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내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가 시국선언문과 관련해 논란을 빚었다.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논란과 관련해 고려대 또한 시국선언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선언문의 내용에서 문제점이 발생했다.

논란은 지난달 27일 발표 예정이었던 고려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문에 포함된 문구에서 시작됐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삶을 포기한 박근혜 정권 퇴진 민족고대 시국선언’이라는 부제를 담은 시국선언 예고 포스터를 게재했다. 총학생회는 포스터를 통해 27일 낮 12시 고려대 민주광장에서의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그러나 예고문에는 ‘최순실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은 고 백남기 농민을 언급하면서 ‘백남기는 죽이고 최순실은 살렸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또한 ‘고려대학교 시국선언 참가자 일동’에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고려대분회’ 등 특정 정치성향과 관련된 단체가 포함된 것도 문제가 됐다.

이에 고려대 일부 재학생들이 반발했다. 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서는 ‘이번 사건을 백남기씨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들과 묶을 필요가 있나’, ‘시국선언에 참여한 단체가 총학생회 산하의 학생자치단체가 아닌 특정 성향의 정치 단체들인 것으로 보인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또한 학우들은 ‘시국선언을 총학생회 단독으로 할 수 없나? 이번 사건으로 인한 정부 비판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입장표명으로 보인다’며 총학생회의 시국선언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결국 지난달 28일 총학생회장단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돼 총학생회장의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안은 고려대 재학생 828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됐고, 탄핵 발의안에는 ‘각종 운동권 단체를 끌어들인 점’, ‘타 대학들의 잇따른 시국선언에도 늑장 대처를 한 점’ 등의 이유가 포함됐다. 하지만 탄핵안을 학생총투표에 상정하는 안건은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찬성 23표 △반대 34표 △기권 9표로 부결돼 총학생회장단 탄핵은 무산됐다.

한편 논란이 일단락된 후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3일 ‘사라진 민주주의의 형식과 실질 앞에 국민의 삶이 파탄 나는 시국에 부쳐’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9일 고려대 교수 507명도 ‘국정농단을 단죄하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자’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서동령  seodongry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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