를 많이 하거든요. 제 성과를 통해 국내에서도 그것이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11.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룡 연구 분야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요?

거의 불모지라고 봐야죠. 공룡뿐 아니라 국내 순수과학 분야는 전반적으로 학술자, 자료 등이 적은 편이에요. 지원도 미약하고요. 지도 교수를 구하지 못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예요. 공룡을 연구하시는 교수의 수 자체가 적다 보니, 각자 학교 대학원생이나 학부생들 챙기기에도 바쁘실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학술자들이 연구하는 수준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국내에서 공룡 분야 대가이신 서울대학교 이융남 교수님도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고요. 실제로 과 선배를 통해 연이 닿게 돼서 직접 찾아뵌 적도 있어요. 평소에 궁금했던 것도 물어보고 조언도 많이 들었어요. 공룡 관련된 조언은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는 공룡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열정을 갖고 모든 걸 해보라고 말씀하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12. 생명과학과에서의 공부는 어떠신가요?

막상 다녀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과거 정통 생물학에서는 큰 동물들 분류도 다뤘어요. 그런데 우리 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들에서는 미시적인 분자 생물학이나 세포 생명 같은 것을 다루고 있거든요. 그나마 관련된 동물 계통 분류나 진화학에 대해 배우긴 하지만 너무 기초적인 내용들이에요. 그래서 공룡을 공부하는 것에 있어서 약간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13. 이번 논문 게재로 학교에서 지원이 이루어진 것이 있나요?

얼마 전에 총장님을 뵀는데 장학금을 주셨어요. 그 외로는 특별히 지원이 없기는 하지만 이해는 가요. 저는 학부생이고, 교수님들이나 대학원생들에게 지원이 많이 가야 할 테니까요.

14. 연구 환경에 있어서 개선을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순수학문같이 다양한 것을 가르치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과에는 어류에 관심 있는 동기도 있고, 해양과학과에서도 연구실에 들어가서 직접 연구하는 동기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친구들을 위한 지원이나 전공과목 등을 늘려줬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에도 비교해부학 전공과목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동물 해부에 대한 과목인데, 고생물학에서는 이 분야의 공부가 꼭 필요하거든요. 현재 본교에서 개설된 수업 중에는 이런 과목이 없어서 아쉬워요.

15. 공룡 연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공룡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거예요. 아마추어도 열정적으로 연구를 하고, 공룡과 같이 불모지의 분야에 용기 있게 관심을 가지게 됐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어떤 연구를 이뤄내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연구 자체를 이어나가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16. 현재 준비하고 있는 새 연구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먼저 육식공룡들이 오랜 기간 동안 살아오면서 진행된 크기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다음으로는 육식동물 중 몇몇이 초식동물로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러한 경우에 좀 특이하게도 골반뼈에 변화가 생겨서 이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골반뼈와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17. 공룡 이외에 관심 있는 분야나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에 관심이 많아요. 게임도 그렇고, 운동도 그래요. 요즘에는 무술도 한번 배워보고 싶어요. 또 연애도 해보고 싶고요. 가끔은 평범한 것을 해본 경험이 부족한 것 같아서, 연구는 대학원 가서 해도 됐을 텐데 이런 마음이 들기도 해요.

18. 불모지의 학문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을 잃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불모지란 건 알아갈 것이 더 많다는 거잖아요. 다른 주류 학문들은 이미 발전할 만큼 했지만, 이건 시작이니까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배주경 기자  skwnru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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