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많은 논란을 뚫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됐다. 기존 법 체제 아래에서는 업무 연관성이 입증돼야만 처벌이 가능했지만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8일 이후부터는 법률과 시행령이 정하는 공직자들은 대가성과 직무연관성에 상관 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 수수 시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그 액수에 상관없이 처벌받는다. 적용 대상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과 공립, 사립학교의 모든 교직원, 언론인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 법률의 시행에 있어서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계층은 다름아닌 언론인들이다. 일부 언론인들이 기사를 통해 ‘김영란 법 시행으로 인해 밥도 못 먹었다’던가 ‘SNS에 음식 사진이 줄었다’는 등 세간의 공감을 전혀 얻기 힘든 기사를 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분명히 법률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언급됐다(제5조 2항). 또한 8조 3항에는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의 경우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등’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중들은 그런 억지 호소를 하는 기자들에게 ‘그 동안 얼마나 받아먹은 것이냐’며 냉소할 뿐이다.

심지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 법의 시행으로 약 11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주장에는 그 근거가 불분명하며 11조원이라는 큰 숫자도 한국의 GDP(약 1,500조 원)의 1%도 되지 않는다. 또한 그런 부정한 방식으로 벌어들인 경제성은 결국 경제에 폐만 끼칠 것이라며 전경련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부패 규모가 11조라는 소리냐’며 ‘청렴해서 망한 나라가 있냐’며 일갈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부패방지법’을 시행중인 나라가 많다. 청렴도 아시아 1위인 싱가포르에서는 뇌물을 주고 받은 경우 한화로 약 8,000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세계 청렴도 1위인 국가로 손꼽히는 덴마크의 경우 6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중죄로 그 책임을 묻고 있다. 그 외에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이 법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는 중이다. 불필요한 접대가 줄어들면서 가장들은 퇴근을 더 빨리 하게 됐다. 매일 저녁마다 회식을 가장한 접대로 사실상 연장 근무를 하던 직장인들이 일찍 퇴근하면서 자기 계발에 힘쓰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등 부수효과도 얻었다. 실제로 자기계발이나 취미 학원이나 손해를 볼 거라는 전망이던 레저 업계는 오히려 호재를 맞게 됐다. 모 정치인이 내건 ‘저녁이 있는 삶’을 청탁금지법이 이뤄준 것이다. 관행의 탈을 쓴 악습을 청산하는 첫걸음이 된 것을 환영한다.

최창영  sunmoon1021@gmail.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