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외국어사용은 한국어에 대한 무지함의 표출

모세종(일본언어문화학과교수)

외국어는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도구이다. 그런데 학자를 포함한 일부 식자층에서 이제는 젊은 층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한국인끼리의 의사소통에도 지장을 초래하는가 하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언론매체의 경제면이나 광고 등을 접하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 사용이 남발되어 읽기를 거부하게 되는 경우조차 나오고 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을 위해 쓰여 진 정보가 한국인에게 이해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의사소통능력이 뛰어난 자란 상대방이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는 자이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어로 말해야만이 편안한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표현해야 할 말을 못한다는 것은 한국어로 표현할 만한 한국어지식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한국어에 없는 사물이나 개념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한국어 풀이로 그 이해를 도와야 하는 법인데, 평범한 일상의 글이나 대화에서 외국어를 직접 사용하는 것은 듣는 이의 이해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태도로 비칠 우려가 크다. 전공영역의 특별한 용어라 하더라도 이를 한국어로 설명하지 않고 그냥 외국어로 말하는 것 역시 말하는 이의 일방적인 의사소통방식으로 듣는 이에 대한 배려부족이나 결례라 하겠다.

영어와 한국어 양 언어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한국어표현에 영어를 그대로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어를 잘 모른다면 우선 한국어공부를 해야 함이 마땅하다. 한국과 한국어를 아는 것이 한국인을 위해 표현하고 행동하는 기본자세일 것이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 한국에 없는 개념이 그리 많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한국인에게 부적절한 영어사용은 잘못된 자기 과시나 한국어에 대한 무지의 표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당연히 지양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팁’이며 ‘콜라보’며 ‘바디감’이며 예전에 듣지 못한 단어들마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표현해오던 말조차 갑자기 영어로 바뀌어 한국어에는 없었던 말인 양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화중에 ‘팁’을 주겠다고 하여 돈이라도 주는 줄 알았다. 기존에 알던 팁이란 호텔이나 식당 등에서 서비스를 받은 대가로 주는 돈 정도의 한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제는 뭔가 방법이나 아이디어 등을 알려주는 행위로 ‘팁’을 주겠다는 표현으로까지 그 의미가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얼마든지 한국어로 할 수 있는 표현인데 ‘팁’이란 말이 멋있어 보이는 것인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용이다. 한국어로 나타낼 수 없는 이렇다 할 의미를 가진 단어들도 아녀 보이는데, 한국어로 표현하면 무미건조하다는 것인지, 그저 뭔가 새롭게 튀어보겠다고 하는 것인지, 사적영역에서도 부적절한 일일 텐데 만인이 볼 수 있는 방송에서 그런 것으로 광고효과를 내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는 제대로 된 표현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발상은 매우 잘못된 것으로 한국어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일 뿐이다. 외국어는 그냥 외국어를 할 때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어에 부적절한 영어사용은 한국어의 발전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경시하게 만들 우려가 높은 만큼 반드시 금해야만 한다. 이리 가다가는 한국어에 영어뿐아니라 중국어사용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영어는 되고 중국어나 일어는 안 된다고 말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어가 바르게 사용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한국어사용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특히 언어유행을 주도해갈 대학생들의 한국어사용에는 보다 깊은 자각이 요구되는 바이다.

모다영  dayoung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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