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 월암동에 위치한 쿠키라인 전경. 서선원 이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인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55세 이상의 고령자 ▲장애우 ▲경력단절 주부 ▲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등과 같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 일반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사회적 기업은 사회서비스의 제공과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 또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2010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해 사회적 기업의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월암동에 위치한 쿠키라인(대표 하경란)은 국내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들 중 하나다. 연매출 5억여 원에 직원 수 12명의 작은 기업이지만 쿠키라인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5일 사회적 기업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자 쿠키라인을 방문했다.

쌀로 만든 빵과 쿠키

쿠키라인은 의왕역에서 자동차로 약 5분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회사 건물에 도착하자 총괄운영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서선원 이사(이하 서 이사)가 필자를 반겼다. 건물은 외벽에 갈색 쿠키 그림이 그려진 아담한 3층 구조물이었다. 서 이사는 필자를 1층에 위치한 사내 카페로 안내했다. 카페는 직원들과 회사 방문자들을 위한 작은 쉼터로 커피와 아이스티 같은 간단한 음료와 쿠키라인에서 생산한 과자와 빵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서 이사는 쿠키라인의 마스코트 ‘똥키’를 소개했다. ‘똥키’는 마법의 똥을 싸는 달팽이다. 몸에 좋은 재료를 먹고 싼 마법의 똥을 오븐에 구우면 향기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똥쿠키가 된다. 그러나 ‘똥키’가 몸에 좋지 않은 재료를 먹으면 똥이 산산조각으로 폭발해 주변이 오염된다. 다소 우스워 보이는 이 ‘똥키’에는 쿠키라인의 철학이 담겨있다. 쿠키라인은 카스테라, 머핀, 케익, 쿠키 등 모든 제품들을 100% 순쌀로 만든다.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쌀은 모두 경기도 김포에서 재배한 국내산 쌀이다. 최근 밀가루 제품의 불용성 단백질 글루텐이 논란이 되면서 이로부터 자유로운 쌀베이킹이 주목을 받았다. 쿠키라인은 국내 몇 안 되는 순쌀로 쿠키와 빵을 만드는 기업이다.

물론 쌀로 만든 제품들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짧고 빠른 시일 내에 소비자에게 전해져야 한다. 쿠키라인은 이에 주요 소비처를 인근지역 초중고교로 정했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대부분은 경기도내 학교급식으로 소비된다.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

쿠키라인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하경란 대표(이하 하 대표)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자녀들 때문에 걱정이었다. 하 대표는 자녀들의 문제가 먹거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 순쌀로 만드는 빵집을 열었다. 빵집을 운영해오던 하 대표는 2011년 쿠키라인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다. 국가적으로 소비되지 않는 쌀이 문제가 되면서 쌀 소비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점이었다. 이에 쿠키라인은 소비자의 건강과 국내 쌀 소비 촉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운영돼왔다.

서 이사는 카페에서 자리를 옮겨 2층으로 안내했다. 2층에는 쌀 베이킹 체험장이 위치해있었다. 체험장은 쿠키라인을 방문한 학생들에게 직접 빵을 쌀로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장소였다. 서 이사는 “사회적 기업은 수익창출보다 지역 시민들과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사회적 기업으로서 쿠키라인의 목적을 설명했다. 쿠키라인은 크게 세 가지 활동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첫 번째 목적은 국내 쌀 소비 촉진이다. 쿠키라인은 밀가루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쌀로 빵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쿠키라인은 국내 쌀 소비를 촉진해 유통시키는 선순환구조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번째 목적은 국내 취약계층 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60대 이상 노인, 새터민, 장애우 등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취약계층들을 고용함으로써 사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 쿠키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 12명 중 10명이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사회적 기업들은 이와 같이 직원들을 구인할 때 사회적 취약계층에 속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취업이 힘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사회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한 쿠키라인은 기업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회사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은 전액 지역사회로 기부된다. 서 이사는 “사장을 포함한 직원들의 월급과 운영비를 뺀 이익은 모두 양로원, 복지센터, 아동보호센터 같은 지역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과 다르게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이 사회로의 기부를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금전적인 기부뿐만 아니라 빵과 쿠키 등과 같은 제품들도 기부하고 있다. 서 이사는 쌀로 만든 빵과 쿠키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말을 전했다. 또한 쿠키라인은 무료로 빵 제작 기술을 교육하는 등 재능기부도 실천하고 있다.

내일 할 일이 있어 행복해요

사내 카페와 쌀 베이킹 체험장을 구경한 필자는 지하에 위치한 제작 공장으로 향했다. 공정이 끝난 공장에는 60대 여성 직원 두 분이 청소를 하며 업무를 마무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공장은 쌀 반죽을 만드는 기계와 오븐 등 빵 제작에 필요한 장비들이 있는 여느 빵 공장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여느 기업들과 다른 점은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노인들이다 보니 운영이 매번 순조롭지 만은 않았다. 서 이사는 “어르신 분들이 빵 제작을 하다 보니 웃지 못 할 일화들도 많다”며 “한번은 생산된 빵이 너무 단 맛이 강했던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어르신 분들이 설탕을 넣은 것을 깜빡해 두 번, 세 번 넣고 빵을 만들었던 것이었다”고 사연을 전했다. 서 이사는 노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일반 근로자의 생산성과 비교해서 떨어지는 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 이사는 “어르신들에게 감동을 느낄 때가 있다”며 “어르신들은 꼭두새벽부터 회사로 출근하신다. 한번은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일찍 오실 필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한 어르신이 ‘나는 아침에 눈을 떠서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는 말씀을 했다”고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복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자와 서 이사는 다시 사내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 이사는 사회적기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설명했다. 서 이사는 “기업은 돈을 벌려고 하는 곳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은 수익만을 위한 기업이 아니다. 좀 더 우리 주변에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곳이다. 일반 사기업들이 실행하지 못하는 콘텐츠들로 구성해서 사회의 빈 부분을 메꿔주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다”라며 자신의 신념을 전했다. 덧붙여 서 이사는 “우리나라의 복지예산이 제대로 분배가 돼야한다. 그런 지원금들이 사회적 기업들에게도 분배가 돼야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도 분배가 돼야한다”며 “우리 주변에는 복지지원금을 받고 싶어도 서류를 작성하지 못하거나 정보를 알지 못해 지원금을 못 받는 노인 분들이 많다. 정부는 실질적으로 복지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신청을 지원해 주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사내 카페에서 구매한 쿠키를 한입 베어 물었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필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그들이 있기에 아직 한국사회가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서동령 기자  seodongry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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