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두고 공부를 해야 한다며 평생학습을 거론하는 시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에 따라 해야 할 공부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부가 아무 때나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 나오면 여건이 안 되거나 나이 탓에 하고 싶어도 안 되는 공부가 있다. 학창시절이 아니면 하기 힘든 공부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외국어다. 누구나가 다 하고 싶어 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어는 뜻대로 잘 안 되는 공부다.

대학에서의 공부는 진로와의 관계 속에서 선택한다. 대학이니 전공공부의 중요성은 말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운 전공지식이 사회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자들도 많이 있지만, 상당수의 직장인들은 그들이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와 관련 없는 일들을 한다. 그럼에도 직장에서 요구하는 일들을 잘 소화해 내며 자신들을 발전시켜 나간다. 지금의 우리는 일반적인 교양과 상식만 잘 갖추고 있어도 주어진 일들을 보고 배우면서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다. 하지만 외국어능력은 그렇지 않다. 기초학문인 외국어는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학습이 있어야 만이 습득할 수 있어, 그런 과정을 제공하는 학교가 아니고는 좀처럼 습득해내기 어려운 분야다.

우리는 평소 놀다가도 시험이 다가오면 시간에 쫒기며 시험 준비를 한다. 과목에 따라서는 시험 전날에 벼락치기로 공부해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기초학문분야는 벼락치기로 시험을 치러내기가 쉽지 않다. 외국어분야는 거의 불가능하다. 외국어공부는 능력이 축적돼야 만이 성과를 낼 수 있다. 혼자서도 성공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지만 외국어는 이 또한 거의 불가능하다. 경험해보지 않은 차이를 이해해내는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한국과 다른 외국을 외국인처럼 이해해내기는 쉽지 않다. 외국어는 지식과 정보를 동원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사고가 내재돼 있기도 하여, 대학의 전문적인 교육 없이는 바르게 습득하기 어렵다.

외국어는 모국어와 다른 차이를 소화해내는 섬세함에 피나는 반복 훈련이 있어야 만이 습득할 수 있는 것으로, 그냥 쉬엄쉬엄 틈날 때 해서는 안 되는 공부다. 머리와 손재주만 있으면 금방 적응하며 잘 해낼 수 있는 분야와 달리, 외국어는 일정기간 전문적이며 집중적인 학습을 통하지 않고서는 습득할 수 없는 분야다. 외국어는 그저 쉬운 몇 마디 말을 안다고 되는 그런 능력이 아니다. 몇 마디의 쉬운 말로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초급 능력으로는 평생 아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외국어다. 일정수준이 되기 전까지 외국어능력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어, 일정수준에 오르게 하는 강도 높은 학습과정이 있어야 만이 되는 것다. 정규 학습과정이 마련돼 있는 학교가 아니고는 외국어를 습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또한 언어란 사회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담아내는 도구이기 때문에 사회 각 분야의 언어를 두루두루 섭렵해야 만이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해도 있어야 하고, 외국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데에는 대학 4년으로도 넉넉지 않다. 대학 4년 동안 한 우물을 파도 제대로 된 능력을 갖추기 힘든 공부다. 하지만 한 번 습득이 된 외국어능력은 구구단처럼 쉬이 잊혀지지 않아 개인의 지적수준을 크게 돋보이게 하는 영원한 자산이 된다.

누구나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싶은 욕망 속에 있지만, 노력 없이 그 꿈을 이룰 수는 없다. 힘든 수련과정을 겪어내지 않고는 습득되지 않기 때문다. 다소 능력이 부족해도 직장에 들어가 배워가며 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만, 외국어는 배워가며 하는 분야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어야만 한다. 대학에서 습득하지 못한 외국어를 사회에 나가 필요할 때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다. 외국어는 학창시절이 아니고는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 대학이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임해야한다.

모세종 일본언어문화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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