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신문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많은 학내 사안들을 다루게 되며 자연스레 다양한
곳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는 일이 잦아진다. 예를 들자면 ‘이 때는 본부가 무엇을 잘못
했고, 저 사건에 관해서는 총학생회에 문제가 있다’ 따위의 일들이다. 특히나 민감한
사안의 경우 아무래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야 할 때가 많고 그 잣대는 예시로 들은
본부와 총학생회뿐만이 아닌 학내 모든 곳을 향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한번쯤
되묻고 싶다. 스스로에게는 어떠한가.
이번 호에서 기획하게 된 ‘언론 4사의 현실’이라는 주제는 이런 되물음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에게는 엄격하지만스스로에게는 관대하다. 그래서일까, 이번
기획 기사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바로 ‘내부의 일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
야 겠냐’이다.
그러나 십 년 전의 변화 방안이 지금에서야 논의되고 있는, 너무나 오래 고여 썩
을 대로 썩어버린 물이 돼버린 우리의 현실을 코를 틀어막은 채 언제까지고 외면
할 수만은 없었다. 현실을 직시하자는 생각에 설문조사를 시작했고 결과는 예상
대로 좋지 않았다. 언론 4사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는 학우들도 많았으며 알았다
하더라도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학우들도 많았다. 대다
수의 구성원들은 잘 모르지만, 대학언론사는 엄연히 적지 않은 예산이 배정돼 있
는 ‘학내 기관’이다. 이러한 현실 속 우리가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러나 무엇보다 기자를 가장 부끄럽게만들었던 점은 뼈아픈 결과가 아니라, 관련
자들이 이미 예로부터 이런 현실을 충분히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모두들 알면
서도 그 누구 하나 나서지 않은 채 십 년이흐른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변화를 강제 당해야만 하는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우리에게 엄격한
잣대로 남을 비판할 자격이, 학우들이 관심가져주지 않는다며 불평할 자격이, 있을까.
묻고 싶다. 기자들은, 여러분은 떳떳하신가.
 

이문규 부국장  ansrbcjswo@du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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