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금지법이 대학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며...

원혜욱(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청탁금지법’이라고 한다)이 제정되고 시행됨에 따라 대학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실제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수사기관에 처음으로 신고 된 사례가 대학에서 학생이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에게 캔커피를 제공하였다는 사건이었다. 이 신고는 구두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항을 기재하여 서면으로 신고하라고 하였으나, 서면으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았지만, 대학가에서 발생한 ‘불신’을 엿볼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수사기관에 신고 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대학에서 문의되는 사항 중에는 ‘학생들과의 상담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성적에 대한 이의제기를 어느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졸업을 앞 둔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교수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등이 포함되고 있다. 이러한 사안은 그동안 학생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일들이었지만 이제는 혹시 부정청탁금지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일이 된 것이다. 실제로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가 학생들과의 상담을 전면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여 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사항이 접수되기도 하였다. 이는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서로 간의 신뢰관계가 무너지는 하나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접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필자는 시간강사와 교수를 거치며 대학에서 거의 20년 정도의 시간 동안 수많은 학생들과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었다. 1997년 인하대학교에서 첫 강의를 시작한 즈음에 만났던 학생을 비롯하여 최근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졸업생들과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가정과 건강에 대한 덕담을 나눈다. 제자의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과의 만남은 서로에게 시간여행을 떠나게 하여 좋은 추억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부정청탁금지법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에는 국민들 모두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됨으로 인하여 그동안 사회를 유지하여 왔던 소위 ‘미풍양속’까지 무너지는 결과는 발생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특히 대학의 구성원들은 대학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신뢰’, ‘존중’, ‘존경’, ‘사랑’, ‘소통’ 등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로에게 불신을 갖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하되, 서로에 대한 사랑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박시호의 행복편지’에 있는 글 중에 ‘3가지 진실’을 읽고 오늘의 우리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되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이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생에서 한 번 오면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 것 ‘시간, 말, 기회’

인생에서 누구나 항상 갖고 있어야 하는 것 ‘희망, 평화, 정직’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것 ‘사랑, 친구, 자신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것 ‘성실, 노력, 열정’

모다영  dayoung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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