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았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이 문장을 들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장이 후쿠자와 유키치의 저서 ‘학문의 권장’의 첫 문장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책에서 저자는 하늘이 모든 사람을 상하귀천이 없는 동등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과 같은 차이가 존재하며, 이 차이는 배움의 유무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학문의 권장’은 1871년 공부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계몽서다. 본래 저자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읽힐 목적으로 책을 집필했지만, 후에 생각을 바꿔 일본국민 모두를 독자층으로 선정했다. 당시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의 인구가 3500만 명 정도였던 1880년에 70만부가 팔릴 정도였으니 당시의 열풍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책의 주요 골자는 학문의 중요성이다. 저자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국민 각자의 본분을 지키면 될 것이라 말한다. 그 본분이란 개인들이 각자의 행동을 바르게 하고 학문에 정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학문이란 단순히 공부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경제학을 공부했음에도 쌀 시세를 모르는 사람은 무지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한 공부를 떠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학문을 강조했던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키워드는 독립이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독립이란 단어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국가의 독립은 개인의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고 서술한다. 학문을 통해 독립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독립할 마음이 없는 사람은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깊지 않고, 외국에서도 권리를 지킬 수 없다. 또한 독립할 의지가 없는 사람은 남에게 의지해 나쁜 일을 한다. 다소 비약적인 측면이 있지만 독립을 강조한 저자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우리들에게 독립이란 개념은 국가 주권의 확보라는 단편적인 의미로 통용된다. 그러나 한 나라의 주체가 국민이란 측면에서 보면 국가의 독립 이전에 먼저 국민 개개인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일리가 있다. 또한 저자는 학문을 통해 개인의 독립을 달성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현 시대의 대학은 과거 학문의 요람에서 취업을 위한 장소로 변질됐다. 누구보다 가장 학문에 힘써야 할 대학생들은 자격증과 스펙 쌓기에 치중한다. 그러나 대학은 더 큰 배움을 얻기 위한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학문의 권장’은 학문을 본분으로 삼고 있는 대학생들이 꼭 읽어야할 책이라 생각한다.

서동령 기자  seodongry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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