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학언론의 위기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언급됐던 진부한 ‘단골
소재’다. 1998년에도 경향신문에서‘흔들리는 대학 언론’을 주제로 기
사를 낸 적이 있으며, 본지에서도 불과 작년에 ‘위기의 대학언론, 해답
은 어디에?’라는 기획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그렇다면 오래전부터 충
분히 인지된 이 문제는 어째서 해결되지 못한 채 매번 제기되는 것일까.
해결책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이에본지는 전 경희대 편집국장이며 현
재 YTN에서 일하고 있는 권오은 씨를 만나봤다.
Q. 경희대 대학주보에서 2009년부터무려 9학기 동안 활동했고 졸업 후에도
현재 YTN 데이터 분석 관련 일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보다 대학
언론에 대한 경험이 많다고 생각된다.대학언론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
를 듣고 싶다. 대학언론의 ‘변화’의 필요성과 올바른 방향을 듣고 싶다.
A.언론의 기본역할은 대중에게사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문제를 감시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고민해 봐야하는 바는 크게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째는 ‘과연
대학언론이 무엇을 조망해,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이다. 무엇을 조망할 지는 각 언론사의 구성원이논의해 결정할 일이지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는 ‘모바일과 SNS 등
에 최적화된 형태의 콘텐츠’여야한다는 정답이 이미 나와 있다.
지난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한 결
과에 따르면, 20대 중 종이신문으로 기사를 읽은 경험은 11.0%에 불
과하다. 반면에 고정형 인터넷으로는 65.2%, 이동형 인터넷으로는
89.7%가 신문기사를 읽었다고 답했다. 결국 대학언론의 최대독자인
학생들에게 모바일 중심의 기사전달을 위한 변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만 한다.
Q. 사실 인터뷰 한 결과 각 국장 및 관계자들 모두 이러한 ‘불편한 현실’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인력부족’, ‘예산부족’, ‘본업이 학생인
점’, ‘학우들의 관심 하락’, ‘미약한 추진력’, ‘팀장, 기자 및 국장들의 임기가
1~2년으로 짧은 점’ 등 정말 많은 현실적인 문제를 얘기했다. 권오은 씨의 경
우 대학주보에 있을 당시 총 인원이 3명이었던 적도 있었다고 들었다. 이처
럼 오랜 시간 직접 학보사에 몸담고 있으며 정말 다양한 상황을 겪어봤을 텐
데, 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생각이 궁금하다.
A. 사실 근본적으로 대학언론의가장 큰 장애물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대학언론 자체에 있다.앞서 대학언론을 만들고 또 이끌어
왔던 선배세대들과 동일한 형태, 동일한 방식의 제작과정, 조직운영, 콘
텐츠생산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점차 구성원의 관심도는 낮아지고,
언론은 핵심기능을 다하지 못하는일이 나타난다고 본다.
물론 대학언론은 임기가 끝나면 조직구성원이 새롭게 바뀌고, 이 과정
에서 이전에 해오던 일을 다 하기도벅찬 상황이 발생하기는 한다. 그러
나 먼저 이전에 해왔던 일들이 모두대학언론의 존재이유에 ‘현시점’에
도 부합하는지 따져보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대학언론의소속 기자들 모두 최근 미디어트렌
드나, 다른 매체의 변화를 꼼꼼히살펴보고, ‘우리 언론사에는 어떻
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변화에 따른 부정적
인 측면을 부각해 기존의 업무를답습하려고만 하는 문화를 타파해
야 한다. 이미 구성원 중 절반이 존재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인지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의하는 것이 우선
으로 보인다.
Q. 대학주보에 있었을 당시의 얘기를
좀 듣고 싶다.
A. 대학주보 역시 고된 일이 많았다. 또한 지금도 학업과 언론사 활
동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호소하는 후배들이 적지 않다. 다
만 늘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있어서, 적극적으로 나서려 했다.
종이신문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읽을까 하며 가져간 개수를 일일이
세어본 적도 있고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었으며 독자들에게
보다 자세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매거진도 병행해 제작한 적도 있다.
또 온라인 기사를 작성하면서, 양질의 글을 게재하기 위해 프리미어
칼럼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게재하기도 했다. SNS 역시 트위터, 페
이스북,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등까지 운
영해봤다. 심지어 관심을 받기 위해SNS로 독자들의 생일을 일일이 축
하한 적도 있다. 물론 이런 활동이모두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매거진
은 온라인 중심의 변화를 위해 발행을 중단했고, 프리미어칼럼 역시
다시 홈페이지 내부로 병합했다. SNS 운영 역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중심으
로 재편했다.
그러나 변화의 시도 속에서 정말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또 문
화도 안주하려는 성격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계속 시도하고,실패하고, 그 속에서 성공을 찾는
것이 대학언론의 길이라고, 나는아직도 믿고 있다.
Q. 뉴미디어와 종이신문 사이의 갈림길 앞에 선 대학언론에 대한 생각이 궁
금합니다.
A. 만약 두 가지를 모두 하기 어렵다면, 모바일과 인터넷 중심의 운영
만 하면 된다. 종이매체의 정통성이라는 이야기부터 반박해보고자 한
다. 과연 정통성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종이신문이 쌓이면 정통성이 생
기고, 온라인에만 기사가 올라가면정통성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종
이신문이 갖고 있는 정통성이라는것은 결국 독자들이 종이신문에 더
친숙한 경우에 효과가 있다. 대학언론의 주요독자는 20대이고, 교수
나 교직원 역시 모두 모바일과 컴퓨터로 기사를 보는 현 상황에서, 도
대체 누구를 위한 정통성이며 또 그가치가 어째서 보존돼야 하는 것인
가. 대학언론이 해야 하는 일이 독자를 위한 것이라면, 변화하지 말아
야 될 이유가 없다.
Q. 마지막으로, 학보사 출신으로 많은경험을 겪은 뒤, 졸업 후 YTN에서 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대학 언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해야 하고 할 수 있다. 대학언론은 그 어떤 언론사보다 학생기자
개개인의 결정과 생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해보고 실험할 수 있는 기
회이다. 옳은 길을 향해,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
았으면 좋겠다.

이문규 부국장  ansrbcjswo@du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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