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中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 사업(이하 평단 사업)에 반발해 일어난 이화여대 시위가 수십 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대생들이 평단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일방적인 학교의 정책 통보와 학위장사, 그리고 여성 성적 고정관념 고착화에 대한 우려였다. 더불어 시위가 해산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의 공권력 투입으로 인해 시위가 확산됐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부당함에 맞서는 것은 옳은 일이며 청년으로서 가져야 할 의무다. 초기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 이유는 학교 측의 불통이었다. 이는 파빌리온 건설과 프라임 사업 진행 등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대다수의 대학 역시 학교의 정책에 있어서 학생의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 이러한 학교의 불통은 비단 이화여대만의 문제가 아닌 현시대 대학의 문제라 봐도 무방해서 공론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번 평단 사업 또한 학교 측의 일방적인 정책 통보가 있었다. 그러나 평단 사업으로 나타난 이화여대의 모습은 달랐다.

해당 사업이 시행되는 이유는 산업수요에 맞춘 인력 양성과 선취업 후진학자 지원을 위함이다. 이 사업으로 이화여대에서는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의 고졸 재직자,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의 대학 교육 제공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화여대생들은 이것이 교육 기회의 확대가 아닌 학위장사일 뿐이고 뷰티⦁웰니스 학과의 개설은 여성 성적 고정관념 고착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평단 사업을 반대했다.

이화여대생들이 우려하는 소위 ‘금수저’ 전형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말 많은 돈이나 명예가 없으면 엄두도 못 낼 최고경영자과정이나 명예박사 수여식에 이화여대생들은 침묵한다. 재외국민 전형 또한 이화여대생들이 주장하는 가난한 이들에게는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는다. 더욱이 많은 과들 중에 뷰티⦁웰니스 학과가 존재한다고 여성 성적관념이 고착화된다는 것은 망상이다. 이는 자신들이 여성을 대표하는 집단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은데 이화여대는 예전부터 여권신장을 외쳤다. 여권신장을 외치며 고졸 직장인 여성들을 위한 교육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결국 자기들은 또 다른 기득권이며 다른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시류에 맞는 개혁은 필수적이다. 더군다나 여대는 여자만으로 신입생을 채워야 하기에 개혁을 안 한다면 피해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자신의 모교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자신들의 프리미엄을 위해 타인의 교육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은 학벌주의의 병폐이며 대학 순혈주의의 발로이다.

나영현  13n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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