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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피해자만 존재하는 세상

최근 SNS를 뜨겁게 달궜던 사건이 하나 있다. 240번 버스 사건이 그것이다. 사건은 한 네티즌이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글은 혼잡한 건대입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먼저 내리고, 뒤이어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이 내리려는 순간 버스 뒷문이 닫혔다. 아이만 내린 채 버스는 출발했고,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과 다른 승객이 운전 기사에게 이를 알렸다. 하지만 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도착해서야 문을 열어줬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그 다음 정류장에서 아이 엄마가 내리자 버스 기사는 아이 엄마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고도 주장했다

이 글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서울특별시버스운송조합 사이트는 민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포털 블로그 그리고 인터넷 기사의 댓글 창에는 버스 기사를 비난하는 글이 도배됐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전혀 달랐다. 서울시가 CCTV를 확인한 결과, 게시글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네티즌은 최초 유포자의 처벌을 강력히 주장하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그들은 비난의 방향을 돌렸다

이는 한 네티즌의 댓글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글이 퍼진 12일 1시경, 네티즌 A 씨는 기사의 댓글에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잘못해놓고 욕을 하다니 그거 참 미친X일세’라며 버스 기사에 대해 과격한 표현을 남겼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경 상황이 변하자, A 씨는 ‘저 글쓴이 잡아다 철저한 수사를 해라. 괜히 잘못 없는 버스 기사만 명예훼손 당했다’며 갑자기 버스 기사를 옹호했다.

하지만 버스 기사는 이미 심신으로 피해를 받은 상황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버스 기사는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 생각까지 들더군요.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람 인생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 건지…”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위와 같은 현대판 마녀사냥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는 이전부터 채선당 임산부 사건, 푸드 코트 화상 사고 등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처럼 마녀사냥이 널리 행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타인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은, 네티즌에게 신상털기가 범죄가 아닌 하나의 놀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혹은 이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사회에 퍼져있는 부조리를 없애는 ‘정의구현’의 작업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언론학자에 따르면, 인터넷 기사들에 달리는 ‘폭력적 댓글’이 마녀사냥의 성행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면서 뉴스 원문에 드러난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이 실린 댓글까지 읽으며 사람들의 생각을 함께 접하게 된 것이 이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 것이다. 일부 폭력적 댓글로 인해 뉴스의 수용자에게는 관련 내용이 더 자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감각적 호소와 연결되면서 뉴스 내용의 과장과 왜곡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는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 하는 가해자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오직 피해자만 뚜렷하게 남는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악성 댓글과 허위 게시 글에 시달린 응답자의 69.4%가 ‘닉네임’ 외에는 가해자가 누군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어떤 이는 명예훼손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이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건전한 비판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답일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은 이와 관련해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라쇼몽’에는 살인강도와 그의 손에 죽은 사무라이, 사무라이의 아내가 등장한다. 이들은 관청으로 끌려와 진실을 밝힌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명백한 듯한 이 사건이 당사자들의 진술이 나올수록 진실을 파악하기 힘들어진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산적은 아내를 겁탈하고 사무라이를 죽인 것은 맞으나 정정당당한 결투였다고 증언한다. 사무라이의 아내는 겁탈당한 후,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신을 경멸하는 눈초리에 제정신이 나간 그녀가 혼란 속에서 남편을 죽였다고 진술했다. 반면 무당에게 빙의해 돌아온 사무라이는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배신해 스스로 자결했다고 말한다.

이는 마녀사냥이 팽배해있는 현시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대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할 단 하나의 진실을 추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신에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이 키보드로 두들기고 있는 글은 진실이 맞는가.

강성대 편집국장  1213315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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