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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댕댕이는 한글 파괴?

지난 9일 한글날이 571돌을 맞았다. 한글날은 한글 반포를 기념하고 우수성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이처럼 글자를 기리는 국경일이 있는 국가는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한글이 타 언어들과 태생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타 언어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면, 한글은 자기 뜻을 표현하고 싶어도 표현하지 못하던 백성을 가엾게 여긴 세종대왕의 주도 아래 만들어졌다. 이에 한글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글자다. 한글이 과학적이라는 가장 큰 증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한글이 등재돼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매년 한글날이 되면 보이는 풍경이 있다. 다수가 한글 지킴이로 변해 외래어 사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제주항공에서는 한글날을 맞이해 9일부터 31일까지 국내선과 국제선 모든 항공편 기내에서 외래어를 사용하지않는 기내방송을 하고 있다. 한 인터넷 기사에서는 파이팅 대신 아자라는 말을 쓰자고 권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몇몇은 권장을 넘어서 한글 파괴를 중단하라고 비판까지 했다. 한 사설에서는국적 불명의 신조어와 합성어가 난무하고 비속어·외래어가 넘쳐나면서 한글 파괴가 심각한 수준이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게 파괴된 언어를 지칭하는 야민정음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야민정음은 단어의 본뜻에 구애받지 않고 모양만 비슷하면 자음이나 모음을 바꿔 적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대전광역시’는머전팡역시가 되고멍멍이댕댕이가 되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한글과 한국어를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일이다. '한글'은 한민족이 쓰는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서 쓰는 문자의 이름이고, '한국어'는 전통적으로 한민족이 쓰는 언어를 이르는 말이다. 이는 한글이 파괴되었다는 위의 주장이 옳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한국어가 파괴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한국어의 파괴라고 칭하기도 무리가 있다. 한국어가 파괴된 것이라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야민정음을 사용하는 신세대들끼리는 소통에 문제가 없다. 문제는 야민정음에 익숙지 않은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소통할 때 생긴다. 이는 한국어의 파괴가 아닌 세대 차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박진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박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야민정음이 언어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했다. 박 교수는 " 오히려 야민정음과 같은 현상을 통해 한글이 자유롭고 발랄하게 활용되면 의사소통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도 있다. 규범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한글을 사랑하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된다며 야민정음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야민정음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잘못된 표현들을 고치는 것이 진정으로 한글날을 기리는 일일 것이다. 얼마 전 추석을 맞아 필자는즐거운 추석 되세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와 비슷한좋은 하루 되세요도 평소에 들었던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는 비문이다. 이 말을 정확하게 분석하자면 이는 화자가 청자에게 추석이 혹은 하루가 되라고 하는 것이다. 야민정음은 불편하면서 비문은 불편해하지 않는 것도 참 재미있다.

잘못된 표현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수고하세요라는 말도 곱씹으면 참 이상하다. 일이 끝났을 때, 헤어질 때 등 우리는 많이도수고하세요를 사용한다. 하지만수고하다의 정의는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이다. 이를 생각하면 상대방에게 고생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한국을 동방예의지국으로 칭할 수 있는 대표적 예시인경어법도 흔들리고 있다. 이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접할 수 있다. 카페에서는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가전제품매장에서는청소가 잘 되시는 것입니다가 있다. 듣기에도 부담스럽지만, 틀린 말이라는 점이 더 문제다. 사물이 사람보다 높은 대상이라니 당황스럽기까지하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세종대왕이 돌아와 실망할 것은 야민정음이 아니라 잘못된 한국어 사용일 것이다. 세종대왕은 인간에게 인간이 아니길 부탁하고, 일이 끝났는데도 고생을 하라 하고, 인간 위에 사물을 두는 후손을 보는 것보다는 자신이 만든 글자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후손을 볼 때 더 흐뭇할 것이다

강성대 편집국장  1213315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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