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목련과 벚꽃이 4월의 아픈 기억을 묻을 만큼 아름답게 피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꽃처럼 찬란했던 304명의 생명도 함께 사라졌다. 그 중에서 9명은 아직까지 주검으로도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을 약속한 정부는 세월호의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세월호 참사가 잊히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만들어진 특별조사위원회는 6월이면 활동이 정지될 위기이며, 특별조사위원회가 발의한 특별검사 임명요청안은 집권여당의 비협조 속에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폐기되었다. 교육부는 세월호 2주기를 맞아 교사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수업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내렸다.

지난 2년 동안 세월호는 인양되지 않았고 참사의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2015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우리 대학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 세월호가 빠르게 지워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보수언론은 세월호 사건을 아예 다루지 않거나 이미 지난 과거처럼 다룸으로써 망각하도록 부추긴다. 인간은 쉽게 잊는 동물이고, 망각은 때로 편안함을 주는 유혹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망각한다. 과거의 끔찍한 사건이 사소한 것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면 우리는 과거 속에 갇혀 현재를 제대로 살아내지 못할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과거를 모조리 망각한다면 자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은 삶의 이야기이며 존재의 근거다. 누군가 기억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기억함으로써 저항해야 한다. 기억을 통째로 들어내고 집단적 기억상실증을 조장하려는 권력에 저항하는 방법은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은 권력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이 행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도구가 될 수 있다. 밀란 쿤데라는 “권력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이란 바로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 이라고 했다. 권력이 망각하도록 강제하는 사건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면서 돌에 새기고, 종이에 기록하며, 사진을 찍음으로써 기억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역사는 발전해 왔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삶이 되풀이될 뿐 발전할 수 없다. 이는 우리가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기억은 역사를 발전시키는 동력이자 스스로 실존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세월호 침몰의 정확한 원인 규명 없이는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세월호 선체를 조속히 인양해야 한다. 세월호를 조속히 인양해서 철저하게 세월호 침몰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보여준 태도에 비추어볼 때 현 정부에게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라도 왜 일어났는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기억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우리에게 감정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리 기억에서 세월호를 지워낸다면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도 사라진다. 그리고 또 다른 참사로 숨진 희생자와 사랑하는 아들딸 혹은 남편이나 아내를 잃은 피해 가족들이 또 생기더라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하고 무감각한 역사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어떤 시인은 목련 꽃잎을 걸음마도 못하고 죽은 아기 발바닥 같다고 했다. 아기 발바닥이 흐드러지게 피고 떨어지는 4월. 여러 시민모임과 문화예술인모임이나 종교단체는 세월호 기억을 위한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린다. 행사에 참여하여 아픈 기억을 함께 공유하고, 잊지 않겠다는 표식으로서 노란리본을 가슴이나 가방에 달면서 사라져 가는 기억과 늘어지는 마음을 다잡아 보자. 노란리본 하나를 단다는 것은 기억하겠다는 의지이고 그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알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힘이 될 수 있다.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